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울릉도 여행기, 아태문인협회 조성민 이사장/여행작가

온라인뉴스팀
2019-11-11



봉래폭포./사진=조성민 


 (여행 첫째 날)

★울릉도를 만나 봉래폭포로 가다

묵호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161km를 3시간 동안 달려 정오에 울릉도 도동항에 입항했다. 울릉도는 인구 10,000명, 자동차 4,000대, 동서간 길이 96.3km, 남북간 길이 34.8km의 화산섬으로 해안의 대부분은 절벽을 이룬다. 2018년 12월에 울릉도 일주도로가 완공되어 섬주민들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마이크로버스로 봉래폭포 입구로 갔다. 산길을 걸어 오르다 풍혈을 만나 동굴로 들어가자 바위구멍에서 서늘한 바람이 나온다. 풍혈은 땅속에서 차갑거나 따뜻한 바람이 불어나오는 구멍이다. 풍혈을 보고 산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자 성인봉으로 오르는 주삿골 안쪽에 300m의 3단 폭포인 봉래폭포가 물줄기를 힘차게 쏟아 내린다. 꼭대기의 1단은 수직으로 떨어지고 2단에서는 세 갈래의 물줄기로 나뉘어 뿌리다가 3단에서는 하나로 합쳐져 낙하한다. 벼랑으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면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물의 지혜, 구정물까지 받아주는 물의 포용력,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물의 융통성과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물의 대의”처럼 살라는 말을 떠올렸다.


★내수전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보다

봉래폭포를 둘러보고 가파른 산길을 돌고 돌아 내수전 전망대로 갔다. 울릉도 개척민이던 김내수라는 사람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하여 내수전이라고 한단다. 산중턱 전망대 입구부터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자 급경사 산비탈에도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섬사람들의 부지런함과 억척스러움이 배어나는 모습에 차분한 마음이다. 좁고 호젓한 오솔길을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터널을 이루어 운치를 더한다. 산봉우리 바위 꼭대기에 데크로 사각형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동쪽으로는 죽도와 관음도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저동항이 보인다. 내수전 전망대는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다.


★저동항 방파제에서 촛대바위를 쳐다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울릉도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으로 갔다. 방파제로 올라가자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촛대를 세워놓은 듯한 형상의 촛대바위다. 원래는 바위섬이었으나 방파제 공사로 인해 저동항 방파제와 맞붙어 있단다. 이 바위는 효녀바위라고도 하는데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아내와 사별한 노인이 딸과 함께 살다가 양식이 모자라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심한 풍랑을 만나 실종이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하던 딸이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로 보내다가 멀리서 돛단배가 바람에 밀려오는 것을 보고, 파도를 헤치고 다가가다가 파도를 이기지 못해 그 자리에 우뚝 선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밤길을 걷다

도동항 식당에서 홍합죽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날씨가 흐려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하고 날이 어두컴컴한데 하늘에는 별도 보이질 않는다. 해안 따라 만들어진 길은 바다 쪽으로 알미늄 봉과 세 가닥의 쇠밧줄이 설치되어 있는데 가로등 불빛에 반짝거린다. 칠흑 같은 밤바다를 멀리 보이는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 불빛인 어화(漁火)가 환하게 밝히는 풍경이 장관이다.  해안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2.6km의 거리이다. 밤길을 반 시간 정도 걷자 다리가 아파 가던 길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로등 불빛에 밀려온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고 반복해서 부딪치는 모습을 보면서, 파도의 부지런함과 바위의 참을성을 배우게 되어 가던 걸음을 계속했다. 오르막 내리막의 해안도로를 한참 걷자 행남등대로 이어지는 산길이 나타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도동항 쪽으로 돌아 나왔다. 왕복 한 시간 반을 걷는 동안 울릉도 밤바다의 야경이 마음의 풍요로움을 만끽시켜 주었다.


