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대륙문인협회 조성민 여행작가 '삼악산 산행기'

경춘가도와 의암호./사진=조성민


★의암호에 산자락 펼친 삼악산

춘천은 여러 호수들을 품고 있어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소양호·춘천호·의암호 등 세 개의 큰 호수가 있다. 이 호수물은 춘천호반에 모였다가 의암댐을 거쳐 북한강으로 흘러든다. 춘천지역 산행은 호수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 중 최고의 풍광은 삼악산에서 바라보는 호수풍경이다.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 청정한 풍경을 자아내는 의암호에 산자락을 담그고 있는 삼악산이 있다. 삼악산은 해지를 두른 성처럼 춘천의 지킴이 역할을 하는 주산으로, 수천 년 춘천을 요새처럼 지켜오며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현장이다. 용화봉(654m)·청운봉(546m)·등선봉(632m) 3개 봉우리가 있어 삼악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소양강·의암호를 지나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푸른 강변을 끼고 남쪽의 검봉산·봉화산과 마주하며 솟은 산이다. 삼악산은 흥국사를 가운데 두고 주 능선이 사각형으로 둘러섰고 그 안쪽에 분지가 형성되었다. 이 산은 규모가 크거나 웅장하지 않지만, 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졌고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있어 아기자기한 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삼악산의 매력은 의암호를 바라볼 수 있고, 남쪽 골짜기는 동굴 속을 들어가는 것 같은 깊은 협곡을 이루는 데 있다.


★의암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하다

삼악산을 오르기 위해 강촌에서 택시로 의암호 옆에 위치한 「의망매표소」에 06:30분에 도착했다. 의암호는 호수면적 17km², 너비 5km, 길이 8km로 춘천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2km 떨어진 삼악산계곡 국도변에 있다. 의암호에는 붕어섬·중도·상도 등의 섬들이 있다. 역동적인 산행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 산세가 험한 의암매표소를 들머리로 하고 등선폭포를 날머리로 하여 하산하기로 했다. 의암매표소 코스는 산세가 거칠고 험한 바위와 암릉이 있는 깔딱고개를 타야하기 때문에, 아래 경치를 보며 산타는 재미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산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호수의 비경이 펼쳐지며, 의암호를 둘러싸고 있는 푸른 녹색의 산 능선이 싱그러움을 안겨준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상원사」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걸었다. 거대한 암벽 아래에 자리한 상원사가 절묘한 풍광을 자아낸다.


붕어섬./사진=조성민


★바위구간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다

상원사를 지나면서부터 깔딱고개로 연결되는 가파른 너덜길로 들어섰다. 커다란 단풍나무들로 숲을 이룬 바윗길이다. 골이 깊어 고사리들이 등산로 옆으로 많이 퍼져있다. 들머리에서 1km를 걸어와 깔딱고개를 만났는데, 이 고개는 의암매표소와 정상까지 중간지점이다. 깔딱고개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암릉 구간이 많아 로프와 쇠봉에 의지해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급경사 암릉길이라 본격적인 바위산행이 시작되었다. 로프를 잡고 디귿(ㄷ)자 모양의 철재발판을 딛고 조심스레 올랐다. 아찔한 산행이지만 오르다가 몸을 돌려 내려다보면,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주변 산세가 펼쳐진다. 산 아래로 까마득하게 의암호가 펼쳐지며 코발트색 물결이 아롱진다. 두근거리는 고소공포증에 가슴이 콩닥거리지만 스릴을 느끼며 풍광에 취해 바위를 타고 오르는 동안의 노곤한 몸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짜릿한 느낌이다. 아찔한 암릉구간을 어렵게 지나 드디어 전망대에 올랐다. 아득한 절벽 아래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춘천 도심 전체를 굽어보고 있는 산들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의암호에 둥실 떠 있는 붕어섬이 잘 보여 여러 각도로 사진에 담았다. 지형이 붕어를 닮아 붙여진 붕어섬에는 태양광 집열판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의암댐이 내려다보이고 암릉과 어우러진 의암호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음을 즐겁게 한다. 전망대 옆에 멀리 전방에 보이는 장소를 가리키는 안내도를 따라가며 지형을 바라보았다. 안내도가 좌로부터 화학산, 용화산, 오봉산, 소양댐, 봉의산, 구봉산, 향로산, 대룡산을 가리키고 있다.


