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조성민 여행작가, 남해안경관도로 15선 횡단 여행기

온라인뉴스팀
2019-08-09


사진_신선대 절경(거제)


(여행 첫째 날)

★고흥반도에서 남해안경관도로 횡단여행을 시작하다

국토교통부에서 선정한 「남해안경관도로 15선」을 여행하기 위해 새벽에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몇 시간을 달려 고흥에 도착했다. 고흥반도는 해남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의 남해안으로 뻗은 곳이다. 한산하고 곧게 뻗은 도로를 달려 남해안경관도로의 시작점인 녹동항에서 발로 땅을 쿵쿵 울렸다. 소록대교를 지나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를 건너 섬들이 올망졸망하게 서 있는 바다 풍경을 눈요기하면서 익금해변을 거쳐 오천몽돌해변에 도착했다. 고흥반도의 서쪽해안길인 녹동항에서 오천항까지 이어지는 길이 ① 고흥거금해안경관길(23km)이다. 남해안의 아름다운 열다섯 길 중에서 스타트를 잘 끊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즐겁다.

자동차를 돌려 고흥반도 동쪽해안으로 가서 지붕 없는 미술관전망대에 섰다. 전망대 앞바다가 액자 속의 그림을 연출하는 멋진 장면을 보고 남열해돋이해변 백사장을 걸었다. 보슬비가 발길을 멈추게 하므로 산등성이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우주발사전망대 11층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를 마시며 높은 회전식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어디를 바라봐도 걸작이었다. 커피콩 빵을 먹고 있노라니 천천히 도는 테이블 앞의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사자바위 몽돌해변 용바위를 한꺼번에 스케치했다. 다시 산길을 돌아 팔영대교를 건너 적금도를 밟았다. 지붕 없는 미술관전망대에서 적금도까지 ② 고흥남열해맞이길(8km)을 잘 둘러보았다.



★와온해변을 품은 여자만에 반하다

세 번째 경관도로를 찾아가기 위해 순천으로 향하는데, 집사람(한양대 명예교수·대한에니어그램영성학회 회장)이 순천만습지를 보너스로 보고가자고 한다. 좋은 생각이라고 하며 순천만의 상징인 160만평의 갈대밭으로 갔다. 드넓은 습지에 놓인 데크길을 걷는데 갈대 우거진 진흙밭에 수많은 구멍들이 보인다. 빨간 외발집게다리를 가진 농게들이 몸집을 웅크리며 작은 구멍을 들며나는 모습이 귀엽다. 갈대밭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어 완만한 경사길 따라 용산전망대(92m)에 섰다. 왼편엔 작게 보이는 솔섬이 앙증스럽고 오른 편엔 동천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이 휘휘 돌아 S자를 그리며 순천만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들뜬 마음을 안고 갯벌로 이루어진 와온해변으로 갔다.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길을 여자만이 품고 있다. 여자만은 여수시 화성면 여자도를 중심으로 보성군 순천시 여수시 고흥군으로 둘러싸인 내해이다. 여자만갯가길의 운치에 반해 휘파람을 불며 여수갯벌마을인 장척마을을 지나 가사리습지생태공원 전망대에 섰다. 와온해변에서 여자만전망대까지 이르는 ③ 순천·여자만갯가길(23km)을 지나자 하루를 마감하는 어둠이 깔린다.


★여수밤바다를 만끽하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용주리-소호동동다리-이순신광장을 거쳐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공원까지 어렵사리 찾아왔다. 이 코스가 ④ 여수밤바다로(19km)이다. 밤거리를 걷기보다는 케이블카로 여수의 야경을 보기로 했다. 여수해상케이블카 정거장으로 올라가자 강풍이 분다. 안내원에게 위험하지 않겠냐고 묻자 흔들림이 심할 뿐 괜찮다고 한다. 케이블카에 앉아 손잡이를 잡았다. 산비탈에 서있는 겨자색 분홍색 빨간색의 집들이 파란바닷물과 어울리고, 오색찬란한 네온사인이 밤바다를 물들인다. 조금씩 흔들리며 바다 위를 떠가던 케이블카가 세차게 부는 바람에 좌우로 흔들리는 진폭이 대단하다. 겁이 덜컹 났지만 한편으로는 스릴 만점이다.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자 외항에 정박해 있는 화물선들이 항구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열병하듯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밤바다의 야경을 만끽하고 언덕을 내려오는 길이 내린 비로 촉촉이 적셔있었다.


