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아태문인협회 조성민 여행작가, 사량도/욕지도 여행기

온라인뉴스팀
2019-07-10


사량도(사진=조성민)


(여행 첫째 날)

★사량도 속살을 보러가다

바닷바람이 빰을 알싸하게 스친다.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끼며 통영 미수항에서 아침 7시에 사량도로 가는 여객선을 탔다. 맑은 날씨라 파도가 잔잔하게 일렁인다. 선착장을 빠져나간 여객선이 달리기 시작하자 흰 물살이 길게 끌려온다. 선미에서 힘차게 갈라지는 하얀 물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바다에 터를 일구어 만들어진 굴양식장들이 이채롭다. 한참을 달려온 여객선이 뱃고동을 울리며 사량도 아랫섬의 능양항에 닻을 내린다. 선착장에 내려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아랫섬의 산길을 넘어 윗섬으로 연결되는 사량대교를 건너 돈지마을에 도착했다. 사량도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리망산-불모산-가마봉-출렁다리-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사량도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종주 산행을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리망산 정상에 우뚝 서다

돈지마을에서 등산로로 접어들어 비탈길 따라 심호흡을 하며 쉬엄쉬엄 발걸음을 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길은 날카로운 바위와 나무숲이 계속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동안 비탈길을 올라 산마루에 이르자, 커다란 너럭바위가 아롱지는 물결처럼 톱니모양으로 뾰족뾰족해 미끄럽지 않은 것이 사량도 산길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라 산중턱부터는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 그림 같은 경치가 신바람 나게 한다. 바위능선의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한 후에 398m 지리망산 정상에 올랐다. 맑은 날에는 여기에서 지리산을 바라볼 수 있다하여 지리망산이라고 불리고, 이 섬의 주민들은 그냥 지리산으로도 부른다. 마을 입구에서 이곳까지 2시간에 걸친 등산으로 흘린 땀을 식히며 첫 번째 암봉인 지리망산 정상에 우뚝 섰다. 종주산행의 시작을 잘 열었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사방을 빙 둘러 보았다. 미끈하게 뻗은 산세와 사량도 쪽빛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비경을 연출한다. 해안선을 따라 바닷물이 햇살을 받으며 아롱진다. 험준한 산세와 암릉의 빼어난 자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무숲과 어우러지는 초승달 같은 해변의 경관을 눈에 실컷 담았다. 지리망산 정상에서 고즈넉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넉넉한 마음을 가졌다.


★칼등능선을 쩔쩔매며 넘다

지리망산 정상에서 내려오다 접골재 휴게소에서 얼음생수를 사서 마셨다. 땀을 많이 흘린 몸에 차가운 물이 피로감을 날려주고 원기를 솟게 해준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가자 길이 서서히 가팔라지다가 급경사의 어마어마한 바위봉우리와 마주쳤는데 불모산이다. 불모산은 암봉으로 치솟아 주변에 나무가 없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400m 높이로 사량도의 최고봉이며 달바위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불모산 정상 하단 부분에 있는 구멍 속의 바위가 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불모산 정상이면서 동시에 달바위봉은 칼등능선이다. 칼날 같은 능선이라 이곳을 넘어가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많은 등산객들이 겁을 먹고 우회를 한다. 달바위봉의 칼등능선을 지나가려 하자 집사람과 준희가 밑에 난 길로 돌아가자고 한다. 집사람과 준희에게는 우회하라고 하고, 용기를 내어 칼등능선에 도전하기로 했다. 발아래로 수천 길 낭떠러지가 까마득히 보여 고소공포증으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칼등바위에 설치된 알미늄봉 난간을 두 손으로 꽉 움켜잡으며 게걸음쳤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오금이 저렸지만, 발밑에서 펼쳐지는 산과 바다가 펼치는 절경의 파노라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이런 광경을 두고 “진통 속의 쾌감”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칼날 같은 바위 등을 타고 불모산 정상을 내려오자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자신감에 어깨가 펴진다.



