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아태문인협회 조성민 여행작가, 동해안종단 여행기

온라인뉴스팀
2020-01-23


오륙도./사진=조성민


(첫째 날)

★오륙도와 해파랑길

해파랑길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동해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푸른 바다를 벗 삼아 걷는 낭만의 길이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770km의 긴 거리이다. 해파랑길을 따라가기 위해 아침에 해운대 한화리조트에서 오륙도를 찾아갔다. 바위 절벽에 조성된 해안 산책로를 따라 오륙도가 잘 보이는 바다 쪽으로 내려갔다. 조그만 고깃배가 물살을 가르고 지나가며 물결로 양변이 기다란 이등변삼각형을 만들어낸다. 잠에서 깬 갈매기들이 하루를 힘차게 열고 우아한 날갯짓으로 바람을 가른다. 동녘 하늘에 높이 뜬 태양이 햇살을 강렬하게 내리쬐어 상큼함을 더한다.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하나처럼 보였고, 공원 가까이에 있는 솔섬과 방패섬이 하나로 보인다. 오륙도는 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안에서 제일 앞에 있는 방패섬에 물이 차면 보이질 않기 때문에 오륙도라고 부른다. 오륙도의 아침 풍광이 너무나 상쾌하고 아름다워 유쾌한 기분으로 해파랑길 대장정의 첫걸음을 뗀다.


★구룡포-호미곶 해안

야성적인 파도가 밀려드는 구룡포항에 도착했다. 배에서 잡은 게를 어부들이 끌어올린다. 네모난 바구니에 가득 찬 게들이 그물망으로 덮여있다. 경매장에서는 줄지어 나란히 놓인 게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재미있게 구경을 하고 나와 미니트럭에서 만드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찹쌀도넛을 샀다.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가로수는 소나무로 가꾸어져 있어 청량감을 뿜어낸다. 40여 리를 달려 호랑이 꼬리라는 뜻의 호미곶에 이르렀다. 한반도 지도를 폈을 때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해맞이공원이 잘 꾸며져 있었고, 이곳의 명물인 거대한 크기의 손 모양이 공원에 하나 있고 바다에 또 하나가 있는데 서로 마주보고 있다. 모든 사람이 서로 돕고 살자는 취지로 만들었단다. 상생의 두 손을 한참 쳐다보며 바다로 뻗어있는 구름다리를 걸으며 호미곶 앞바다의 야성적인 파도를 맘껏 느꼈다.


조성민 교수 부부./사진=조성민 


★영덕에서 대게를 먹고 후포 스카이워크로

강구항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 오수를 즐기고 있다. 강구항은 영덕대게의 집산지로 이곳 일대에는 백여 곳이 넘는 대게 요릿집이 있어 다양한 대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간판이 크게 붙어있는 대게 식당으로 들어가 오랜만에 대게 요리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다. 강구항 입구에서 바닷가를 향하자 즐비하게 늘어선 대게 식당에서 식사하라는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영덕 블루로드를 따라잡으며 해안도로를 달렸다. 영덕을 지나 후포항으로 갔다. 등기산(64m)의 구름다리를 건너자 스카이워크가 있다. 바다로 길게 뻗어 나간 전망대 길이가 135m이고, 폭이 2m이며 높이가 20m이다. 바닥이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덧신을 신고 발밑으로 바닷물을 내려다보며 걸을 때, 고소공포증으로 가슴이 두근거려 정면을 쳐다보고 발밑을 쳐다보기를 반복하면서 끝까지 걸어갔다. 투명하고 강렬한 햇빛이 스며들어 결결이 빛나는 푸른 바다가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을 보며 후포해안의 정취를 오롯이 느꼈다.


