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아태문인협회 조성민 이사장 '백령도 여행기'


용기포원산해변./사진=조성민 시인 


백령도 뱃길을 따라가다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모양을 닮은 섬, 심청이가 바닷물에 몸을 던진 섬, 서해 최북단에 있어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을 향해 쾌속여객선이 ‘뿌웅’하고 뱃고동을 울리며 인천연안여객부두를 떠난다. 망망대해에 잔잔한 파도가 물결치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를 마주한다. 물과 하늘만 보이는 곳을 한참 달리자 이곳저곳에 하얀 스치로플 표지가 보인다.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 위치를 알리는 부표이다. 그물을 쳐놓은 어부들은 이 시간에도 많은 물고기가 잡히기를 학수고대할 것이다. 서해바다를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소청도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다. 소청도에서 몇 사람이 내리고 면회를 온 부모와 해병병사를 태운 여객선이 다시 흰 물살을 가른다. 섬과 섬 사이 푸른 물결이 파란물감을 뿌려놓은 듯하다. 10여분을 달리자 대청도가 눈에 들어온다. 방파제가 길게 늘어서 있는 곳으로 여객선이 곡선을 그리며 대청도 부두에 접안시킨다. 대청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쾌속선이 대청도를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령도 용기포항에 닻을 내린다. 항구에 내리자 스치는 바람이 오 는 동안의 피로를 풀어주듯 선선하다. 여행사직원의 안내로 관광버스에 올랐다. 


용기포원산자연동굴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첫 번째 코스로 버스에서 내려 산길을 따라 해안가로 갔 다. 다양한 지질구조를 가진 바위군이 흩어져있는 원산해변(용기포등대해변)이다. 이 해변에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동굴이 있다. 파도에 의해 바위의 아랫부분 이 떨어져나가 해식동굴이 생긴 것이다. 한국전쟁 때는 이곳 주민들이 해식동굴에서 숨어 지내 무사했다고 하니, 이 동굴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곳이다. 원산 자연동굴 앞에 있는 바위에 앉아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희망은 사람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고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누구나 희망을 갖는 순간에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희망을 갖는 생각과 그렇지 않은 생각의 차이는 크므로, 마음가짐에 따라 일이 성사되느냐의 여부가 갈린다. 희망을 갖는 건 실망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어떤 일을 시도할 땐 실패라는 모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위험이 있는 곳에 기회가 있 고, 기회가 있는 곳에 위험도 있다. 이 둘은 분리될 수 없고 함께 한다. 보람 있는 삶은 파도를 타는 것과 비슷하므로, 우리는 거센 파도에 밀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하는 일에 최대한 집중하면서도 즐거움 찾아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뜨고 발걸음을 옮겼다. 


사곶천연비행장에서 겅중겅중 뛰다 

해변에 들어서자 모래입자가 너무 곱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감촉이 좋다. 옷에 묻으면 떨어지지 않을 정도 로 먼지 같은 모래다. 미세한 모래 길을 지나 물가로 가자, 고운 모래가 물을 만나 굳게 다져져 비행기가 뜨고 내 릴 만큼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규조토로 이루어진 사곶해 변에 섰다. 이곳은 이탈리아 나폴리해변과 더불어 세계 에서 단 두 곳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지형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때는 수송기가 내리고 뜨는 비행장으로 사용되었 고, 유사시에는 군사비행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천연비행장이다. 길이 2km 폭 200m로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된 속이다. 사곶해변이 너무 단단해 움푹 파이도록 해보기 위해 백사장에서 겅중겅중 높이뛰기를 했다. 최대 한 높이 뛰었다가 발을 백사장에 쿵쿵 굴려도 자국이 남 지 않는다. 이곳에서 북한의 장산곶까지는 30여리 정도 밖에 안 되는 북한과 아주 가까운 곳이다. 천연비행장을 뒤로 하고 용트림바위를 향해 갈 때 ‘백령대교’ 표지판을 달고 있는 조그만 다리가 눈에 띠었다. 길이가 고작 30m 인에도 대교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의아스러웠다. 사곶 해변과 화동 사이를 막는 물막이 공사로 담수호가 만들 었는데, 뭍과 뭍 사이를 연결하는 백령도에 하나밖에 없 는 다리라서 ‘큰 대(大)자’를 붙였다고 한다. 버스 안이 한 바탕 웃음보따리로 가득 찼다. 


