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대석] 아태문인협회 조성민 여행작가 '매물도 여행기'



(여행 첫째 날)


소매물도 선착장을 사진에 담다

통영에서 아침에 첫 배를 타고 소매물도로 향했다.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6km 떨어져 있는 2.51km² 면적에 5.5km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섬이다. 여객선이 중간기착지인 비진도 내항과 외항을 돌아 한 시간 삼십여 분을 달려오자 소매물 선착장이 보인다. 선착장 뒤 산비탈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여객선 난간으로 나와 소매물도 선착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선착장에서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섬의 오르막길로 들어서자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길과 왼쪽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해안선을 따라 빙 돌아가는 왼쪽 길을 택해 걸었다. 수직 해안을 따라 우거진 나무들이 숲을 이룬 그늘이 작렬하는 햇빛을 막아준다. 녹색과 청색 사이의 바다색깔 위로 하얗게 부서진 햇볕이 아롱지고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수놓는다. 흰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고깃배의 엔진소리가 숲 사이를 뚫고 들어와 가깝게 들리고, 갯바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마우지들이 일광욕을 즐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남매바위의 전설을 새기다

장마가 끝나고 8월과 9월 사이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쓰람매미, 매암매미, 기름매미들이 목청을 돋우며 숲속을 오케스트라 장으로 만들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선착장에서 숲길 따라 600여 미터를 오르자 움푹패인 골짜기 중간에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고 그 아래로 30m 떨어진 해안가엔 또 다른 바위가 있는데 남매바위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위에 있는 바위가 숫바위로 오빠바위이고 아래 있는 바위가 암바위로 여동생바위다. 옛날에 오누이가 어릴 때 헤어졌는데 성년이 되어 서로 남매인 줄 모르고 만나 사랑에 빠졌단다. 너무 좋아했던 두 사람이 어느 날 부부의 연을 맺으려는 순간에 하늘이 노해 번개와 벼락이 떨어져 바위로 변한 상피금기(相避禁忌)의 전설을 간직한 바위들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실패한 젊은 남녀가 ‘운명의 장난인가요’라는 말을 남기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뒷모습을 보이던 영화의 한 장면이 남매바위의 전설과 오버랩 되었다.



망태봉에서 등대섬을 바라보다

남매바위를 지나 비탈길을 한참 올라오자 마을 뒤편에 마을 입구에서 갈라졌던 등대섬으로 가는 길이 합류되는 지점에 매물도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터란 표지판이 서있다. 1961년 4월에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에 폐교되었단다. 분교터를 지나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 계단을 따라 소매물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망태봉(152m)에 올랐다. 망을 보던 봉우리라는 의미를 지닌 망태봉 꼭대기에는 소매물도관세역사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1970-1980년대 극성을 부리던 해상밀수를 단속하기 위해 설치됐던 관사가 이제는 역사관으로 탈바꿈을 하여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관세역사관 밑에 위치한 망태봉전망대에 섰다. 전방이 탁 틔어 환상적인 등대섬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봉긋하게 솟은 기암절벽 위에 단아하게 서있는 등대가 이국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비경을 담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곳이 이곳이란다.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등대섬을 배경으로 여러 각도에서 셔터를 눌러댔다. 망태봉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숨이 막힐 정도로 매력이 있고, 여기에서 조망하는 한려수도의 풍광은 아름다웠다.



열목개에서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다

망태봉에서 내리막 계단 길을 계속 내려와 열목개 앞에 섰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등대섬의 아름다움과 조수간만의 차이로 썰물 때는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여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걸어서 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섬이 해안으로 가늘게 이어진 여린 목이라는 뜻의 열목개는 물 빠지는 때에 열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 뭍으로 드러나는데, 하루에 두 번 바다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 열목개는 본섬인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하는 몽돌로 이루어진 80m 거리의 신비의 바닷길이다.


커다란 바위굴의 그늘에 앉아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열한 시가 되자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한다. 바닷바람이 바위틈 사이로 불어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여느 때 같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텐데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30여 분이 지나자 썰물로 바닷물이 거의 빠져나간다, 바닷물이 무릎 정도까지 빠졌을 때 몇몇 사람들은 바지를 걷고 성급하게 바다를 건너간다. 바닷길이 완전히 드러났을 때 열목개로 들어서자,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 어디 한 군데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한 몽돌로 가득 차 있다. 매끄러운 몽돌길은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 주는 환상적이고 기적의 바닷길이고, 열목개의 몽돌들은 새로워지기 위해 하루하루를 수없이 파도와 부딪히며 득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찔하면서도 황홀한 등대섬 풍광

썰물에 물 위로 드러난 열목개를 건너 등대섬에 오르자 수직해안절벽과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소매물도가 도드라진 명소가 된 건 바닷길 건너 끝자락에 자그마한 등대섬을 매달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길 건너 등대가 있는 언덕까지는 나무계단으로 잘 연결되어있었다. 짙푸른 쪽빛바다와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하얀 등대와 푸른 초원이 환상의 경치를 그려낸다. 작은 섬이지만 등대섬이 주는 메시지는 함 폭의 서양화를 연상케 했다. 고개를 들어 하얀색의 원형등탑을 쳐다보았다. 이 등탑은 자태가 고풍스럽고 프리즘렌즈를 사용한 대형 등명기는 48km 해상까지 불빛을 비추어 남해안을 지나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단다. 에머랄드빛 바다와 푸른 초원이 어울려 절경을 선사하는 등대전망대에 올랐다. 등대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보자 길게 늘어선 바위줄기가 커다란 공룡이 엎드려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등대전망대에서 한참을 앉아 쉬고 뒤쪽으로 돌아가자 깎아지른 해안절벽에 암석들이 갈라지고 쪼개진 수직의 절리들을 이룬 까마득한 절벽을 내려다보자 아찔하면서도 황홀한 비경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해식애와 해식동굴이 곳곳에 발달하여 해안지형의 경관을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즐거웠다.


