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아태문인협회 조성민 여행작가 '신안4개섬(자은/암태/팔금/안좌) 여행기'

정혜미 기자
2020-06-11



암태도 논과 밭./사진제공=조성민 


(여행 첫째 날)


★천사대교를 건너다

목포 앞바다에 어깨를 맞대고 떠있는 4개섬인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를 보기 위해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목포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목포시와 암해도를 연결하는 압해대교를 건너 신안군에 들어섰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천사의 섬」으로 불린다. 자동차페달을 계속해서 밟자 압해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천사대교(10.8km)는 2019년 4월에 개통되어 신안군의 여러 섬들을 육지로 연결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번에 찾아가는 4개섬은 천사대교로 인해 섬사람들은 육지로의 왕래가 편해지고 뭍에 서는 섬나들이 하기가 수월해졌다. 옛날에는 뭍과 섬을 이어주는 교통수단은 뱃길뿐이었는데 이제는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늘면서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섬들이 수없이 많아졌다. 천사대교의 건설로 육지와 고립되었던 신안의 여러 섬들이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자운도 두봉산 숲길에서 봄 빛깔을 느끼다

천사대교를 건너며 차창을 통해 바닷바람을 실컷 맞고 나자 암태도가 나온다. 암태도와 자은도를 잇는 은암대교를 지나 자은도 땅을 밟았다. 자은도는 연도된 4개섬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섬으로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이름이다. 두봉산을 오르기 위해 자은면사무소가 있는 구영리 공영주차장으로 가자 시계가 정오를 가리킨다. 주차장 부근의 자은중학교로 가서 비탈길을 걷자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 오솔길을 따라가자 무선기지국이 있어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비가 내려 한껏 물오른 초록과 연두색 숲길을 걷는 마음이 상쾌하다. 참나무와 고사리는 연두색을 띠고 측백나무와 동백나무는 초록빛이다. 길가에 수북이 돋아난 토끼풀은 하얀 꽃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검푸른 솔잎사이에서 막 돋아나는 솔방울은 황색을 띤다. 햇빛을 받은 흑색의 호랑나비가 바람 따라 너울너울 춤추며 리듬을 탄다. 온통 푸른색으로 단장한 숲속에서 오월의 봄 빛깔을 물씬 느끼며 여유로움을 갖는다. 두봉산 정상(364m)에 오르자 신안 바다의 풍광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그림 같은 녹색의 풍경과 막힘없는 조망이 산을 오를 때의 피로를 잊게 해주고 마음을 맑게 해준다.


승봉산 등산로./사진제공=조성민 


★무인도인 구리도와 할미도를 왕복하다

둔장해변으로 가자 바람이 드세게 분다. 그래서인지 바람의 해변이라는 「윈드비치(wind beach)」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바다 앞에 서자 해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온 파도가 백사장에 흰 거품을 토하고 물러간 자리에 소라껍질들이 뒹군다. 해변 앞쪽에 무인도인 구리도와 할미도가 보인다. 둔장해변과 구리도, 구리도와 할미도 사이를 길이 1004m 폭 2m의 해상보행교인 「무한의 다리」를 놓아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을 담고 있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신안의 꿈이 무한히 펼쳐지기 바라는 기원을 하는 다리란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구리도를 지나 할미도까지 다녀왔다.


★여인송을 찾아 분계해수욕장으로 가다

무한의 다리에서 분계해수욕장을 찾아갔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쭉 뻗은 해변과 탁 트인 앞바다가 마음을 호쾌하게 해준다. 해변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 숲은 조선시대에 방풍림으로 조성되었다고 하니 수령이 수백 년이 넘는 관록이 있는 나무들이다. 소나무향을 맡으며 숲길을 따라가다가 Y자 모양의 여인이 물구나무를 선 형상을 하고 있는 「여인송」을 찾았다. 나무 주위에 사각의 보호대가 있고 그 앞에 소개 글이 있다. 옛날에 고기배 타고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무사귀환을 빌던 아내는 제일 큰 소나무에 올라 먼 바다를 주시하며 남편을 기다리다가 엄동설한에 그만 얼어 죽었다. 파도에 휩쓸려 무인도에 조난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어부가 그의 아내를 소나무 아래에 묻어주었다. 그러자 소나무는 거꾸로 선 여인의 자태를 닮은 여인송으로 변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소나무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 부부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간척사업으로 농토를 일군 암태도 사람들

