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아태문인협회 조성민 여행작가 '무의도 여행기'

온라인뉴스팀
2020-04-10


소무의도 떼구리포구./사진제공=조성민 


큰무리선착장 해안을 걷다

아침에 인천공항에서 무의도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잠진도를 지나 무의대교를 건너 큰무리선착장에서 내렸다. 무의도(舞衣島)는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무의도는 면적 9.4km² 해안선길이 31.6km로 당산(북) 국사봉(중앙) 호룡곡산(남)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아름다운 섬이다. 큰 섬을 대무의도, 작은 섬을 소무의도라고 한다. 국사봉 입구를 찾기 위해 큰무리선착장 해안을 따라 걸었다. 밧줄에 묶여 밤을 새운 고깃배들이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려는 듯 물결 따라 좌우로 몸체를 흔들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뱃전에 줄지어 앉은 갈매기들이 “꺄륵 꺄륵” 노래를 하더니,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하루를 연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에게 물어 국사봉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고갯마루에 올라 길가에 설치된 등산로 안내도를 자세히 보았다. 호젓한 산길에 부는 봄바람에 실려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볍다.


 국사봉에 오르다

오솔길 따라 경쾌한 발걸음을 뗄 때 햇살이 나무들 사이로 스며들어 대지를 달구기 시작한다. 이른 봄이라 밝은 빛깔을 띠는 나무들이 없는 숲에 진달래 한 그루가 빨간 꽃을 피워 주위가 환하다. 올해 처음 보는 진달래꽃이라 옆으로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다. 아기자기한 능선 길을 쉬엄쉬엄 걸어 국사봉(230m)에 올랐다. 사각형의 데크전망대가 잘 만들어져있고 긴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어느 산악회에서 왔는지 여러 명의 등산객들이 간식을 먹으며 세상 살아가는 얘기로 수다를 떨며 재미있어한다. 국사봉은 수도권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산행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산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서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산행 내내 길동무가 되어준다.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도 바다를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지 검푸른 색으로 싱그러움을 더한다. 국사봉 맞은편에 보이는 봉우리가 호룡곡산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데크계단길을 내려오며 눈앞에 전개되는 바다풍경을 실컷 눈요기를 했다. 바다 반대쪽을 바라보자 어촌마을의 모습이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한참을 내려오니 마을과 차도가 나온다. 차도 위를 가로지르는 짧은 구름다리를 건너자 호룡곡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호룡곡산에서 서해바다를 조망하다

산 아래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봄기운을 머금은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을 들이키며 호룡곡산 정상을 향했다. 호룡곡은 호랑이와 용의 골짜기라는 뜻으로, 먼 옛날 호랑이와 용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한판 승부를 벌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호랑이의 유연한 등허리처럼 부드러운 능선과 용의 비늘처럼 호연지기가 풍겨지는 바위들을 보노라니 몸에 원기가 솟는다. 등에 배어나는 땀을 식히기 위해 두터운 등산점퍼를 벗어 배낭에 동여매자 발걸음이 사뿐하다. 경사가 완만한 길에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거북이걸음을 했는데도 어느새 호룡곡산 정상(244m)에 발을 내디뎠다. 열린 하늘 아래 멋진 전망대가 된 이곳이 장쾌한 풍광을 선사한다. 사방이 탁 트인 동서남북을 빙 들러보았다. 발아래 빤히 보이는 곳이 하나개해수욕장이고, 뒤쪽이 광명항선착장과 소무의도, 왼쪽이 덕적도와 굴업도, 오른쪽이 무의대교와 잠진도가 보여 조망이 압권이다.