삼악산에서 본 의암호./사진=조성민


★두 얼굴을 가진 삼악산

전망대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험하지 않았다. 정상은 암봉으로 사각돌에 “삼악산 용화봉 해발 654m"라고 쓰여 있었다. 인증사진을 찍고 사방을 둘러보자, 멀리 춘천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고 그 앞쪽으로는 널따란 호수가 전개된다. 삼악산은 정상을 기점으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의암매표소에서 정상까지는 산세가 험한 바위로 된 암릉구간이고, 등선폭포에서 정상까지는 푹신한 육산으로 이루어진 구간이다. 정상에 올 때까지는 가파르고 험한 바위산이었는데 내려갈 때는 산책로 수준의 등선폭포매표소 방향의 내리막길이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산하기 위해 등선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오를 때와는 다르게 경사는 급했지만 흙길이라 발걸음이 편했다. 정상에서 300m를 내려오자 넓은 초지가 형성된 「큰 초원」 표지목이 보인다. 너른광장처럼 탁 트인 큰 초원은 노송군락지로 수백 년을 족히 넘게 자랐을 소나무들이 생명의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큰 초원 오른쪽으로 돌아가자 「333계단」 이정표를 보고, 급경사 비탈길에 자연석을 다듬어 쌓아 만든 돌계단을 겅중겅중 뛰며 내려왔다. 정상에서 800m 지점에는 「작은 초원」인데 이름처럼 작은 평지이다.


등선제1폭포./사진=조성민


★삼악산성의 흔적을 더듬어보다

작은 초원에서 한적한 산길을 따라 내려오자, 흥국사로 건너는 4개의 통나무를 엮어 만든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흥국사로 가자 약수터가 있어 바가지에 약수를 담아 마시고 페트병에 물을 보충했다. 숲속에 퍼지는 독경소리를 들으며 안내판을 보고 흥국사와 삼악산성의 유래를 더듬어 보았다. 삼국시대에 춘성군 신북면 발산리에 부족국가인 맥국이 있었다. 맥국은 적의 침공을 받자 천애 요새인 삼악산으로 궁궐을 옮기고 적과 대치했다. 하지만 백제, 고구려, 신라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다. 흥국사는 후고구려 왕이었던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다가 터를 잡고 세운 절이다(894년). 그리고 주변에 삼악산성을 쌓고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운 곳이다. 삼악산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쌓여 있는데, 내성둘레 2km, 외성둘레 4km로 삼악산의 험준한 산세를 이용해 주변에 널려있는 자연석으로 축성했다. 당시 산성의 중심에 궁궐이 있던 곳을 “대궐터”, 기와를 굽던 곳을 “와데기”, 말들을 매어두었던 곳을 “말골”, 칼싸움 훈련을 했던 곳을 “칼봉”, 군사들이 옷을 널었던 곳을 “옷바위”라고 불렀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산성은 훼손되어 현재는 군데군데 그 흔적만 남아있다.


★계곡 길에서 매미들의 외침을 듣다

흥국사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데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쓰람매미, 매암매미, 말매미, 기름매미 등이 목청을 한껏 돋우고 있다. 나무에서 울어대는 감칠맛 나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정겹게 느껴지는 늦여름이다. 오늘따라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외침으로 들렸다. 한여름에 울어대는 매미를 게으름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매미는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먹으며 6년 동안 애벌레로 지낸 후에 껍질을 벗고 땅 위로 올라온다. 나무에 매달린 채 마지막 허물을 벗고, 날개 달린 매미로 탈바꿈하여 활동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약 한 달 동안 목청을 돋우어 울어대기 시작한다. 처절하게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는 암컷을 부르는 사랑의 몸부림이다. 1개월 동안 암컷을 만나 자손을 퍼뜨리고, 긴 인고의 세월에 비해 너무나도 짧은 생애를 마치는 곤충이다. 매미는 여러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매미는 이슬만 먹고 살므로 맑음(淸)이 있다. 또 사람이 가꿔놓은 채소를 훔쳐 먹지 않으니 염치(廉)가 있다. 그리고 집을 짓지 않고 살기 때문에 검소(儉)하다. 이처럼 매미는 욕심을 내지 않고 염치가 있으니 가히 청렴하다 할 수 있다. 지금도 이 숲속에서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다. 말 못하는 가슴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욕심부리지 말고(儉), 염치를 알며(廉), 깨끗하게 살라는 외침이라 새겨들으며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마음의 때를 흘려보냈다.


