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곤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환자 중심의 인술 철학

이문중 기자
2019-07-13

 “최고 수준의 다학제 진료로 생존율 극대화” 류지곤 서울대학교병원 췌장담도암센터장./사진=뉴스리포트


[뉴스리포트=이문중 기자]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의학은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 질환으로 인식됐던 각종 암을 정복하고 만성 질환의 영역으로 돌려놨지만, 유독 췌장암의 생존율만큼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체 암 발생률 중 췌장암은 8위로 비교적 낮은 순위를 차지하지만, 사망률은 5위이며 5년 생존율은 5~6%에 불과하다. 이런 교착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내 의료인들의 노력이 거듭되고 있으며, 최근 췌장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혁신적으로 연장한 사례가 보고되어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췌장담도암센터를 이끄는 류지곤 교수는 다학제 진료를 기반으로 췌장암 4기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데 성공하였으며, 비침습적 시술법과 신약개발에도 적극 나서는 등 대한민국 췌장담도 분야의 역량 향상을 주도하는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소화기암학회장 행보 시작, “학술 저변 확대에 주력할 것”

 

지난달 1일 대한소화기암학회(KSGC, Korean Society of Gastrointestinal Cancer) 총회에서 새로운 대한소화기암학회장으로 선출된 류지곤 서울대병원 교수는 애정을 갖고 학회 발전을 위해 많은 공을 세운 바 있다. 특히 그가 국제협력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했을 당시에 국제소화기내외과종양학회(IASGO,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Surgeons Gastroenterologists and Oncologists)와 1차 IASGO-KSGC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대한소화기암학회의 세계 진출에  기여한 점은 류 교수의 기획·추진력을 증명하는 사례들 중 하나이다.


“그간 대한소화기암학회는 매년 꾸준히 심포지엄과 학술집담회,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탄탄하게 내실을 다져온 소화기암 전문 학술단체입니다. 이런 학회에 지금까지 몸담으며 저명한 교수님들과 합심해 대한민국 췌장·담도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저를 믿고 학회장으로 선출해주신 학회 구성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아직 막중한 책임을 맡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고 학회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4년 첫발을 뗀 대한소화기암학회는 소화기내과 중 소화기암의 진료와 연구에 뜻을 둔 교수와 전문의들의 모임으로 소화기암의 연구 결과와 임상 사례를 공유하는 학술 단체이다. 


“저희 학회는 소화기 암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에서부터 더 효과적인 진단 시스템 개발, 항암 치료법 개발 및 통증 치료와 영양 관리까지 예방·임상·연구 전반을 아우르는 단체입니다. 또한구성원들의 뛰어난 전문성을 바탕으로 환자 중심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소화기암학회는 췌장암의 자가진단법, 항암치료 관련 부작용과 관리법 등을 알리기 위해 미국췌장암학회와 공동으로 <세계 췌장암의 날> 홍보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제2회 <췌장암 극복의 날> 대국민 건강강좌 개최도 준비 중이다.


“저는 학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꼽습니다. 3년 전부터 세계 췌장암의 날에 맞춰 미국췌장암학회와 함께 췌장암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리는 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또한 학회 단독으로 지난해 10월 세브란스 병원에서  <췌장암 극복의 날> 대국민 건강강좌를 개최해 많은 환자와 가족분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는데요, 올해에도 국내 최고 권위의 의사들을 초청하여 췌장암에 대한 정확하고 새로운 지식을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계 수준의 다학제 진료 시스템 … 췌장담도암센터


류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장으로서 국내 최고 의료진과 함께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다학제 진료는 환자에게 가장 정확한 진단과 함께 환자에가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치료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췌장담도암센터에서는 소화기내과를 포함해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5개 분과가 모여, 매주 월요일마다  케이스 컨퍼런스를 진행합니다. 한 주 동안 진료한 환자들 중 다양한 식견이 필요한 케이스를 취합하여 토의 과정을 거쳐 환자에게 가장 정확한 진단과 적합한 치료지침을 도출해내는 것이죠.”


서울대학교병원 다학제 진료는 환자와 담당의와의  면담과 몇 가지 검사만 거친다면 병증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결과와 치료 방침까지 한 번에 제공하기에 환자입장에서는 그만큼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상의 입장에서 췌장암 초기이거나 전이까지 진행된 케이스는 치료 방법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레이 존에 위치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가 문제입니다.  초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변 장기로 전이까지는 진행되지 않은 경계선적 케이스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어떻게 적용해야하느냐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경우에 다학제 진료가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예로 항암치료로 암세포를 축소시킨 후에 최소한의 수술로 절제하는 등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면서 적은 부담을 주는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지요.”