무의도에서 조성민 교수./사진제공=조성민 


환상의 길로 향하다

정상에서 내리막길을 내닫자 광명항과 하나개해수욕장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하나개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내려오는 도중에 “부처바위”를 만났는데 부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궁금하여 표지판을 보자 ‘수직바위에는 부처모습이 조각되어 있을 법도 한데, 수천 성상 앞에 풍화작용으로 인한 퇴색한 바위의 겉모양만 있을 뿐 제례에 사용했을 법한 상석만이 놓여있다’는 글귀가 적혀있다. 아쉬움을 남기고 더 내려오자 "환상의 길" 이정표가 직진 방향을 가리키는데 오르막이다. 산새 소리에 리듬을 맞춰 발레 하는 것처럼 겅중겅중 발걸음을 떼며 오르자 이내 급경사의 내리막 바윗길이다. 무의도 산길 가운데 제일 험악한 곳이다.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일이 어려웠지만 길 양옆으로 굵은 밧줄이 매어 있어서 이것에 의지해 조심스레 내려갔다. 힘들었지만 비탈길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여간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해안절벽이 선명하게 보이고 모래톱들도 보인다. 수직으로 형성된 비탈길이 끝나자 이번엔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수평선 산길인데 "환상의 길(1.2km)’"이다. 이곳을 지나며 해안절벽과 서해바다를 어우르는 예쁘고 멋진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위들의 향연장인 해상관광탐방로

환상의 길이 끝나자 해상절벽 옆에 있는 “해상관광탐방로(550m)" 안내판이 삼거리에 서있다. 해안선을 따라 기다랗게 구름다리를 놓아 바다 위를 걷게 만든 산책로이다. 물위를 걸을 수 있게 만들어 여기에 온 사람들을 신바람 나게 한다. 구름다리 왼쪽에는 기암괴석들이 향연을 벌이고 오른쪽은 마침 간조시간이라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긴 자루의 호미를 들고 함께 조개를 캐는 모습이 다정다감해 보인다. 해상산책로에는 제각각의 모양을 가진 바위에 이름표를 붙이고 사진을 곁들인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 따라 사진 속의 바위들을 찾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사자바위-소나무의 기개-만물상-망부석-두꺼비바위-해식동굴-부채바위-만고등상-불독바위-원숭이바위-화석바위-점박이물범-물개바위-햄버거바위 등을 짚어가며 망중한을 즐겼다. 해상관광탐방로를 돌아 나올 때 만물상바위에서 여러 사람들이 로프를 걸어놓고 암벽 타는 훈련을 하는 것을 구경했다. 암벽 타는 사람들이 절벽 끝까지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 박쥐인 양 암벽에 매달려 힘을 쏟는 도전정신을 보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자만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를 떴다.     


무의도 어촌마을./사진제공=조성민 


하나개해수욕장의 짚라인을 쳐다보다

해상산책로를 나와 하나개해수욕장으로 갔다. “하나개”는 무의도에서 가장 큰 개펄이라는 의미란다. 해수욕장 주변에 “천국의 계단” 촬영지라는 선전문구가 눈길을 끈다. 젊은 남녀들이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배우들의 사진 얼굴 부분이 둥그렇게 뚫려있는 곳에 머리를 내밀고 셀카봉을 눌러대며 즐거워한다. 탁 트인 바다를 향해 반원형으로 펼쳐진 백사장으로 가자 수십 동의 원두막 모양의 방갈로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질서정연하다. 밀물로 바닷물이 찰 때면 방갈로가 물에 떠있는 수상가옥처럼 낭만적으로 보인단다. 방갈로 부근에 짚라인 시설이 우뚝 서있다. 높이 25m의 7층인 철탑으로부터 시속 50km 속도로 쾌속질주 할 수 있는 길이 429m의 활강코스를 두 팔 벌리고 탄성을 지르며 하늘을 나는 짜릿한 체험을 즐기는 청춘들의 모습에 활기가 넘친다. 백사장에서 나와 소무의도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공용주차장에는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이도모자라 길가에도 빈공간에는 자동차들이 자리를 차지해 통행하기에 불편했다. 길가에 조그만 점포들이 들어서 있는데 여러 군데서 녹차씨앗 호떡을 구워 파는 모습이 이채롭다. 1시간마다 다니는 마이크로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무의대교와 소무의도롤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내려 소무의도행 버스를 한참 기다렸다.


걸어서 광명항선착장까지 가다

소무의도로 가는 버스를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광명항선착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먼 거리라 엄두가 나질 않았지만, 무의도에는 택시가 다니질 않아 달리 방법이 없다. 자동차도로를 따라 멀리 보이는 고개를 넘어 광명항선착장에 도착했는데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선착장 주변에는 횟집과 해산물 파는 상점들이 들어서 있어 어촌풍경이 묻어났다. 상가가 끝나는 곳에 있는 인도교 너머로 소무의도가 보인다. 소무의도는 면적이 122km² 해안선길이 2.5km로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이곳 사람들은 소무의도를 “떼무리”라고도 하는데, 본섬인 대무의도의 일부가 떼어져 나온 섬에서 유래했단다.


