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순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대한민국 법학 교육의 새 지평

이문중 기자
2019-07-02

‘대한민국 법학 교육의 새 지평, 자유와 정의가 숨쉬는 높고(高) 우아한(麗) 학문의 전당 고대 법전원 명순구 원장./사진=뉴스리포트DB


[뉴스리포트=이문중 기자] 1905년 교육구국敎育救國의 정신으로 우리나라 근대 법학 고등교육의 효시를 쏘아 올린 보성전문 법률학전문과를 계승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그 후 114년의 시간 동안 국내 최고 수준의 법률가를 배출해왔다. 법전에 담긴 자유·정의·진리를 탐구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참된 법 전문가를 양성해온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은 문명의 변혁기로 평가되는 이 시대에도 그 소명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명순구 원장은 모교 출신 교수로서 그간 전공인 민법 분야에서 교육·연구의 발전을 선도해 왔다. 2007년 프랑스 교육문화훈장(팔므아카데믹 기사장) 수훈이 말해주는 것처럼 명 원장은 다각적 국제교류에 매우 적극적인 학자이다. 2015년에는 ‘민법학입문’ 강좌를 세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MOOC로 개설하고, 로스쿨 수업에 거꾸로교실(Flipped Class)을 도입하는 등 교육방법의 혁신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는 교육행정가로서 법전원이 걸어온 지난 10년을 반면교사 삼아 발전적 미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법전원의 제기능 회복...학술 역량 강화 필요


사법시험 폐지로 이제 법학전문대학원이 법률가 양성의 핵심기관이 되었다. 야심찼던 법전원 도입 취지는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너도나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몰두해온 법전원은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입시학원’으로 그 의미가 퇴락했다. 2009년 법전원이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 10년, 성공과 실패의 백척간두에 선 법전원의 교육 방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지금, 변호사 시험의 본래 정체성을 되찾아 진정한 의미의 법률가양성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하여 명 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변호사시험법」 제1조에 의하면 변호사시험은 검정시험이다, ‘검정’은 일정 수준에 대한 절대평가라는 점에서 상대평가를 수반하는 ‘선발’과 구별된다. ‘검정’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것과 매우 먼 거리에 있다.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 법전원에는 글로벌 개념이 없다. 미래를 대비하는 학문도 없다. 오직 변호사시험 준비만이 압도한다. 로스쿨 시행 10년의 결과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그 근본원인은 변호사시험이다. 변호서시험은 바람직한 법학교육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에 있어서 “시험이 아니고는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 “학생들은 시험이 어려워야 제대로 공부한다”, “모든 사람이 합격하는 시험은 시험이 아니다”, “빠르고 준수한 필체도 능력이다” 등의 시각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필요가 있다. 


명 원장은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의 방향으로 출제대상 판례의 제한, 선택형 시험의 폐지, 선택과목 시험의 학점이수제, 사례형과 기록형 문제에 대한 “오픈북 테스트”,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답안을 작성하는 CBT(Computer Base Test) 방식 등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법전원의 모습을 두고 혹자들은 ‘직업학교’에 비유하며 자조한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만 강조하는 모습이 흡사 전국 공무원 학원들의 그것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낮은 합격률은 변호사 시험을 ‘선발시험’으로 만들었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법조인으로서 성공적인 첫걸음을 떼기 위해서라도 교수들에게 시험에 관련된 지식적인 측면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법전원의 현실이다. 이렇게 학생들로 하여금 법학의 진수를 음미할 기회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변호사시험은 분명 개선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법전원에 입학한 것 자체를 일종의 정원제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보고, 해당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대체로 변호사 자격증을 가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법전원은 그저 법률 지식을 가르치는데 몰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바른 법학 교육이 펼쳐질리 만무하죠. 매우 비교육적인 상황이죠. 근시안적으로 보면 사회는 재판에 관여하는 법조인들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겠지만, 정작 법전원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매우 넓습니다. 법전원은 매우 다양한 곳에서 활동할 넓은 의미의 법률가들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명 원장은 법전원 학생들을 단순히 변호사 시험 준비생이 아닌, 차세대 법률 전문가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야와 열정을 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G²프로젝트>는 고대 법학의 자긍심이 녹아든 명 원장의 인재관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래를 보는 법률가 양성, ‘G²프로젝트’


명 원장은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급변하는 문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G²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펀해 나가고 있다. <G²프로젝트>는 ‘Go beyond Greatness’를 표상하는 것으로 단순히 크고 많은 것을 넘어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향후 대한민국과 세계의 법학을 견인할 두 인재집단으로서 법률실무가와 학문후속세대를 설정하고 이 두 유형의 인재들이 수월성을 보유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 시도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명 원장은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고대 법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로 삼고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저희 내부적으로는 ‘연어프로젝트’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일반대학원 법학 박사과정 지원 계획이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대표 사례입니다. 법전원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 중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일정 기간 실무계에서 활동하다가 학교로 돌아와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사회 활동 중 다시 공부를 시작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싼 등록금일 것이다. 현실 논리에 치여 법학자의 꿈을 접고 법조인의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에 명 원장은 KU미래장학금을 통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하도록 지원한다. 