삼악산에서 조성민 교수./사진=조성민


★폭포들이 늘어선 협곡을 내려오다

매미들의 외침을 들으며 계곡을 따라 내려오자 깎아지른 절벽을 사이에 두고 폭포와 소(沼)가 연이어 늘어서서 삼악산이 색다른 선물을 안겨준다. 제일 먼저 옥구슬이 발처럼 내린 듯한 「주렴폭포」를 만났다. 물이 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번 고였다가 떨어지는 모양의 폭포라 또 다른 묘미를 자아낸다. 주렴폭포를 시작으로 폭포들의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하고, 이어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깃든 「비룡폭포」가 나온다. 선녀탕 또는 용소로도 불리기도 하는 이 폭포 밑에는 맑고 깊은 소를 이루고 있어 더 아름답게 보였다. 비룡폭포를 지나 철계단을 내려서자 절벽 아래에 선녀가 목욕하던 「옥녀담」이 있다. 계곡과 폭포가 빚어내는 물소리가 시원하며, 작지만 소담하고 깊지 않은 모습이 순박한 여인의 모습과 같았다. 옥녀담을 지나자 흰 비단 천을 펼치는 듯한 「백련폭포」가 반긴다. 아담하고 고운 자태를 뽐내며 물이 에스(S)라인으로 떨어진다. 백련폭포 밑에는 신선이 학을 타는 듯한 모양의 「승학폭포」가 있는데, 폭포가 등산로에서 살짝 숨어있어서 비밀스런 공간에 들어선 느낌을 준다. 작은 소와 아기자기한 바위와 폭포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폭포 옆에 있는 매점에서 탄산음료와 얼음을 사서 마셨다. 땀을 많이 흘린 뒤에 마시는 차가운 음료수가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의암댐./사진=조성민 


★등선제1폭포에서 산행을 마치다

승학폭포를 지나 계단을 내려서자 등선폭포 상단이다. 등선폭포 옆에 서서 위를 쳐다보자, 상단 화강암에 한자로 새겨진 “內登仙瀑布(내등선폭포)” 글자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이어 큰 계곡에 자리한 등선폭포를 바라보자 물줄기를 시원하게 내리쏟는다. 쏟아지는 폭포수 소리가 절벽에 부딪히면서 메아리가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자연의 품에 안긴 듯 안온하다. 등선폭포는 삼악산의 대표적인 폭포이다. 높이 10m의 폭포로 멋진 경치를 이루고 있다. 등선폭포는 깊은 바위협곡이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고 있는데, 바위로 둘러싸인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최적의 장소이다. 등선폭포는 오랜 옛날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에 퇴적한 모래암석들이 높은 압력과 온도를 받아 굳어진 것이란다. 고개 아프도록 바라보아도 질리지도 않고 감동을 자아내며 당당하고 아름답게 위용을 자랑하는 협곡의 암석들은 25억 년의 나이를 먹은 규암석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방으로 바위 절벽이 감싸고 있는 곳에 있는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신선이 노니는 듯한 분위기의 폭포수에 씻긴 바위가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계곡 깊숙한 곳에서 폭포수가 흘러내리니 선계가 따로 없어 이름도 선녀가 선계로 오른 등선(登仙)인가 싶다. 등선 8경의 제1경은 금강굴, 제2경은 등선제1폭포, 제3경은 등선제2폭포, 제4경은 승학폭포, 제5경은 백련폭포, 6경은 옥녀담, 제7경은 비룡폭포, 제8경은 주렴폭포이다. 등선제1폭포에서 매표소로 내려오며 오늘 산행일정을 돌아보았다. 의암매표소-상원사-깔딱고개-전망대-용화봉정상-큰 초원-333계단-작은 초원-흥국사-주렴폭포-비룡폭포-옥녀담-백년폭포-승학폭포-등선제1폭포로 이어지는 5.8km의 여정이었다. 자축을 하며 브라보를 외칠 때 발걸음이 솜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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