자은도를 둘러보고 은암대교로 다시 돌아 나와 암태면사무소 근처 삼거리에 있는 소작쟁의기념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암태도는 돌이 많고 바위가 섬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명칭이다. 그 옛날 암태도는 황량하고 척박하여 쌀 한 톨 구하기가 힘들어 농지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곳 섬주민들이 마명방조제를 쌓아 드넓은 갯벌을 옥토로 변모시켰다. 그런데 간척사업으로 섬주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여 지주에게 수확한 쌀의 7할을 소작료로 지불하게 되어 생활이 궁핍하게 되었다. 이들의 불만이 폭발하여 1924년에 소작쟁의를 일으켜 논 생산량의 4할, 밭 생산량의 3할로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일제통치세력과 지주들의 무자비한 탄압에 맞선 주민들의 치열한 투쟁이 지주들을 굴복시켰다. 이를 기리기 위해 1977년에 암태면 단도리 장고마을 초입에 「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이 세워졌다.


★노도를 보러 추포도에 가다

암태도의 부속섬인 추포도로 갔다. 이곳 섬사람들이 추포도에서 암태도로 건너가기 위해 300여 년 전에 갯벌 위에 노둣돌을 놓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 그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이곳의 노두는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에 돌을 깔아 만든 2.5km의 징검다리이다. 6,000여 개의 돌을 깔아 만든 징검다리를 통해 하루 2번 바다를 땅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찾아간 때가 마침 간조시간이라 갯벌이 드러났는데도 노두를 찾을 수 없었다. 바다를 가로질러 갯벌에 시멘트 도로가 생기고 그 위에는 거대한 신식교량이 완공단계에 있어 이제는 노두의 필요성이 없어진 이유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문화유산으로 그 자취를 보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추포도 해수욕장으로 갔다. 해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서쪽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쌀쌀한 기온을 잊은 채 바다와 섬이 만든 절경을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져 한참 동안 허수아비가 되어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자은도 두봉산./사진제공=조성민 


(여행 둘째 날)

★승봉산에서 암태도의 너른 농지를 바라보다

전날 밤에 모가 심겨진 논 옆에 있는 펜션에 숙박하여 밤새도록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았다. 승봉산을 등산하기 위해 택시로 노만사 입구로 갔다. 시멘트 포장길을 터벅터벅 걸어 절을 통과해 등산로로 들어섰다. 오리바위와 마당바위를 차례로 보며 산을 오르고 내리자 큰 길이 산허리를 자른 승봉산들머리인 수곡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올라 정상 가까이 가자 수직암벽에 철제계단이 나타난다. 승봉산 정상(356m)에 올라 원을 한 바퀴 그리며 암태도를 한눈에 넣었다. 바다와 논과 밭이 어우러진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정상에서 암태면사무소 방향으로 향하는 길은 험한 바윗길이라 힘들었지만 암릉이 산행의 묘미를 북돋아 주었다. 만물상 지대의 바위들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산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바닷바람을 견디며 모질게 버텨온 소나무에서 인고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 키만한 서근등대 옆에 서다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 팔금도로 갔다. 팔금도는 8마리의 새가 앉아있는 형상을 한 섬이다. 서근등대로 가는 길에 바다에 설치해 놓은 독살 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밀물로 바닷물이 차서 독살을 볼 수가 없다. 독살은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 쪽을 향해 쌓은 반원형 돌담이다. 밀물과 함께 바닷가로 밀려온 물고기들이 썰물이 되어 빠질 때 자연스레 돌담에 갇혀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란다. 어촌마을과 좁은 농로를 지나 꼬부랑 산길을 넘어 등대 입구에서 바다를 끼고 걸어가자 하얀 옷을 입은 등대가 나타난다. 등대 크기가 어른 키보다 조금 커서 처음엔 잘못 찾아왔나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확인해 보니 제대로 찾아왔다. 팔금도 서쪽 끝의 풍광이 빼어난 곳에 위치한 난장이 서근등대는 목포에서 흑산도 홍도 방면으로 오가는 항로를 밝혀주는데, 등대전원을 태양광발전을 이용하는 무인등대다.