★가마봉 수직철계단에서 뒷걸음치다

암릉길을 어렵게 지나자 또다시 거대한 수직바위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어마어마한 바위 봉을 넘을 수 있도록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계단을 오를 때 뒤로 나자빠질 수 있다는 공연한 걱정에 허리를 많이 숙이고 기다시피 바위 꼭대기에 올라섰다. 가마봉(303m)에 올라서자 바위봉우리 면적이 꽤 넓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경치를 바라보는 즐거움과 희열이 온몸에 꽉 차올랐다. 낙타 등처럼 치솟은 암봉들이 군웅할거 하듯 장관을 이루는 모습에 탄성을 자아내며 벌떡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파란하늘을 보며 몰려오는 피로감에 잠시 눈을 붙였다. 가마봉을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등산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나아가지를 못한다. 궁금하여 앞쪽으로 가보니 철계단이 수직으로 놓여있다.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은 공포의 수직계단이다. 모두들 겁에 질려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 있었다. 칼등능선에서 엄습해왔던 두려움을 가마봉 내려가는 수직계단 앞에서 또 한 번 느꼈다. 칼등능선의 공포감보다 수직계단의 공포감이 더 심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여러 번 한 후에 계단 난간을 단단히 잡고 뒷걸음치며 한발 한발 내려가기 시작했다. 숨이 멎을 듯이 두려운 마음이다. 뒷걸음칠 때마다 다리의 후들거림이 심했다. 천신만고 끝에 아스라한 바위벼랑을 내려왔다. 내려온 길을 쳐다보며 어떻게 저 수직계단을 내려왔나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꿀맛같이 시원하다.


사량도로 들어가는 배에서 조성민 교수 부부(사진=조성민)


★출렁다리에서 낮은 자세를 배우다

가마봉을 내려와 연지봉으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뒤를 돌아다봤다. 바위산이 매끄러운 몸을 뽐내며 듬성듬성 울창한 나무숲을 걸친 맵시가 환상적이다. 눈을 호화스럽게 하는 풍광에 지나온 길이 험해 많이 힘들었지만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산등성이를 타고 가자 바위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연지봉(295m)을 사이에 두고 2개의 출렁다리가 하늘 높이 걸려 있는 모습이 동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출렁다리가 있어 쉽게 바위봉우리를 넘어가게 해준다. 다리 밑을 내려다보자 아찔한 낭떠러지다. 사람들이 놀려주려고 다리에서 뜀뛰기를 해 쇠로 된 난간 줄을 꽉 잡았다. 다리 중간에 왔을 때 잠시 상념에 잡힌다. 높은 공중에 걸린 출렁다리에 있으니까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다. 조심해서 난간 줄을 잡지 않으면 커다란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성공해서 출세하면 시기하는 사람들이 출렁다리처럼 흔들어 댄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겸허하지 않고 오만방자하면 추락하기가 십상이다. 자세를 낮추고 겸허한 삶을 살라는 출렁다리의 가르침에 숙연한 마음으로 연지봉을 밟았다. 다시 두 번째 출렁다리를 건너 끝봉으로 갔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나니 신비스럽고 혼미한 기분이 들었다.


★옥녀봉의 전설을 되새기다

2개의 출렁다리를 건너 바위능선을 걸었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지나 사량도 동쪽 능선 막바지에 치솟아 있는 봉우리를 향해 갔다. 어렵사리 정상에 이르자『옥녀봉 261m』라는 표지석이 있다. 정상 표지석을 사이에 두고 집사람과 사진을 찍었다. 옥녀봉에서 남쪽바다를 바라보니 대항이 보이고 타원형을 만든 해수욕장과 그 옆에 마을이 보인다. 옥녀봉 북쪽으로는 면사무소가 자리한 사량도의 중심가가 보이고 사량대교가 운치를 더한다. 옥녀봉 남북으로 마을들이 가깝게 자리 잡고 있어 이곳은 사량도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보여준다. 옥녀봉은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기암절벽이지만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에 욕정에 눈먼 의붓아버지를 피해 옥녀봉으로 피신한 딸(옥녀)이 벼랑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전설은 근친상간의 금지와 타락한 인간본능을 엄중히 경고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 옥녀봉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도 급경사였지만, 오르는 길보다는 훨씬 용이했다. 동네 어귀로 내려오자 대나무가 숲을 이루더니 이어 칡넝쿨이 나무들을 기어오르며 그늘을 만들었다. 등산을 시작한지 7시간 후에 드디어 큰길을 만나 섬 서쪽에서 시작하여 동쪽 끝까지 사량도 종주산행 마쳤다. 집사람에게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다고 칭찬하며 만세를 불렀다. 등산의 진면목을 사량도에서 맛보는 희열의 순간이었다. 면사무소 앞에 있는 식당에서 물회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나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행 둘째 날)

