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 인간적 교류와 생명 존중의 인술 철학

이문중 기자
2019-09-26

반려동물 눈높이에서 진료하기 위해 ‘의자 없는 진료실’ 만든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동물병원K 원장)./사진=이문중 기자


[뉴스리포트=이문중기자] 한국동물병원협회(이하 KAHA)가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KAHA는 소규모 연구 집단 ‘한국소동물임상연구회’에서 출발,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국내 동물병원과 수의사들의 권익 수호 및 학술 역량 증진의 견인마로 성장했다. 허주형 협회장은 오랜 세월에 걸쳐 땀 흘려 노력한 역대 회장들과 선배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면서, 그간 협회 발전에 동참해 온 모든 회원들과 합심해 KAHA의 더 밝은 내일을 위해 전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중소 로컬 동물병원의 목소리 경청 

과거 인천시수의사회를 무려 9년간 이끌면서 조직 경영력을 키운 바 있는 허 회장은 2013년 말 중앙과 회원 병원들간 정책 충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KAHA의 소방수로 등장, 지금까지 훌륭하게 협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2014년에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회원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평적 실시간 소통 라인을 열어 중소 로컬 동물병원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했습니다. 이를 통해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완전히 무너지다시피 했던 조직을 재정비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허주형 회장은 ‘반려동물 진료권 독립’, ‘진료 수가 정상화’와 ‘사단법인으로의 승격’ 등을 숙원 목표로 삼고 회원들의 역량 집중을 이끌어냄으로써 협회의 단결과 발전을 이끌어왔다.


“1989년에 6명의 소규모 연구회로 시작한 우리 협회는 30년간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국내 동물병원들의 권리를 지키고 역량을 강화하는 대표적 단체로 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희는 그간 아픔도 많이 겪었고, 어려움도 다수 극복해왔습니다. KAHA는 이런 경험들을 발판삼아 국민들과 반려동물들이 모두 행복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이룩하기 위해 수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렇게 허 회장은 다사다난했던 임기 중의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는 한편,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천명했다.


“KAHA의 반석은 로컬 동물병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희 협회는 과거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중소규모 지역 동물병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나갈 것입니다. 모든 회원들의 동반자라는 사명감을 지켜나가겠습니다.”


허 회장은 앞으로 KAHA의 사단법인 승격에 모든 힘을 집중, 국내 동물병원들과 수의사들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는 든든한 울타리로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반려동물의 진료권을 온전히 수의사에게 부여하고 진료 수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기대된다.


“반려동물인구가 1400만을 넘은 현재까지도 수의사의 진료권 독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산업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허용은 동물뿐만 아니라 국민보건에 있어서 치명적입니다. 지금도 동물 항생제가 함부로 버려지고 있고 지하수 오염 물질로 둔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OECD국가 중 확연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는 동물 진료 수가의 정상화도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저희 협회는 넓은 안목으로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동물 자가진료 금지……“사람과 동물 행복권 지키는 최선책”

앞서 설명했듯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 열악한 진료 수가 정상화는 국내 수의계로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점으로서 KAHA 역시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쏟아왔다. 특히 자가진료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기에 동물에 대한 모든 의료 행위를 수의사가 전담하도록 해야한다는게 KAHA의 입장이다.


“2017년 7월 1일부터 실시된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법은 ‘주사 행위’로 범주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려동물에게 내외복약을 먹이거나 바르는 등의 조치에 대한 자가진료는 여전히 보호자들이 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심지어 산업동물들은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법적 맹점은 자칫 약물의 오남용으로 인한 동물들의 피해 및 동물용 항생제의 생태계 유출과 함께 최악의 경우 국민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KAHA는 모든 동물들에 대한 자가진료의 전면 금지를 현실화 함으로써 동물과 국민 모두의 건강과 행복 증진에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허 회장은 수의사의 진료권 독립을 위해 ‘판매 지시서’가 아닌 ‘의료 지시서’로서의 수의사 처방전 효력 개선을 제시했다. 보호자들의 자가진료를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닌, 인의 처방전처럼 1회성 약 구매만 허용토록 한다면 수의약품의 무분별한 대량 구매를 예방하고 자연스럽게 수의사들의 진료권 독립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수의사 처방전의 경우 의사 처방전과 달리 동일 처방전으로 수회에 걸쳐 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반려동물에 대한 처방전만큼이라도 ‘1회 처방 시 1회 약품 구매’를 법제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수의약품의 남용과 무분별한 폐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허 회장은 수의사 진료권 독립 이슈의 연장선에서 반려동물 예방백신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많은 보호자들께서 반려동물에게 4종 종합백신(DHPP: 홍역, 파보장염, 전염성 간염, 파라인플루엔자 4종 예방)을 접종하시는데요, 이 경우 반려동물이 렙토스피라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2012년을 기점으로 동물들의 렙토스피라 감염과 함께 동물을 매개로 한 인체 감염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국민 건강 차원에서도 5종 종합백신(DHPPL: 홍역, 파보장염, 전염성 간염, 파라인플루엔자 및 렙토스피라 5종 예방) 접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 반려동물 정책이 절실