용트림바위에서 절차탁마를 생각하다 

용트림바위에 도착하여 해안절벽 밑을 내려다보았다. 여 의주를 얻은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을 한 석상인 용트림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 스스로 나선처럼 꼬여 하늘로 오르는 형상이다. 산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로 올 라갔다. 사방이 탁 트여 넓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해안절벽과 만나 부서지는 파도가 한 폭의 그림이다. 멀 리 발아래로 보이는 용트림바위를 보인다. 이무기가 용이 되려면 바다에서 천년을 살아야 여의주를 얻어 물기 둥을 타고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람들 이 옥을 다듬는 과정도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예쁜 옥 을 만들려면 원석에서 쓸 수 있는 옥돌을 자르고(切), 불필요한 부분을 줄로 문질러 없애야하며(磋), 끌로 쪼아 마음에 맞는 모양으로 바꿔야하고 (琢), 윤이 나도록 숫돌로 갈아야한다 (磨). 이중 어느 한 과정이라도 지나치면 제대로 된 옥돌 이 나오지 않는다. 즉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 절차탁마(切磋琢磨)이다. 용트림바위에서 절차탁 마의 정신을 배우고 만세를 불렀다. 


용트림해변./사진=조성민 시인 


두무진 석양에 취하다 

두무진에 도착하여 유람선을 탔다. 두무진은 백령도 서북쪽 해안을 따라 50-100m 높이의 규암절벽이 십리 거리에 늘어져 있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파도와 비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절벽이 기기묘묘한 형상을 자아 내고 있어서 백령도여행의 백미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에 우뚝 서있는 선대암이 보인다. 바위색갈이 특이하게도 흰색으로 덮여있었다. 이 바위에 서식하는 가마우지들의 배설물이란다. 선대암 옆에 우뚝 솟아 오른 기암과 깎아지른 암벽이 대군을 호령하듯 위풍당 당하게 서 있는 장군바위가 있다. 투구를 쓴 장군들이 회의를 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 달라지는 형제바위가 나타난다. 바닷가에 두 형제가 나란히 서있는 다정한 모습이다. 거대한 형태의 코끼리바위가 보인다. 물을 마시는 모습이 코끼리와 너무 닮았 다. 선장이 저 코끼리는 일 년 내내 물만 마시고 산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물범들의 서식지인 물범바위가 보인다. 여름에는 물범들이 많이 보이는데 아직 이른 시기라 아직 물범이 보이질 않는다고 한다. 선장이 왼편 절 벽 위의 천암함위령탐을 보라고 한다, 남북분단의 비극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유람선이 회항하여 두무진포구로 돌아왔다. 배에서 내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산 길 오른쪽으로 두무진포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해안 풍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두무진 절벽 위에서 아래로 난 계단길이 보인다. 급경사라 다리가 떨린다. 조심스레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 너럭바위들이 해안에 너 부러져 있는데 파도가 “처얼썩 처얼썩” 노래 부르며 밀 려왔다 떠나가는 모습이 낭만적이다. 해안절벽 아래 형제바위가 바닷물에 다리를 잠그고 있다. 형제바위 어깨 너머로 해님이 하루를 마감하는 일몰을 비추이고 있었 다. 선홍빛 보랏빛 노을이 하늘을 수놓으며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기암절벽과 바닷물과 파도가 만들어내는 풍광이 모든 피로를 잊게 해준다. 저절로 탄성이 왔다. 한참 동안 일몰을 쳐다볼 때 가슴에 환희로 가득 찬 파문이 출렁거렸다. 


사자바위에서 인생을 배우다 

아침에 섬에 부는 바람이 상큼하다. 미역국으로 조반을 하고 고룡포구로 갔다. 조그만 포구에 배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자가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자바위 앞으로 갔다. 그런데 오랜 세 월의 풍랑으로 커다란 바위가 깎여나가 기대와는 다르게 볼품이 없는 이구아나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때는 위풍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사자바위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해 봤다. 사자의 봄은 인생의 10대이고, 사자의 여름은 인생의 20대에서 30대이고, 사자의 가을은 인생의 40대에서 50대이고, 사자의 겨울은 인생의 60대 이후라는 것을 비유해 본다. 봄, 여름, 가을에는 위용을 지녔던 맹수의 제왕인 사자도 겨울이 되면 힘도 떨어지고 이빨도 무디어 진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자는 겨울에도 관록을 가지고 품격을 지니며 적나라(赤 裸裸)한 힘을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사람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옷을 벗은 후에도 남아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자리를 떠난 후에도 그 사람에게 남아 있는 힘이 바로 裸力(나력)이다. 이러한 나력이 개인에게 나타나기 위한 원천은 실력, 인격, 리더십, 인간미 등이라고 본다. 특히 인간적인 미는 사람이 왕성한 활동을 할 때(옷을 입고 있을 때) 헌신적인 생활태도, 즉 자 기희생과 자기억제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사자바위를 배경으로 셀프촬영을 했다. 