끈끈한 팀워크와 신속한 의사결정…소화기내시경센터


아울러 류 교수는 소화기내시경센터를 이끌면서 본원을 찾은 췌장암 환자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치료내시경 시술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화기내시경센터는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췌장담도내시경 3개 파트로 구성됩니다. 췌장담도암센터의 강점이 다학제 진료라면, 소화기내시경센터의 강점은 팀워크와 신속성입니다. 3개 내시경 파트 간 협조는 물론이요, 의사와 의료보조원, 장비 전문가들과의 호흡도 잘 맞습니다. 덕분에 저희 센터는 전문가들이 일심동체로 뭉쳐 난이도 높은 치료 내시경 시술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소화기 치료내시경은 내시경 기기와 술기의 발달로 환자들에게 크게 환영받는 분야다. 비록 초창기에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평가절하되었으나, 이제는 새롭고 독립된  분야로서 소화기 치료의 헤게모니를 바꿀 정도로 그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치료내시경에는 여러가지 치료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환자의 몸 밖에서 내시경 끝까지 통하는 빈 관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내시경으로 병변을 보면서 이 관을 통해 다양한 액세서리를 넣어서 몸 밖에서 손으로 조작하며 시술을 진행하게 된다. 


“치료내시경은 췌장·담도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몇 년 사이에 새로 개발된 장비와 숙달된 술기로 인해 췌장암 진단에서 큰 성과들을 거두게 된 근간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가 괄목할 성취를 거두고 있는 배경에는 내시경 시술 직후 실시간적인 분석을 거쳐  항암치료에 돌입하는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있다. 이는 서울대학교병원 다학제 진료의 한 축인 병리과와의 긴밀한 협조 관계 구축으로 인해 신속성 확보한 덕분이다. 


기초와 임상에서 괄목할 연구 성과 


이외에도 류 교수는 적극적인 연구 열정으로 기초 의학과 임상의 양 분야에서 다양한 성취를 거둔 바 있다. 특히 췌장과 담도암에 관한 임상 논문에 집중해온 그는 담낭암 항암치료 결과를 최근 국제저널에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췌장암 4기 환자를 대상으로  아브락산(Abraxane,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을 활용한 항암치료로  얻은 성과를 국제저널에 게재하기도 하였다. 


“췌장암 4기 환자 100명에게 아브락산을 투여한 결과 절반 정도의 환자가 14개월을 생존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9에서 10개월이 대부분이고 일본의 경우에도 12개월 인 반면, 저희 센터는  임상시험 대상자 중 절반 가까이가 14개월을 생존한 탁월한 결과를 거둔 것이죠.”


이어 류 교수는 대한소화기암학회 주관으로 개발 중인 면역치료제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신약은 이미 3상 임상시험까지 거친 상태이며 올해 중으로 결과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본 면역치료제는 기존 항암제와의 상승효과를 기대하여 국내 개발된 신약이기에 뛰어난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단한 성취를 우리 대한소화기암학회에서 이루었다는 것이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역동성에 매료


류 교수는 췌장·담도 분야의 매력으로 역동성을 꼽았다. 그가 1994년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1997년 펠로우 과정에 들어갈 당시만 하더라도 내시경은 단순히 진단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후 도입된 치료용 담도내시경을 처음 잡은 경험은 류 교수가 췌장·담도 분야에서 가능성을 느끼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내시경이 빠르게 치료 영역으로 진출해가는 변화상을 저도 함께 걸어왔는데요, 처음에는 인체의 내부를 촬영할 뿐이었던 내시경이 이제는 담석을 꺼내고 담도 속 막힌 부분을 뚫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췌장과 담도에 질환이 생기면 여지없이 개복 수술을실시해야 했지만, 이제는 상당 부분 치료 내시경을 활용해 비침습적인 시술로 전환됐죠. 환자에게 부담되던 수술의 고통을 덜어주고 더 큰 완쾌의 기쁨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 췌장·담도 분야의 매력입니다.”


류지곤 교수는 환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의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믿음은 치료의 시작이자 근간이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활발한 연구와 시술 활동으로 대한민국 췌장·담도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온 류지곤 교수의 진심은 환자 중심 인술 철학의 표본으로서 젊은 후배 의사들에게 롤모델로 제시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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