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아태문인협회 조성민 여행작가, 서해안종단 여행기


구봉도./사진=조성민 


(여행 첫째 날)

★대부도에서 서해안종단여행을 시작하다

새벽에 왕십리를 출발하여 아침 8시에 대부도 속의 구봉도에 도착했다. 마침 간조시간이라 갯벌이 알몸을 드러내자 서너 명의 어부들이 삽과 망태를 허리에 차고 낙지를 잡으러 간다. 물 빠진 해안길을 걷는 내내 아침바다가 품안에 들어온다. 바다 가운데를 바라보니 물에 잠겼던 바위섬이 모습을 드러내고 바닷길이 열렸다. 호기심이 생겨 먼 거리를 돌아 바닷길 300여 미터를 걸어 바위섬으로 가자 하늘빛 바다가 한 가득 눈에 들어오고 해안풍광은 소박하며 서정적이다. 잠에서 깬 갈매기들이 날아와 갯벌에 내려앉더니 종종걸음으로 먹이를 찾으며 하루를 연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에서 트레킹하다

대부도에서 2시간 반을 달려 안면도 자연휴양림으로 갔다. 등산로에 들어서자 데크길인 스카이워크가 타원형을 그리며 잘 만들어져 있고 주위는 소나무들로 꽉 들어차있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뿜어내는 솔향기가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스카이워크가 끝나고 솔잎과 낙엽으로 덮인 오솔길을 오르자 모시조개봉(58.2m) 표지판이 반긴다. 산을 휘감아 더 올라 산마루에서 바지락봉(63m)을 보고 비탈길을 내려가 산허리를 따라 걸어 경사길로 올라가자 제법 너른 터에 탕건봉(92.7m)이 있다. 전망대에 서서 바다 멀리 보이는 여러 섬들을 헤아려보았다. 이어 내리막 오르막길을 따라가 새조개봉(92.4m)을 보고 테크로 설치된 내리막길로 가자 숲속의 집 간판이 보인다. 20여 채의 집을 숲속에 띠엄띠엄 지어 놓은 펜션이다. 이런 곳에서 며칠 쉬어가면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여 동안 소나무 숲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힐링 하는 시간을 가지며 트레킹을 했다.


★새만금 제방도로를 달려 선유도를 둘러보다

안면도에서 장항을 거쳐 군산과 부안 사이를 잇는 34km의 긴 거리를 자랑하는 새만금 방조제를 달렸다. 바다를 막아 육지로 만들었는데 여의도 면적의 140배라고 하니 간척지의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규모의 새만금 방조제가 서해안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제방도로를 달리며 간척지의 바람을 한껏 마시고 새만금 신시휴게소에서 오징어구이를 샀다.

새만금방조제 부근에 위치한 고군산군도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등 16개 유인도와 40여개의 무인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1986년에 선유도와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배를 타지 않고도 섬들을 볼 수가 있다. 차를 몰아 선유도해수욕장을 둘러보았다. 나중에 시간을 따로 내서 고군산군도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요기만 하고 돌아 나왔다.


변산 채석강./사진=조성민 


(여행 둘째 날)

★변산 해안절벽에서 자연의 신비를 느끼다

아침에 변산 앞바다에 섰다. 가득 차 있던 바닷물이 빠져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한다. 해넘이 채화대에서 바라보는 해안풍경이 맘을 활짝 열어준다. 격포해수욕장 백사장을 지나자 드넓은 바위벌판이 전개된다. 7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바닷물의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졌단다. 해식단애가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바윗길을 걸었다. 이곳은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처럼 아름다운 곳이라 채석강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이름값을 하려는지 채석강의 바다풍경이 장관이다. 자연이라는 예술가가 해안절벽과 바닷물 속의 드넓은 바위를 기묘한 작품으로 조각해 놓았다. 해변의 바위를 내리 뛰고 올라서기를 반복할 때, 썰물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해안돌개구멍에 갇혀 밀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안절벽이 끝나는 격포항 부근에 밀물과 썰물의 힘으로 생긴 해식동굴이 여러 개 보인다. 해안절벽에 생긴 틈바구니를 장구한 세월동안 파도와 바람이 깎고 판 것이다. 한 시간 반 동안 해안절벽과 해안에 광대하게 깔린 바위광장을 걸으면서 자연의 신비감을 느꼈다.


