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 거세당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는 서사: 인랑 리뷰

이문중 기자
2018-07-31

인랑 영화 리뷰 뉴스리포트


[뉴스리포트=이문중 기자] 몇 해 전 오시이 마모루 원작의 <인랑>이 실사화된다는 소식에 기자는 큰 기대를 하고 개봉을 기다렸다.


적어도 김지운 감독이라면 평작 이상은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도 컸다.


그러나 막상 시사회장에 올려진 작품은 너무나 형편없어 고개를 떨구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무너진 서사구조는 워낙 애니메이션 원작 기반 영화들의 처참한 모습들을 봐왔기에 백번 양보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렇게 자신하던 액션마저 80~90년대 홍콩 액션영화에서 손발을 맞춰 손장난하는 수준에 머무른 모습을 보여 더욱 실망스럽다.


이미 대중들은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에서 국경 총격전이나, <윈드리버>의 트레일러 수색 장면 등을 접하면서 화려함보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무장한 ‘실전 압축 총격전’을 접했다.


총격전에 대한 안목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에서 그저 화력을 쏟아붓고 액션의 ‘합’이나 맞추고 있는 구세대적 액션이라는 '당당한 구태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판의 요소는 또 있다.


이는 개봉 전부터 우려되던 부분이었는데, 바로 구미경과 김철진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기에 그만큼 획기적인 차별점이 있거나, 혹은 단지 티켓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없는 배역을 만들어 유명 아이돌을 캐스팅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결론은 후자였다.


막상 영화에서 이들의 역할은 통편집해도 서사 전개에 전혀 영향이 없을 수준이었고,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전개에 오히려 혼란만 더한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도대체 왜 김지운 감독은 감당하지 못할 각본에 새로운 캐릭터를 더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영화 <인랑>의 배경과 등장하는 소품의 이질성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김지운 감독은 애니메이션 ‘인랑’ 속 강화복이나 붉은 야시경, MG42를 원작을 관통하는 상징물 정도로 여겼는지는 모르겠으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견랑전설 단행본에서 밝혔듯, 독일풍 무기들과 복색들은 그저 흥미를 유발시킬 장치들에 불과하다.


실제로 ‘케르베로스 사가’에서 특기대들은  MG42와 MG34등 경기관총을 포함해 다양한 개인화기들을 망라하면서 무언가 하나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나마 이런 독일식 장비들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허용된 이유는 독일이 일본을 점령했다는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인랑>은 한반도, 심지어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과는 더더욱 인연이 없다. 김지운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독일식 강화복 쪼가리와 MG42들이 나와야할 이유가 전혀 없는 세계관인 것이다.


만약 그가 이를 버릴 수 없었다면, 오시이 감독처럼 ‘독일 점령에서 갓 벗어난 과거 한국의 4공 혹은 5공화국’ 시절을 배경으로 했야 했다.


물론 여기에는 이념적인 논란거리가 생길 수도 있으니 김지운 감독은 안전하게 상상 속 세계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개연성을 버리고 안전함을 추구한 그의 선택은 원작 속 늑대를 근본 없는 유기견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기에 기자는 본 영화를 ‘근본 없는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영화 내적인 부분으로 넘어오면 더욱 가관이다.


극 초반 정우성의 배경 해설은 그나마 영화 속에서 봐줄만한 장면이었다. 물론 이마저도 도대체 왜 남북한에 통일에 합의했는지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지만 말이다.


또 영화 장면들은 스타 동영상 화보를 보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배우들의 비주얼만 강조할 뿐, 감독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도, 막간에는 이해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관람자를 낙담케 했다.


기자는 원작의 팬이었기에 대충 서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어느정도 예상하는 상태였음에도,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 전반에 걸쳐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사분오열되는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혼란함 속에서 지하수로에서 임중경이 강화복을 입으면서 영화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원 맨 아미’식 액션, 반 박자 빠른 ‘코만도’식 액션을 선보이면서 인랑이 나름 공작부대라는 설정을 싸그리 뭉개버린다.


‘임중경 = 인랑’이라는 공식이 완성되는 순간, 영화 <인랑>의 관뚜껑에는 대못이 박히고 만다.


앞서 설명했듯, 마지막 지하수로 총격 액션 자체도 수준 미달이었다. ‘근미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SF 액션’이라고 허울 좋게 포장했지만, 내용물은 결국 수십년간 반복해온 ‘합 맞추기’ 액션이었을 뿐이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늑대와 늑대, 무리와 무리가 생존을 두고 싸워야 하는 서사가 흔해빠진 코만도식 총격액션으로 점철되고, 마지막에는 기어코 두 잘생긴 배우가 친절하게도 잘생긴 얼굴을 다 드러내놓고 싸우는 수준 미달의 상업영화 <인랑>.


이쯤 되면 영화 초반부터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을 김지운 감독에게 던지고 싶다.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드셨어요?”


[사진=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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