★월송정을 찾다

내비게이션이 바닷길이 아닌 내륙 길 방향을 가리키는데도 일부러 풍광이 좋은 해안도로를 따라 월송정으로 향했다. 월송정은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바닷가에 자리한 2층 누각이다. 주도로가 아니고 샛길로 와서 그런지 월송정 부근에서 이정표가 방향감각을 잃었다. 자동차를 한적한 길옆에 세우고 논길을 따라 1km를 걸어서 월송정 입구를 간신히 찾았다. 입구부터 쭉쭉 뻗은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겨울바람이 쌀쌀한데도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늠름하다. 솔잎으로 덮인 숲길을 걸으며 숨을 크게 여러 차례 들이마셨다. 입구에서부터 소나무 숲을 한참 걸어 올라가자 월송정이다. 월송정은 관동팔경 중에서 제일 남쪽에 있는 정자이다. 소나무들이 해변을 감싸고 있는 월송정에 서니 눈앞에 백사장이 빼꼼히 보인다. 이곳은 비갠 후 떠오른 밝은 달빛이 소나무 그늘에 비칠 때 가장 아름다운 풍치를 보여준다고 한다.


추암해변./사진=조성민


(둘째 날)

★관동제일루에 오르다

아침 햇살이 대지를 데우기 시작한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상큼한 공기가 마음을 쇄락하게 한다. 목적지 주차장에서 옷깃을 여미고 야트막한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길 양옆에서 대나무들이 반긴다. 어두컴컴한 터널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 숲을 지나 산 위에 있는 정자를 만났다. 울진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시야가 일품이다. 사방팔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관동팔경 중 경치가 으뜸이라 하여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내린 망양정이다. 드넓게 트인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만경창파가 빼어나기 때문이다. 망양정의 처마는 하늘을 향해 뻗어있어 솟구치는 힘이 묻어난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죽절초가 빨간색을 토해내며 농익은 몸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탈길을 내려가 방파제를 넘어 몽돌들로 가득 찬 해변에 섰다. 파도가 반갑다고 성급한 걸음으로 하얀 포말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바람에 뒷걸음을 쳤다.


★죽서루에 올라

삼척시 서편을 흐르는 오십천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자리한 죽서루를 찾아갔다. 수직 바위를 깎지 않고 정자를 세워 정자 기둥의 길이가 모두 제각각이란다.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제일 큰 누각으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또 유일하게 바다에 접하지 않고 내륙에 들어와 있는 것도 색다르다고 한다. 죽서루에 올라가 난간에 의지하면 사람은 공중에 떠 있고 강물은 아래에 있어 파란 물빛에 사람의 그림자가 거꾸로 잠긴다는 얘기를 듣고 똑같은 자세를 취해보았다. 죽서루 옆에 구멍이 크게 뚫린 용문바위가 있는데 소원성취의 문으로 알려져 있다. 집사람과 용문바위에 나란히 앉아 건강과 여유를 염원하며 포즈를 취했다.


★추암 촛대바위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추암해변으로 갔다. 동산을 넘어가자 바다를 배경으로 장관을 연출하며 빚어내는 해안 절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기암괴석 가운데 촛대바위가 나를 보란 듯이 능파대 앞에 개미허리를 자랑하며 서있다. 이곳은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이 되는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바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맑은 바닷물이 훤히 비친다. 바윗길을 따라서 촛대바위 맞은편에 있는 출렁다리로 갔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도중에 해안절벽 사이로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고, 촛대바위와 추암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옥빛바다와 하늘, 기암괴석이 하모니를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추암해변이 발길과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아 오래도록 머물렀다.


정동진 바다부채길./사진=조성민 


★정동진 바다부채길을 왕복하다

해안도로를 돌고 돌아 정동진 바다부채길 입구에 도착했다.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놓은 모양과 비슷하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라 명명하였단다. 심곡항에서 걸어 들어가자 바다를 향해 투명유리를 깐 전망 타워가 나온다. 전망 타워 앞에 있는 인공폭포가 물줄기를 세차게 쏟아내고, 전망 타워 언덕엔 미끈하고 키가 큰 소나무가 패션쇼를 하는 모양으로 우아하게 서있다. 바다 절벽을 따라 철판으로 만들어진 부채길을 따라 1km를 걸어가자 부채바위가 나타난다. 청량한 바람에 실리는 초록 향기에 취해 한참을 걸어가자 바다를 바라보며 투구를 쓰고 있는 형상에 비장함이 느껴지는 투구바위가 보인다. 절경에 취해 힘든 줄 모르고 가자 가파른 산이 가로막는다. 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올라가자 썬크루즈호텔 주차장이다. 매점에서 탄산수로 몸의 열기를 식히고 다시 돌아 나왔다. 바다부채길 왕복 5.8km를 트레킹하면서 집사람이 빼어난 경치의 바다부채길이 매력적이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경포대의 등 굽은 소나무