★영광 백수해안도로의 비경을 탐하다

변산에서 고창의 고인돌유적지에 들렸다가 굴비의 고장인 영광 법성포에서 굴비백반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식당주인에게 설명을 듣고 영광 칠산 앞바다의 구불구불한 해안을 따라 가는 백수해안도로를 찾아갔다. 홍농과 백수를 이어주는 영광대교에 들어서자 장쾌한 바다조망과 시야를 가르는 수평선이 장쾌하다. 해변에 갯벌이 없고 해안도로는 해면에서 높은 산중턱에 나있어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풍광에 눈이 호강을 한다. 칠산 앞마다의 황홀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영광군 벡수읍 백암리에서 길용리 마을까지 17km의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달렸다.


★함평 돌머리 갯벌탐방로를 걷다

육지의 끝이 바위로 되어 있어 돌머리(석두-石頭)라고 붙여진 해변으로 갔다. 돌머리마을은 천혜의 갯벌과 소나무숲 그리고 해수욕장이 어우러진 함평의 대표적인 어촌마을이다. 이곳의 갯벌을 걸으며 자연생태계를 체험하고자 했으나 만조가 되어 바닷물이 해변을 뒤덮어버렸다. 바다 가운데로 놓여진 데크길인 갯벌탐방로(405)를 세차게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왕복을 했다.


★목포 유달산의 수문장 노적봉을 찾아가다

유달산을 찾아가자 산 초입에 바위산인 노적봉(60m)이 보초를 서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적은 군사로 많은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노적봉을 짚과 섶으로 둘러 군량미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처럼 위장하여, 왜군이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게 한 유서 깊은 곳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유달산에 오르자 목포시내전경과 목포항이 한 눈에 굽어보인다. 유달산은도심속에 우뚝 솟아 목포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예혼을 일깨워 준 작지만 명산이다.


★진도 세방낙조전망대에서 일몰을 지켜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진도의 세방낙조전망대에 섰다. 아름다운 낙조를 보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넓은 전망대를 메웠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수많은 섬들이 바다를 장식하고 있는 경관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며 카메라셔터를 눌러대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해가 바다 속으로 빠질 무렵의 섬과 섬 사이를 수놓는 파노라마는 가히 걸작품이라 할만하다. 붉은 노을이 수평선으로 드리우는 장면에 숨을 고른다. 17시 30분이 되자 빛을 발하던 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자 모두들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한다.


두륜산./사진=조성민 


(여행 셋째 날)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 정산을 밟다

해남의 두륜산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다.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이 우리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8시 40분에 운행하는 첫 번째 케이블카를 타자 선로 길이 1,600m를 운행한다. 등산로를 따라가자 동백나무 단풍나무 삼나무 들이 바닷바람을 막아준다. 전망대 옥상으로 올라가 해남시내와 완도 진도 등 많은 섬들을 바라다보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산길 따라 오르자 두륜산 8봉우리 중에서 4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고계봉(638m)표지석이 길을 막는다. 정상표지석과 어깨동무를 하고 셀카봉을 눌러댔다. 고계봉에서 내려와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동안에 승강장 간이매점에서 오뎅을 사서 마셨다. 높은 산에서 마시는 뜨거운 국물이 몸을 쇄락하게 하며 피로를 풀어준다.


★완도 구계등 갯돌을 즈려밟다

완도대교를 지나 완도읍 정도리의 해안선인 구계등으로 갔다. 바다를 내려가는 자갈해변이 아홉 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붙여진 이름이다. 주먹크기에서부터 축구공만한 미끈한 몽돌들이 해안을 그득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변가의 둥근 돌을 갯돌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파도와 물살에 깎이고 깎이어 부드럽게 잘 다듬어져 매끈한 몸매를 뽐내고 있다.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자태의 갯돌을 즈려밟을 때마다 ‘촤그라악 촤그라악’ 하며 내는 소리의 공명이 무척이나 길게 울려 퍼진다.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았다. 갯돌소리가 어떻게 긴 공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도 밟을 때마다 9단계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갯돌소리의 울림이 긴 파장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다. 갯돌 밟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을바다 내음을 맡고 파도소리를 벗 삼아 구계등 해안을 한참 동안 걸었다.