★파도를 헤치며 욕지도를 가다

비를 맞으며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욕지도행 여객선을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궂은 날씨로 승객이 많지 않았다. 통영 앞바다로 나온 여객선이 비바람을 헤쳐나가기 시작한다. 파도가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밀려올 때마다 여객선이 좌우로 요동친다. 머리가 아파 뱃전으로 나가 전방을 주시하며 바람을 쐤다. 날아드는 빗방울에 오래 있지 못하고 흔들림이 심해 난간을 잡고 선실로 들어와서 배멀미약을 먹었다. 1시간 동안 파도를 헤치던 여객선이 중간 기착지인 연화도에서 차량 3대와 사람들을 내려준다. 연화도는 통영항에서 24km 떨어진 1시간 거리에 있는 100여 가구의 섬으로, 바다 한 가운데 연꽃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객선이 항해를 계속할  때, 선실바닥에 누워 깜박 잠이 들었는데 뱃고동을 울리며 욕지도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바람에 흩날린다.


욕지도(사진=조성민)


★버스로 욕지도를 한 바퀴 돌다

통영항에서 1시간 30분을 달려 욕지도에 내려서 섬 일주 투어를 하는 25인승 관광버스를 탔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가이드 겸 버스기사의 입담이 시작된다. 욕지항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해안을 따라가자 좌부랑개 마을이 나타난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부터 이곳으로 어선들이 몰려들어 식당 여관 술집들이 번창해 좌부랑개가 중심이 되어 욕지도의 근대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조금 지나자 오토캠핑장이 나타나고 이어 버스기사가 어릴 적 동네친구들과 발가벗고 놀았다는 흰작살해수욕장을 거쳐 풍광이 좋아 한국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청사전망대 앞에 차를 세운다. 차에서 내려 바다 앞쪽에 보이는 연화도 반하도 우도 적도 쑥섬 모자도를 바라다보았다. 다시 차를 달려 대송쉼터에 섰다. 맑은 날에는 여기에서 남해와 여수가 보이는 곳으로 300리 한려수도의 중간지점이라 한다. 버스가 다시 덕동마을을 지난다. 욕지도에는 28개 마을이 있는데 덕동마을 이장이 34년 동안 일해 전국에서 최장수를 기록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어 만난 곳이 고래머리라는 마을로 육지가 해안으로 뻗어나가 곶처럼 생긴 지형이다. 자동차 길이 나기도 전인 20여 년 전에 이곳에 펜션을 지었다고 한다. 주변 해안가 비탈에 고구마가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욕지도는 황토와 비탈과 햇빛과 해풍이 어울려 고구마가 자라는 환경이 최적이어서 전국에서 맛이 제일 좋다고 자랑을 한다. 이어 만난 곳이 노을전망대이다. 이곳은 참다랑어 양식장으로 유명하단다. 


태풍과 적조 등으로 시행착오를 많이 거친 관계로, 참치다랑어 양식을 성공하기까지는 12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버스가 삼여전망대에 선다. 옛날에 용왕에게 딸이 셋 있었는데 900년 된 이무기가 변한 총각을 사모해 용왕이 노발대발하여 세 딸을 돌로 변하게 하여 ‘삼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단다. 욕지도에서 안개가 제일 심한 곳이라는 고개를 넘어 새천년기념공원을 만났다. 해돋이행사를 위해 공원이 건립되었는데, 두 개의 돛이 움직이는 배를 형상화한 『새 천년 땅 욕지』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버스가 조금 달리자 392m 높이까지 모노레일 공사가 한창인 것이 눈데 띤다. 마지막 코스인 출렁다리를 건너 해안 절벽바위로 갔다. 바위 앞부분이 펠리컨 주둥이 부분이고 너럭바위가 펠리컨 머리부분이란다. 절벽바위 앞에 조그만 바위 섬들이 있어 묘미를 더한다. 욕지도 일주여행을 마치고 이곳의 특산물인 고등어조림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통영으로 가는 배를 타고 멀어지는 욕지도를 바라볼 때, 갈매기가 공중을 선회하며 배웅을 한다. 욕지도와 갈매기를 향해 양손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고 또 그렸다.


글/조성민 여행작가/ 한양대 로스쿨 명예교수(법학박사)/아태문인협회 이사장(여행작가)

/(전)국가경찰위원회 위원/(전)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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