두무진 앞바다에서 조성민./사진=조성민 시인 


갈매기 서식지를 만나다 

사자바위를 보고 조금 가니까 갈매기 최대서식지가 나타 난다. 갈매기들이 엄청나게 많다. 갈매기들을 자세히 보 니 머리 아래쪽은 흰색이고 등과 날개는 잿빛이다. 철조 망이 늘어져있고 ‘지뢰’라는 빨간색의 조그만 표지판이 보인다. 철조망 너머로 2.5.km 해안에 갈매기들이 서식 한다고 한다. 무리를 지어 내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이 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닫지 않는 곳이라 갈매기들이 살아가는데 천연적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위 섬 앞부분 바닷물에 삐죽삐죽한 커다란 쇠말뚝을 박아놓아 북한 군함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시설도 보인다. 갈매기들의 천국인 이곳에서 짝을 만나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한다고 한다. 물위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갈매기들, 바위섬에 닥지닥지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는 갈매기를, 백 사장 물가에서 뭔가 먹이를 찾는 갈매기들 공동체를 이루며 지낸다. 갈매기들이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며 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인당수가 효정신을 일깨우다 

심청이의 효사상을 기리는 2층으로 지어진 심청각으로 갔다. 1층을 둘러본 다음 2층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밖으로 나와 두무진과 장산곶 사이에 있는 인당수 쪽을 바라보며 심청이의 설화를 떠올렸다. 두무진 병랑과 장산곶 벼랑이 골짜기를 만들어 서풍이 강하게 부는 바다, 조류가 심한 바다로 해상무역로 가운데 물살이 센 곳이 인당수이다. 이곳은 물살이 회오리를 치면서 돌기 때문에 돛단배의 통행이 무척 어려웠던 곳이다. 장산곶 과 중국 남경을 오가던 상인들에게 공양미 300석에 팔려 심청이 꽃다운 나이에 몸을 던진 곳이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이다. 심청이의 효심을 가상하게 여긴 용왕이 심청을 연꽃으로 환생시킨다. 연꽃으로 환생한 심청이 조류에 떠내려가다가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에 있는 80m의 길쭉한 바위인 연봉바위에 걸렸다. 연봉바위에 걸린 연꽃을 어부들이 왕에게 바쳤는데, 연꽃 속의 심청이를 본 왕이 왕비로 삼는다. 효는 덕의 근본이다. 이 근본을 잘 지키면 복을 받는다는 효의 전통적 사상이 심청전에 녹아있다고 본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연봉바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높은 하늘을 쳐다본다.


콩돌해변./사진=조성민 시인 


콩돌해안을 맨발로 걷다 

콩돌해안에 도착했다. 해무가 끼고 세찬 바람에 파도가 거칠게 밀려온다. 그래도 바닷바람이 상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콩알크기의 자갈들로 이루어진 2km의 해안에 와보니 해변이 콩처럼 자잘한 돌로 가득차 있다. 콩과 닮은 동굴동굴한 작은돌로 이뤄진 바닷가라서 더 정겹다. 작은 돌멩이들만 골라서 뿌려놓은 듯하다. 긴 세월동안 출렁이는 파도에 깎이고 깎인 것이다. 콩돌 하나를 파도가 맏들어 내려면 몇 맥년은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어느 하나 모난 것 없이 만들어졌다. 콩돌들은 형형색색 총천 연색을 띠고 있었다. ‘사그락사그락 촤르륵촤르륵’ 하며 끝없이 펼쳐진 콩돌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낭만을 배가 시킨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파도가 해변으로 몰 려와 콩돌과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걷기 시작했다. 콩 돌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바닷바람과 친구가 되어 콩돌들을 눈에 가득가득 담았다. 왕복 천 미터를 걷고 나니 발바닥이 화끈거린다. 그래도 공중을 나는 기분이다. 너무 좋았다. 해변언덕애서 노오란 옥수수 찐빵과 뜨거운 커피로 망중한을 즐겼다. 1박2일간의 백령도여행을 재밌고 보람있게 보내서인지 인천행 배를 타러 가는 발걸음이 사곶해변의 모래처럼 가볍다.


글/조성민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 아태문인협회 이사장

저작권자 © NEWS REPORT(www.news-repor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상호명 : 뉴스리포트 NEWS REPORT  l  사업자번호 :728-34-00398  발행인 : 정혜미 편집인 : 정연우 청소년보호책임자: 정연우

본사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16(국회대로 66길 23) 산정빌딩 7층 ㅣ 이메일 : korea_newsreport@naver.com

부산취재본부 :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동 815 한일빌딩 17층 뉴스리포트 ㅣ 본부장 서성원

대표전화 : 02-761-5501 ㅣ 팩스 : 02-6004-5930 ㅣ 등록번호 : 서울, 라 00595 등록일 : 2018.11.19

뉴스리포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8 뉴스리포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