물이 깨끗해서 거울처럼 맑다는 경포호 북쪽 언덕에 있는 경포대로 갔다. 정철의 관동별곡에는 저녁이 되어 경포대에 달빛이 내리면 하늘, 바다, 호수, 술잔, 임의 눈동자에서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고 노래했고 동해안 제일의 달맞이 명소라고 했다. 경포대 주위에 소나무가 우거져있다. 곧게 뻗은 소나무 사이에 등 굽은 소나무가 눈에 띈다. 이 못난 소나무가 암시를 하는 것 같았다. 쭉쭉 뻗어 미끈한 소나무는 다 자라기도 전에 베어지지만, 구불구불해 못생긴 소나무는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아 천수를 누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신의 영달을 위해 잘난 체하면 뭇사람들의 시기 질투를 받아 곧은 나무처럼 잘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사람은 휘어지고 틀어진 나무처럼 별 볼 일 없을 것 같아 보여도 사회를 지탱하는 소금이 된다. 허리를 구부려 겸허한 소나무는 쓸모가 없는 가운데 쓸모가 있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의 교훈을 준다.


(셋째 날)

★낙산사 해돋이

새벽에 낙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낙산사 경내를 트레킹 했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30여 분을 걸어가자 바다 절벽에 의상대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해돋이를 구경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동이 튼 하늘을 응시하며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기다리자 태양이 조끔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다가 이내 온몸을 드러내고 세상을 밝힌다. 뻘겋게 타오르며 강렬하게 비치는 햇빛을 바라볼 때 강렬한 힘이 어깨에 솟는다. 의상대에서 보무당당하게 식당가로 걸어 내려와 순두부 백반으로 조반을 먹었다.


★청간정 벼랑 아래

청간정에 도착했다. 청간정은 설악산 꼭대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과 만경창파가 넘실거리는 기암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이다. 팔각지붕의 2층 누각에 12개의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정자에 올라서자 발아래가 가파른 절벽이다. 절벽에는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동서로는 동해안과 설악의 능선이 펼쳐지고, 남북으로는 청간천 하구와 기암절벽이 보인다. 벼랑 아래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정자에서 내려와 오솔길을 지나 백사장을 걸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풍경이 꿀맛 같았다.


화진포./사진=조성민 


★화진포에서 감회를 느끼다

화진포호는 바다와 인접하여 민물과 바닷물이 경계 없이 흐른다. 둘레가 16km인 화진포호 주변에는 100년이 넘는 금강송이 빼곡한 송림이 우거져 천혜의 절경을 이룬다. 호수와 바다 사이에 화진포 소나무숲 삼림욕장에는 군용콘도가 해변에 자리 잡고 있다. 전에 화진포콘도에서 수년간 여름휴가를 보낸 적이 있어 눈에 익숙한 곳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바닷가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화진포 성으로 올라갔다. 1930년대 외국 선교사가 유럽의 작은 성 모양을 본 따 건축하여 화진포의 성이라 불렸고, 1937년부터 외국선교사들의 휴양소로 사용되어 왔다. 해방 후 1948년부터 6.25 남침 전까지 김일성이 하계휴양소로 사용되어 지금은 김일성 별장이라고 불린다.


고성 통일전망대./사진=조성민


★통일전망대 철책이 해파랑길을 끊다

해파랑길의 마지막 코스인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도착했다. 이 전망대는 1983년에 북녘땅을 조망할 수 있는 최초로 세워진 전망대다. 2018년에 고성통일전망타워(34m)가 그 옆에 세워져 운영되고 있다. 전망 타워에서는 금강산의 끝자락인 해금강이 보이고, 선녀와 나무꾼 전설을 낳은 감호도 보인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북녘땅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벗 삼아 달려온 낭만의 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로 이어지는 호젓하고 멋스런 해안도로! 섬이 없어 시야가 탁 트인 동해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온 2천 리 여정! 그런데 철조망이 동서로 허리를 잘라 가로막아 이젠 더 이상 북쪽으로 갈 수가 없다. 2박 3일간의 해파랑길을 여행하면서 좋은 추억을 안고 서울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글/조성민 한양대 로스쿨 명예교수, 아태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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