한양대학교 조성민 교수 부부.(사진=조성민)    


(여행 둘째 날)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광양만을 눈에 담다

아침에 여수엑스포공원을 산책하고 남해안경관도로 다섯째 코스인 ⑤ 여수·광양이순신로(6.6km)를 찾아갔다. 이 길은 여수와 묘도를 묘도대교가 이어주고, 묘도와 광양을 이순신대교가 징검다리처럼 이어준다. 광양시 남부와 여수반도 사이에 자리한 광양만은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이 긴 여정 끝에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이순신대교를 지나며 광양만을 눈에 담고 또 담았다. 광양시내를 관통하여 구봉산으로 향했다. 구봉산(473m)은 봉화산이란 뜻을 가진 봉수(불과 연기)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구봉산전망대에서 휴대용 쌍안경으로 컨테이너 부두에 초점을 맞췄다. 거대한 몸집의 기중기들이 고개를 하늘로 빳빳이 쳐들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제철소로 유명한 광양의 상징이라는 생각을 했다.



★노량대교를 건너 관음포에 이르다

동광양 IC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하동 금남면사무소에 도착했다. 언덕 아래에 있는 어촌마을이 푸근하고 한가로워 보였다. 하늘을 쳐다보니 남해대교와 노량대교가 나란히 하동과 남해사이의 노량해협을 연결하고 있다. 이 해협은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의 현장이다. 노량해협을 흐르는 물살을 바라보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노량대교를 건너서 관음포로 갔다. 금남면사무소부터 관음포까지가 ⑥ 하동·남해이순신호국로(5.5km)이다. 관음포에 자리한 이순신 순국공원에서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충무공의 좌우명을 되새겼다.


★다랭이마을에서 지혜를 배우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마음은 어느 곳이든 설렌다. 남해군 서면 서상항에서 이동면 신전삼거리까지 이어지는 ⑦ 남해남면해안도로(30km)를 찾기 위해 내비게이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조그만 포구인 서상항에 들렸다가 사촌해수욕장으로 들어가 바닷물에 세수를 했다. 상큼한 기분으로 바다와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산허리길을 달려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가천다랭이마을로 들어갔다. 집들이 촘촘히 서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지 빵집과 카페들이 눈길을 끈다. 산비탈엔 다랭이논들이 층층이 있고 벼가 잘 자라고 있었다. 다랭이논은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만든 인간의 삶과 자연의 절묘한 조화이다. 다랭이논은 절벽해안에 배를 띄울 수 없어 산비탈에 만든 작지만 자투리땅도 소중히 여기는 옛사람들의 근면함과 억척스러움을 일깨워주는 자연학습장이다. 길게 이어지던 산길이 이동면 무림리 신전삼거리에서 끝이 난다. 삼거리부터 삼동초등학교까지의 길이 ⑧ 남해물미해안도로(35.2km)이다. 상주은모래해수욕장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남해지도를 구해 지형감각을 익혔다. 미조항을 지나 산길을 달려 주황색 지붕이 예쁜 독일마을을 거쳐 삼동면 동천리에 소재한 삼동초등학교 정문을 만났다.


★창선삼천포대교의 5개 교량 이름을 공부하다

남해에서 사천으로 가려면 창선도와 삼천포를 잇는 ⑨ 남해·사천동대만해안도로(14km)를 지나야 한다. 창선삼천포대교를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하여 달렸다. 남해 지족리부터 다리를 여러 개 건너 삼천포에 도착했는데 5개의 교량인 단항교(지족리-창선도), 창선대교(창선도-늑도), 늑도대교(늑도-초양도), 초양대교(초양도-모개도), 삼천포대교(모개도-삼천포)로 이루어진 것이 창선삼천포대교란다. 다리 이름은 하나인데 여러 개의 교량이 있다는 것이 이채롭지만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고성상족암에서 태고의 신비를 느끼다

삼천포를 지나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에서 하일면 학림리 사이인 ⑩ 고성자란마루길(9.7km)을 달려 공룡발자국으로 유명한 상족암으로 갔다. 드넓은 반석이 해변을 덮고 있고 평평한 해악반석 위에 공룡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중생대의 오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절벽에 설치된 데크길을 따라가 밥상다리 형상을 한 상족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풍화와 침식을 거듭한 세월의 흔적이 경이롭다. 중생대 발기인 백악기 때 공룡들의 집단서식지라서 그런지 공룡의 흔적이 가득 차 있었다. 고성만을 껴안고 있는 두포리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고성만은 높은 산줄기가 바람을 막고 있어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한 곳이다. 삼산면 두포리에서 고성읍 월평리 사이에 있는 도로가 ⑪ 고성만해지개길(11.7km)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구비 쳐 흐르는 길이 매력적이다. 물 위로 인도를 길게 만들어 놓아 사람들이 바다 위를 거닐 수 있게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사진_이순신 대교(여수-광양)