소무의인도교./사진제공=조성민 


무의바다누리길을 한 바퀴 돌다

소무의도에는 해안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인 “무의바다누리길”이 인기가 높다. 이 길은 섬 둘레를 걸으며 고깃배가 들락거리는 아담한 포구와 섬마을 풍경을 즐기는 섬 여행의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둘레길은 1구간부터 8구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⓵1구간인 「소무의인도교길」로 첫발을 내디뎠다. 광명항선착장과 소무의도를 잇는 타원형의 소무의인도교(414m)가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 지르며 그림처럼 펼쳐진다. 자전거와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인도교에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 모자를 벗어들고 다리를 건넜다. ⓶ 인도교를 건너 왼쪽으로 돌아 「마주보는 길」로 갔다. 떼구리포구와 서쪽마을 앞을 지나는 방파제길이다. 썰물에 갯벌이 드러난 떼구리포구에 고깃배 몇 척과 유람낚시배 1척이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긴다. 포구 앞에는 원색지붕을 얹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섬마을 정취를 풍기고 있다. ⓷방파제 끝에 횟집과 관광안내소가 있는 옆계단으로 올라 3구간인 「떼무리길」로 올라갔다. 비탈진 데크계단길이 끝나자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도는 숲길을 걸었다. 숲과 나무들 사이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⓸언덕을 올라 내리막부터가 4구간인 「부처깨미길」이다. 시야가 탁 트인 바닷가에 전망데크가 위와 아래에 2개가 설치되어 있어 풍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는 옛날에 이곳 섬사람들이 만선과 안전을 기하기 위해 제물로 소를 바치고 풍어제를 지내던 곳이란다. ⓹바다로 뻗어있는 전망데크에서 우측으로 나있는 「몽여해변길」로 들어서 계단을 내려와 몽돌해변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해변 우측으로 물이 빠지면 바위섬이 되는 몽여가 있어 몽여해변이라 부른다. 몽여는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길목에 하루 두 번 물이 빠질 때마다 드러나는 바윗돌이다. 몽여해변에 자리한 섬카페에서 향기가 그윽한 차를 마시며 잠시나마 넉넉한 시간을 가졌다. ⓺섬이야기박물관을 지나 6구간인 「명사의 해변길」로 가서 울퉁불퉁한 갯바위를 타고 넘었다. 바닷가 돌 사이엔 하얀 굴 껍데기들이 많지만, 해안가를 절벽이 감싸고 있어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⓻명사해변길을 지나 산으로 오르는 「해녀섬길」로 접어들었다. 다리가 아파 가파른 데크계단길을 한 발짝씩 떼며 중간쯤 오르자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해녀섬이 보인다. 옛날에 해녀가 물질하다 지치면 쉬던 곳이라는 표지판의 글을 읽었다. ⓼계단을 더 올라가자 소무의도에서 가장 높은 안산정상(74m)에 예쁜 정자인 하도정이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정자를 내려오는 오솔길은 해풍 맞고 자란 소나무가 많은 「키 작은 소나무길」이다.

 

내리막길이 끝나며 “무의바다누리길”을 한 바퀴 돌았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충만하다. 소무의인도교를 되돌아 나와 찻집으로 갔다. 뜨거운 차로 몸을 쇠락하게 하며 오늘 하루 일정을 되돌아봤다. 아침에 왕십리에서 공항버스로 인천공항에서 내려 무의도로 가는 버스를 탔다. 잠진도-무의대교-큰무리선착장-국사봉-호룡곡산-환상의 길-해상관광탐방로-하나개해수욕장-광명한선착장-소우의인도교-떼구리포구-몽여해변-안산을 둘러보는 대무의도와 소무의도 여행을 잘 맞췄다. 찻집유리창을 통해보니 버스가 도착했다. 배낭을 메고 저녁 6시 막차를 탔다.                              


글/조성민 한양대 로스쿨 명예교수(법학박사)/아태문인협회 이사장(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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