(여행 둘째 말)

당금마을을 한눈에 담다

소매물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소매물도 건너편에 있는 대매물도로 향했다. 배를 탄지 10여 분이 지나 대매물도 당금마을 선착장에서 내렸다. 이 마을은 바다처럼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금광이 발견되어 당금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보건소와 발전소 등 공공시설 대부분이 담금마을에 위치한다. 마을 입구의 발전소로 가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언덕길을 올랐다. 발전소 앞의 표지판을 따라 길을 덮은 풀을 헤치며 전망대에 서자 소박한 어촌인 당금마을이 한눈에 담긴다. 대매물도 마을 중 거주 인구수가 가장 많고 외지인이 거의 없을 정도로 토착민의 삶이 건강하게 지속되고 있고,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천혜의 비경을 가진 마을이란다. 당금마을에서는 질 좋은 자연산 돌미역이 특산품이란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발전소 뒷길로 언덕을 내려가자 운동장을 캠핑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매물도초교 폐교가 나타난다.


대매물도 해품길로 들어서다

해품길은 자연 그대로 보존된 바다를 품은 정다운 산책길로 매물도초교 폐교 자리인 야영장에서 장군봉을 올라 대항마을로 이어지는 6km 정도의 매물도를 한 바퀴 도는 길이다. 해품길의 대부분 구간은 예전부터 섬주민들이 마을 간을 오가거나 밭일하러 다닐 때 이용하던 길이란다. 해품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산 밑으로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다. 가파른 절벽과 몽돌 그리고 아름다운 쪽빛과 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물이 맑아 멀리서도 물밑이 보일 정도다. 어머니 품속 같은 아늑한 길을 걸을 때마다 아름다운 경치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동백숲길을 지날 때는 어두컴컴해 앞이 잘 보이질 않을 정도라 선선했다. 언덕길을 올라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니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풍경을 마음껏 즐기며 쉬엄쉬엄 걷다가 나무그늘 밑에서 쉬고 있는데, 풀잎의 이슬을 먹고 있는 방아깨비가 눈에 띈다. 두 다리를 잡자 방아깨비가 궁디를 실룩씰룩 하고 시소를 타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방아깨비를 놓아주자 하늘을 향해 점프를 하며 날아간다. 한참을 걸어 홍도전망대에 도착했다. 홍도는 전망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위섬이다.


장군봉에서 어부의 마음을 가져보다

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장군이 군마를 타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 장군봉(210m)에 올랐다. 이곳에 말고삐를 잡고 있는 장군을 형상화한 작품인 조형물이 있는데, 말에서 잠시 내려 쉬고 있는 장군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작품이란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바라보자 환상적인 조망이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하고 눈길 옮기는 곳마다 비경을 쏟아낸다. 이곳의 경치가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을 깨우며 바다를 너울너울 건너온 바람이 이 섬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해변으로 들이치는 성난 파도의 모습이 절경을 이루고, 바다와 섬이 만나는 예쁜 모습이 발걸음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맑은 하늘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닷길에는 바람이 다니고, 바람이 다니는 길에 고깃배가 엔진을 끄고 고기를 낚는 모습이 새로운 풍경을 그려낸다. 어부에게 바다란 시간의 파도를 넘어 거센 파도와 싸우며 생사를 초월한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을 했다. 푸른 바다와 갈매기들을 친구로 삼은 어부는 오늘로 바다와 출렁이며 살아갈 것이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새털구름과 뱃머리를 돌고 도는 갈매기들과 더불어 한 평생 바다를 지키는 어부는 바다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부의 마음을 가져본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망망대해는 가슴에 품고 바람소리는 귀에 담아 보았다.


대항마을 선착장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다

장군봉에서 대항마을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비탈길이 계속되어 산행이 수월했다. 억새가 허리까지 차오르는 길을 헤쳐가면서도 풍광을 즐기며 편안하게 걸었다. 간간이 불어오는 해풍이 얼굴을 간질이며 시원하게 해준다. 가파른 비탈길을 걷다가 내리막길을 걸어가는 수풀이 우거진 길에서 몸과 마음을 다독였다.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뜨거운 햇살과 향기로운 풀향기를 가슴 깊이 품으며 여름 꽃들의 웃음 따라 콧노래를 불러본다. 어느새 긴 산길을 내려와 대항마을로 이어지는 1km 남짓한 꼬들개 오솔길로 들어섰다. 200여 년 전에 이 부근에 매물도의 초기 정착민들이 살았단다. 꼬들개란 이름은 흉년과 괴질로 이 마을의 정착민들이 고꾸러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좁은 땅을 활용하여 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논을 만든 다랭이 논으로 사용했던 터가 수풀로 덮인 채 남아있었다. 대매물도의 풍광을 즐기며 몇 시간을 걸은 뒤에 대항마을에서 해품길이 끝나 선착장으로 갔다. 대항마을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 소매물도와 대매물도에서 보낸 이틀간의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의 평안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어보았다.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가랑잎처럼 부스럭거리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다를 찾았다/ 부딪치면 개어질 파도에 휩쓸려/ 아픔으로 흔들리는 온종일/ 아!/ 서로 기대어/ 바다가 되어도 좋은/ 마음 하나 되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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