★청산도를 일주하다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자동차를 싣고 청산도로 향했다. 완도에서 50여리 떨어진 청산도는 바다, 산, 하늘이 사시사철 푸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50여분을 달려 청산도항에 닿았다. 멀리 떨어진 곳,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섬을 밟자 감개가 무량하다. 청산도항에서 해안을 따라 오른 쪽 언덕으로 차를 몰아 편제 촬영지를 만났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던 고즈넉한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길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진도아리랑이 구성지게 울려 퍼진다. 집사람이 노랫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학처럼 우아하게 발걸음을 뗀다.

다시 차를 몰아 구들장논 체험장을 찾아갔다. 구들장논은 돌을 세로로 쌓고 그 위에 구들장을 놓은 후 흙을 덮어 만들었단다. 돌이 많고 물과 흙이 부족한 청산도의 특성을 보완한 섬사람들의 슬기로움이 돋보인다. 구들장논을 보고 옛담장마을로 갔다. 마을전체가 질서정연하게 쌓은 돌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로 잰 듯이 켜켜이 쌓아올린 돌담은 소박하게 지어진 농가와 조화를 이루며 포근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백리의 해안도로를 일주하며 청산도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나니 배시간이 다되어 항구로 갔다.


보길도./사진=조성민


(여행 넷째 날)

★땅끝마을 표지석 앞에 서다

해가 뜨기 전에 땅끝전망대로 가기 위해 오솔길을 걸었다. 훈훈한 바람과 처얼썩 처얼썩 쳐대는 파도소리가 숲의 정령을 깨운다. 땅끝전망대 난간 앞에 서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자 태양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7시 15분이 되자 해가 온몸을 드러내고 찬란한 금빛세상을 연다. 떠오른 태양을 보자 뜨거운 열정이 가슴에 솟구친다. 전망대에서 땅끝선착장으로 가자 입구에 “땅끝마을”이라는 표지석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벅찬 마음에 그 앞에 한참이나 서있었다. 땅끝마을은 우리나라 육지의 끝이 되는 지점으로 서해와 남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거리가 삼천리이므로, 우리나라가 삼천리금수강산이 되었다. 보길도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노화도선착에서 내렸다.


★보길도에서 서해안종단여행을 마치다

노화도에서 보길대교를 지나 보길도 서쪽 끝에 있는 망끝전망대로 갔다. 한라산 산신이 지리산 산신의 초대를 받아 가던 중 보길도 산봉우리에 걸린 달 모습에 취했다는 망원봉 끝부분이라 하여 “망끝”이라고 불린다. 다시 해안도로를 달려 해변의 돌들이 공룡알처럼 보인다는 공룡알해안으로 갔다. 여기서부턴 해안절벽이 가파러 해안도로가 끊겨버렸다. 보죽산(195m)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해안도로를 돌아 나와 윤선도의 문학적 배경과 삶의 자취가 깃든 부용동에 있는 윤선도 원림(정원)으로 가서 세연정을 둘러보았다. 정자와 연못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정자에선 자연풍광을 즐기고, 연못에선 조각배를 타고 어부사시사를 부르며 속절없는 세월을 낚던 고산 윤선도의 선비정신이 물씬 묻어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연정에서 보길도 동쪽 끝 해변 석벽에 있는 송시열 암각시문(글씐바위)을 보러갔다. 송시열이 숙종 때 제주도로 귀양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상륙했던 풍광이 수려한 바위산이다. 이어 검은 자갈과 상록수림으로 이루어진 예송 해수욕장을 보았다.


보길도를 다 둘러보고 며칠간의 여정을 회상했다. 대부도 속의 구봉도-안면도 자연휴양림-새만금방조제-군산 선유도-변산 채석강-고창 고인돌 유적지-영광 백수해안도로-함평 돌머리 갯벌탐방로-목포 유달산-진도 세방낙조전망대-해남 두륜산-완도 구계등-청산도-땅끝마을-보길도를 3박 4일 동안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는 생각에 즐거움과 뿌듯함이 충만했다.


글/한양대 조성민 명예교수, 아태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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