★채일봉전망대에서 중앙대교와 신안1교를 보다

서근등대에서 채일봉전망대를 찾아 나섰다. 도로를 달리다 앞에 보이는 산을 바라보니 원통형의 건물이 보이는데 전망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중턱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오르기 시작하자 자전거도로가 나타난다. 걷기는 수월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오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놀랍다. 나무데크를 통해 2층 건물인 채일봉전망대(159m)에 올라섰다. 채일봉은 낮은 산이지만 주위의 섬들과 마을들이 어울려 환상적인 풍광을 펼친다. 북쪽으로 암태도와 팔금도를 잇는 중앙대교가 보이고, 남쪽으로 팔금도와 안좌도를 연결하는 신안1교가 빤히 보인다. 여객선이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산길을 내려왔다.


안좌도 퍼플교./사진제공=조성민 


★안좌도 퍼플교에서 낭만을 느끼다

팔금도에서 신안1교를 건너 안좌도로 향했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팔금면」이라는 간판을 보고 「퍼플교」 이정표를 따라갔다. 두리마을에 접어들자 동네의 지붕색갈이 온통 보라색이다. 두리선착장을 지나자 길게 휘어져 늘어진 보라색깔의 「퍼플교」가 보여 반갑다. 퍼플교는 「두리마을」과 「박지도」 사이를 547m로 연결하고, 「박지도」와 「반월도」를 915m로 연결하는 ㄱ자 형태의 해상데크길이다. 본섬인 안좌도와 두 섬을 이어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 위에 설치된 다리 위에서 넓은 갯벌을 볼 수 있다. 퍼플교라는 이름은 박지도와 반월도에 보라색 꽃이 많이 피기 때문에 붙여졌다. 보라색은 귀족들이 많이 사용하는 색으로, 이 섬을 찾는 관광객을 귀족처럼 모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퍼플교는 배를 타지 않고 걸어서 육지로 가보고 싶은 할머니들의 소망을 담아 만들어졌단다. 사진을 연거푸 찍으며 두리마을에서 박지도로 건너갔다. 박지도는 섬이 바가지 형태여서 박지섬이라 부르게 되었고, 마을입구 바닷가에 대형 바가지조형물이 예쁘게 설치되어 있다. 박지도에서 반월도를 향하자 바다 위를 걷는 낭만과 나무다리가 주는 정겨움을 느끼며 해풍을 등에 지고 걸으니 물위를 나는 것처럼 몸이 사뿐하다. 다리를 건너 반월도의 상징물인 반달모양의 조형물을 지나 반월선착장까지 갔다. 건너편 선착장에서 배에 실려 온 트럭이 섬으로 들어온다.


★박지도에서 900년 된 우물을 만나다

반월도에서 다시 퍼플교를 건너 박지도로 왔다. “900년의 우물가는 길”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들어섰다. 바다를 쳐다보며 산길을 오르자 퍼플교와 섬과 바다가 하모니를 이루어 넉넉하고 한가로움을 선사한다. 박지산 정상(131m)에 오르자 기바위가 우산처럼 산꼭대기를 덮고 있다. 기바위에서 비탈길을 내려가 900년 된 우물(우실샘)을 만났다. 아주 오래된 우물을 보게 됐다는 생각에 가슴 벅차다. 샘물이 수정처럼 맑아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음료수로 사용하지 말라는 문구가 있어 바가지에 물을 떠서 손등에 계속해서 부었다. 다시 기바위 쪽으로 올라가려고 몇 걸음을 떼자 길옆에 붉은색을 띤 게가 두 집게다리를 번쩍 쳐들고 경계태세를 취한다. 산에서 게를 보자 신기하다고 느꼈다. 잘 크라고 게에게 말을 건네고 퍼플교를 건너 두리마을로 나왔다. 이틀 동안에 목포IC를 지나 압해도-암태도-자은도-팔금도-안좌도-박지도-반월도 등 7개섬이 하나로 연결되는 신나는 여행을 잘 마쳤다는 생각에 서해안고속도로로 향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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