(여행 둘째 날)

★섬사람들의 길잡이는 바위향나무

아침 여덟시에 도동에서 사동항을 지나 통구미 마을에 도착했다. 통구미는 마을 양쪽에 깊고 좁은 골짜기가 있어 거북이가 들어가는 통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닷가에 기암괴석이 하늘로 기어오르는 거북 모양을 하고 서 있다. 거북바위 수직절벽엔 해풍에 시달리며 강인하게 서 있는 향나무가 초록빛을 뿜어낸다. 세월이 흘러도 독특한 향기를 잃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바위향나무는 섬사람들의 모진 삶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길잡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북바위를 뒤로 하고 낙타바위가 있는 남양마을을 지난다. 남양마을은 비파산을 사이에 두고 양쪽 골짜기에서 냇물이 흘러내려 골계라고도 한다. 울릉도에서 가장 따뜻한 남쪽이란 뜻의 남양은 겨울에 눈이 내리면 가장 빨리 녹는 지역이다. 버스가 바닷바람을 가를 때 바위모양이 버섯모양을 닮은 버섯바위가 모인다. 이어 조그만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곰바위 터널을 지나 태하마을로 갔다.

 

조성민 교수 부부./사진=조성민 


★대풍감 해안절경에 매료되다

태하마을에 도착하여 모노레일을 탔다. 처음 타보는 모노레일은 궤도가 외줄인데도 옆으로 넘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600m 거리의 가파른 산길을 쉽게 올라 호젓한 산길을 걸어 태하등대 맞은편에 있는 전망대에 섰다. 깊고 깊은 바다절벽 위에 세워진 투명유리를 깐 바닥 위를 걷자 고소공포증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멋스런 해안비경을 바라보고 스릴을 만끽하면서, 기암괴석이 늘어선 해안풍경을 오롯이 감상했다. 저 멀리 발아래로 보이는 투명한 바다는 산뜻한 분위기로 풍경을 치장하고 있다. 들쭉날쭉한 해안선 따라 길게 이어지는 바위절벽엔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딪친다. 이곳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옛날에는 돛단배로 육지를 향해 출항할 때, 사공들이 이곳에서 바람을 기다리던 곳이라는 데서 대풍감(待風坎)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추산마을 명칭의 유래를 알다

북면 현포리에 있는 송곳산(430m)으로 갔다. 송곳산은 수직암벽의 봉우리가 송곳을 수직으로 세워놓은 것처럼 뾰족하게 생겼다고 하여, 인근마을의 이름도 송곳산의 한자 이름인 송곳 추(錐)자를 써서 추산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송곳산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아 집사람과 사진을 찍으며 실컷 웃고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했다.



송곳산./사진=조성민 


★나리분지에서 더덕전을 먹다

산을 돌고 오르고 내리며 나리분지로 갔다. 나리분지는 화구분지로 울릉도에서 유일한 넓은 평지이다. 포근하고 바람이 없는 마을로 외륜산(500m)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제일 높은 곳이 남쪽에 위치한 성인봉(984m)이고 중앙에는 원추형의 중앙화구인 알봉(611m)이 있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배수가 잘되어 밭농사로 조를 많이 심는다고 한다. 그런데 겨울에는 눈이 3m 이상 쌓인다고 한다. 식당에 들러 더덕전을 먹었는데 쓴맛이 전혀 없어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었다. 울릉도 더덕은 향이 뛰어나고 육질이 연하며 심이 없고 아린 맛이 덜해 생으로 먹어도 맛이 일품이라고 식당주인이 자랑을 한다. 


★삼선암의 전설을 듣다

천부리 앞바다에 우뚝 서 있는 세 개의 기암인 삼선암의 전설을 들었다. 옛날에 하늘나라의 세 선녀가 울릉도 바다의 풍광에 반해 이곳으로 내려와 목욕을 하고 싶어 했다. 옥황상제가 걱정이 되어 건장한 장수를 호위무사로 동행을 시켰다. 세 선녀가 목욕을 하고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막내선녀가 함께 온 장수와 사랑을 나누다 그만 돌아갈 시간을 놓쳤다. 옥황상제가 노해 세 선녀를 바위로 만들어버렸다.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바위가 언니들이고 홀로 떨어져 있는 바위가 막내동생이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가장 큰 막내선녀 바위에는 지금도 풀 한 포기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자신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은 살아 있어도 죽은 목숨과 같다는 것을 삼선암이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관음도./사진=조성민 