(여행 셋째 날)

★미륵산 정상에서 눈을 호강시키다

충무김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통영 평림동에서 인평동까지 이어지는 ⑫ 통영평인노을길(10.9km)로 들어섰다. 바다를 차지하고 있는 양식장들이 연출하는 풍경은 푸른 비단이 명주실로 수를 놓은 듯 섬섬옥수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통영대교를 건너 통영해저터널 이정표를 지나 산양읍의 삼덕항을 들러보고 산양일주도로에 있는 달아전망대에 올랐다. 사방이 탁 트인 곳이었지만 나무들이 빙 둘러 우거져 발아래 산밑은 보이지 않았다. 내리막 산길을 달려 마동마을을 만나 산꼭대기의 통영국립수산과학관을 보고 해안길 따라 거북이걸음으로 마동항(옛이름은 척포항)을 돌아 고개에 이르자 신봉삼거리에서 좋은 경치가 끝난다. 삼덕항에서 신봉삼거리까지가 ⑬ 통영미륵도달아길(9.8km)이다.

내친 김에 미륵산정상을 보기 위해 미륵산케이블카를 탔다. 2km의 케이블카 선로 따라 오를 때 통영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륵산 8부 능선에서 걸어서 정상에 이르자 461m라고 쓴 돌판이 가운데 서있다. 쨍쨍 내리 쬐는 태양이 바다에 점점이 찍힌 섬들을 비춰주어 360도를 돌며 한려수도의 비경을 맘껏 음미하고 즐겼다.



사진_고성 앞바다

 

★바람의 언덕에서 미래를 그리다

거제대교를 건너고 도중에 관광안내소에서 거제도 지도를 구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바닷가 쌍근마을로 내려갔다. 햇빛에 빛나는 부드러운 해안선을 뒤로하고 명사해수욕장을 지나 비포장산길로 들어서 병대도전망대에서 섬들을 헤아려보았다. 쌍근마을에서 산길과 아름다운 해안길을 돌고 ⑭ 거제홍포·여차해안도로(20km)의 종착지인 바람의 언덕에 도착했다. 언덕배기에 이곳 랜드마크인 풍차가 길손을 맞는다. 비탈에 우거진 갈대를 보며 바람의 언덕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이름값대로 세찬해풍이 불어와 땀을 식히며 시원함을 선사한다. 바람을 등지고 바다와 언덕이 조화를 이루는 길을 편하게 올라가,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풍차 앞에 서서 미래에 펼쳐질 모습을 삼각형을 그리고 사각형으로 그렸다가 다시 동그라미로 그렸다.


★거제에서 남해안경관도로 횡단여행을 마치다

바람의 언덕 맞은편 해안에 있는 신선대로 갔다.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 붙여진 이름이다. 4층으로 쌓인 거대한 암반이 해안에 자리 잡고 그 옆 암봉 꼭대기에 서 있는 소나무가 동양화를 그려낸다. 해안에 늘어져 있는 반석에 부딪쳤다 깨어지는 파도의 흰 포말이 바람에 흩날리며 아롱진다. 신선대를 뒤로하고 아름다운 해안길을 달리는데 활짝 핀 남보라 수국이 탐스런 모습으로 즐거움을 샘솟게 한다. 수국꽃길에서 싱글벙글 하다보니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을 만나서 검은색 몽돌해변을 걸었다. 밟을 때마다 몽돌들이 땅속으로 꺼지는 느낌에 촉감이 좋았다. 햇볕에 달궈진 몽들 위에 눕자 파도소리가 마음의 평안을 준다. 다시 쪽빛바다를 바라보며 내닫다보니 학동와현모래숲해변에 도착했다. 신선대에서 여기까지가 ⑮ 거제학동·와현해안도로(17.31km)이다. 이곳이 남해안경관도로 횡단여행이 끝나는 종착점이다. 와현모래숲해수욕장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큰 소리로 만세를 불렀다. 백사장에 큰 대자로 누워 파란 하늘을 응시했다. 고흥에서 시작하여 순천-여수-광양-하동-남해-고성-통영을 거쳐 거제도까지 3일 동안 700km를 달려온 즐거웠던 여정이 머릿속에서 활동사진처럼 돌아간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남해안경관도로 15선」을 찾아 너무너무 헤맸지만 잘 마쳤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이 넘치고 또 흘려 넘친다.


글/조성민 한양대 로스쿨 명예교수, 아태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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