반려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이 지난달 31일로 종료됐다. 이후 미등록 동물이 적발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변경신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게 된다. 정부와 서울시의 꾸준한 홍보 덕분에 많은 수의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을 찾았지만, 한편으로 이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등록 방법으로 인식표와 외장형 마이크로칩이 포함됐기 때문인데, 허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반려동물등록제에 대해 비판하면서 오직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인식표와 외장칩은 쉽게 탈부착이 가능하기에 유기동물을 줄인다는 등록제 본연의 목적에는 부합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통계 수치를 채우기 위해 유명무실한 인식표와 외장형 마이크로칩을 허용하기보다, 위조와 파손이 어려운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정책 방향을 통일해 내실을 확보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등록이야말로 제대로 된 반려동물 복지 인프라의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허 회장은 반려동물 유기행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왜곡된 점을 짚었다. 


“지금 정부에서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원인을 ‘비싼 진료비’에서 찾고 있습니다만, 이는 현실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인천수의사회 회장으로 있던 당시에 유기견의 연령을  전수 조사한 결과 1세에서 5세 사이가 전체 중 무려 80%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곧 반려동물이 성장하면서 당연하게 찾아오는 외모와 성격의 변화가 유기의 직접적인 영향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부디 정부는 이런 경향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정책에 반영하기를 바랍니다.”


소통과 공감은 동물인술의 기본…‘의자가 없는 진료실’ 


허 회장은 수의사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미덕으로 수평적 의사소통과 감성적인 교감을 꼽았다. 보호자와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서야 반려동물의 병증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라는 직업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호자를 통해 반려동물의 병증을 파악하는 과정이 우선되는 특성상 보호자와의 인간적인 신뢰 관계를 맺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들어 반려견이 아침에 일어나서는 어땠는지, 한밤중에 기침은 안했는지, 걸어다닐 때 똑바로 걷는지 등 세밀한 정보들을 알아내기 위해서 보호자와 진솔하게 대화하고 현재 감정에 충실하게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허 회장은 ‘동물을 보기에 앞서 보호자를 본다’는 자세로 지금까지 인술을 펼쳐왔으며, 이런 철학은 구 고려동물병원을 동물병원K로 리모델링하면서 진료대를 높이 올리는데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과거에는 앉아서 동물들을 진료했다면, 이제는 보호자와 함께 서서 동물을 진단하고 있는 것. 이는 사랑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걱정에 맘 편히 앉아있을 수 없는 보호자의 마음에 대한 허 회장의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한번은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읍에 거주하는 보호자가 제가 운영하는 인천 소재  동물병원K까지 찾아오셨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도 큰 병이 생기면 믿을 만한 교수를 찾아 서울에 위치한 유명 대학병원을 찾지 않습니까? 반려동물 보호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아픈 상황에서 이들은 가까운 동물병원보다 신뢰할 수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를 찾기 마련이죠. 그리고 이런 신뢰관계는 구축에는 우수한 술기와 더불어 수의사의 인간적 면모가 크게 작용합니다.”


생명존중의 원칙 지키는 수의사  


또한 허주형 회장은 20년 전 갑작스러운 복통 증상을 보이며 보호자의 품에 안겨 병원을 찾아온 강아지 환자를 추억했다. 엑스레이 촬영으로도 어떤 증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강아지는 힘없이 자리에 누워 가쁜 숨만 내쉴 뿐이었다. 결국 보호자와 허 회장은 다음날까지 강아지가 살아있으면 안락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자리를 털고 일어난 강아지는 언제 아팠냐는 듯 활발하게 뛰고 왕성하게 사료를 섭취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저와 보호자는 도통 영문을 몰랐어요. 안락사를 결정했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던 강아지가 하룻밤 사이에 멀쩡해졌으니 오죽했을까요. 제가 주변을 살피니 밤 중에 강아지가 배설한 용변이 보였고 여기에서 대량의 머리카락이 발견됐습니다. 레스토랑에서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삼키고 아프게 된 것이었습니다.” 


수의사의 섣부른 판단이 한 생명을 허무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깨달은 허주형 회장은 지금까지 생명 존중의 원칙을 굳게 지켜오고 있다. 이렇게 작은 생명의 가치와 세상의 온기를 지켜나가는 허 회장에게 응원을 보내는 한편, 그와 함께 동물 관련 의료법률의 부당함을 성토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헌신하는 대한민국의 수의사들의 노력이 빛나는 성취로 보답받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NEWS REPORT(www.news-repor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상호명 : 뉴스리포트 NEWS REPORT 사업자번호 : 728-34-00398  발행인 : 정혜미 편집인 : 정연우 청소년보호책임자: 정연우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16(국회대로 66길 23) 산정빌딩 7층 ㅣ 이메일 : korea_newsreport@naver.com

대표전화 : 02-761-5501 ㅣ 팩스 : 02-6004-5930 ㅣ 등록번호 : 서울, 아 05234 등록일 : 2018.06.04

뉴스리포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8 뉴스리포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