★관음도 전망대를 오르며 사색에 잠기다

현무암에 둘러싸여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살지 않는 관음도로 갔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언덕을 걸어가자 연도교가 나온다. 보행연도교는 2013년도에 완공되어 사람들이 이 다리로 쉽게 섬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해안절벽 사이를 이어주는 연도교를 걸으며 배를 타지 않고 건네게 해주는 다리가 무척이나 감사하다는 맘이 들었다. 다리를 건너자 가파른 언덕의 데크길에서 자연과 흙내음을 맡을 수가 있어 고향의 향수에 젖게 한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섬과 바다를 바라다보자, 억새밭과 주상절리가 어우러져 막힘없는 풍광을 보여주는 모습에 관음도는 천혜의 명승지로 예술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 셋째 날)

★등산로 입구에서 장끼와 마주치다

성인봉을 오르기 위해 택시를 타고 KBS 중계소 앞까지 갔다. 산길로 들어서자마자 농사용 모노레일이 깔려있는 밭 덤불에서 인기척에 놀랐는지 장끼 한 마리가 소리를 지르며 날아간다. 어릴 때 시골에서 듣던 장끼울음소리를 오랜만에 들으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오솔길을 따라 오르노라니 장마에 빗물이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며 길에 수북이 쌓인 솔잎을 길옆으로 치워 등산로가 깔끔하다. 길옆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쉬엄쉬엄 걸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산허리를 따라 곡선을 그리며 완만한 경사를 이뤄 걷기에 편해 구름다리를 지나 팔각정을 만날 때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성인봉에서 만세를 부르다

유유자적하며 두 시간 반 동안 산을 타다 보니 성인봉(984m)에 올랐다. 성인봉 표지석을 껴안고 나서 만세를 불렀다.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는 성인봉(聖人峰)은 형제봉 나리령 미륵산 등 크고 작은 봉우리를 거느리며 세 방향으로 뻗어내려 서면 북면 울릉읍을 가르는 경계를 이루고 있는 동해의 한 가운데 우뚝 솟은 명산이다. 금방이라도 요정이 나타날 것만 같은 말하기조차 신비스럽고 천년의 문을 열고 닫는 것만 같았다. 성인봉 정상부근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인 원시림이 형성되어 있는데, 원시림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주민 수가 적고 사람들의 접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란다.



저동항./사진=조성민 


★원시림에서 신선이 되다  

성인봉을 밟은 기쁨을 뒤로 하고 바위를 타고 내려오자 도동과 나리분지를 가리키는 갈림길이 나온다. 집사람(이정섭 한양대 명예교수/대한에니어그램영성학회 회장)이 나리분지 쪽으로 가자며 앞장을 선다. 오른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자 급경사의 데크길이 이어진다. 여기부터 나리분지까지가 원시림을 이루는 곳인가 보다. 가파른 산을 둘러보니 세월의 풍상을 견디지 못한 커다란 나무들이 여기저기에 나자빠져 있다. 생명을 잃고 쓰러져 있는 고목을 굵은 칡넝쿨이 노란 잎으로 덮어 새 생명을 탄생시키려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 드넓은 산엔 진초록 참고비가 아름다운 채색을 뽐내고 있고, 숲이 우거진 깊은 골엔 자욱한 안개가 하얀 세상을 만들어 별천지에 온 것처럼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생각으로 이곳 원시림에서 신선이 된다. 급경사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가 마음의 평안을 더해준다.

 

긴 내리막길이 끝나고 신령수를 만났다. 바위 속을 들여다보니 용출지에서 샘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바가지로 물을 받아서 등산하는 동안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신령수의 냉기가 몸을 쇠락하게 해주어 몸이 가벼워진다. 넓은 길을 만나 상쾌한 마음으로 겅중겅중 걷자 낭리분지 마을이 나온다. 도동-KBS 중계소-출렁다리-팔각정-성인봉-원시림-신령수-나리분지로 이어지는 7.9km의 등산로를 네 시간 반 동안을 걸어서, 성인봉을 종주했다는 뿌듯한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나리분지에서 도동항으로 갔다. 오후 4시에 묵호항으로 가는 배에 오르며 섬을 향해 손을 수없이 흔들며 울릉도와 작별했다. 


글/조성민 여행작가/한양대 로스쿨 명예교수/아태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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