“KU미래장학금은 박사학위과정 2년 동안 매달 20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장학금입니다. 일단 다음 학기부터 2명의 최우수 학생을 선발하여 이 장학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며, 성과를 관찰하면서 점진적으로 규모를 늘려갈 계획입니다. 이들은 앞으로 핵심 법학자로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경쟁력을 든든히 지켜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학의 경쟁력의 원천은 학문역량(academic power)에 있음을 늘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명 원장은 고려대학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거지고 있으며, 그 프로그램의 하나로 KU글로벌장학금도 마련했다. 개발도상국 또는 외국국적의 독립운동가 후손 우수 학생을 초청해 등록금, 주거 및 매달 100만 원의 생활장학금을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이 장학금 덕분에 고려대 학생들은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거나 혹은 뛰어난 외국 인재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시야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 밖에 학문후속세대 양성 차원에서 학생들의 논문 저술 활동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우수 논문을 선별해 학교 차원에서 출판해주거나 1년에 한번 우수 논문 저자에게 포상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모교 졸업생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학술회의도 개최하고 있지요. 앞서 설명드린 장학금과 논문 포상들은 전부 교우(고려대학교에서는 동문을 교우라고 함)들의 후원이 있기에 실현 가능한 사업들입니다. 선배들의 관심과 사랑이 미래 학문후속세대를 육성하는 토양이 되는 것이죠.”


고려대 법전원의 멈추지 않는 혁신


이밖에 명 원장은 다양한 교육과정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우선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목표 연계적 교육과정, 글로벌-융합 교육과정, MOOC, 거꾸로 교실 등 교육방법의 혁신, 산업별·지역별 전문가 육성 방안 등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비교과과정 포함)을 보다 전문화·특성화했다. 그리고 학부 교양법학 교육 체계를 정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구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고려대학교 학부생들이 전국의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Way to Law School)을 상설 운영하고 있다.


국제교류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충실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도 미국·중국·일본 주요 대학들과의 ‘셔틀 웍숍’(Shuttle Workshop)이 눈길을 끈다. 매년 한국과 외국을 번갈아 장소를 바꿔가며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술회의를 정례화함으로써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대규모 국제회의에도 적극적이다. 작년에는 미국변호사협회(ABA),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과 공동으로 학술회의를 진행했다. 주요 국가에 관한 연구와 교류를 위하여 특별 연구센터 설립도 주목할 만하다. 2017년 미국법센터를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에 이어 한중일법센터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외국 법률가들에게 한국의 전문법 분야를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국제교류의 이유에 대하여 명 원장은 “학문의 핵심 속성 중의 하나가 폭넓은 교류”라고 짧지만 확신에 찬 답을 하였다.   


실무가들을 위한 단기 최고위과정도 눈에 띈다. 법조인 및 실무가 연수·재교육을 위한 특별과정인 ESEL(Evolving Society, Evolving Law)이 그것이다. 정규과정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융합적 시각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매학기 주제를 달리하여 다양한 분야의 최고전문가들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있다. 제1기(주제: “IT, Finance & Law”)에 이어 현재 제2기(주제: “해운·조선·물류”)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 법전원의 혁신사업으로 가장 특별한 것은 벤처 로펌 지원사업이다. 고대 법전원 산하에 “법창의센터”(CLC: Center for Law & Creativity)를 설립하고, CLC 내에 “고려정우창업보육플랫폼”(KJLIP: Korea-Jungwoo Law Incubating Platform)을 두며, KJLIP에 벤처정신을 품은 다수의 독립된 법률사무소(법률가 Startup 팀)가 입주하여 전문가들의 멘토링 등의 자문과 함께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법조타운에 약 200평 공간을 기부받아 입주자들은 임대료 없이 사업을 한다. 국내 최초의 프로그램으로 로스쿨 체제에서 적극적 교육 모델 제시하고 있다. KJLIP에서 전문성을 배양한 법률가들은 국내외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여 창의적 긍정인자로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한국 로스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구한 역사성과 전통에서 나오는 학문적 깊이


명 원장은 고려대 법전원의 강점으로 ‘역사성에서 비롯되는 학문적 깊이’를 꼽았다. 1905년 이 나라 최초로 근대 법학 고등교육을 시작한 전통은 학생들에게 남다른 사명감을 부여하는 한편 커리큘럼 등 실질적인 부분에서도 학문적 특색을 갖추고 있었기에 법전원 시대를 맞이해서도 다양한 혁신과 도전을 통해 전문화·국제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법전원 1층 로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법률·경제·경영 학술저널인 ‘법정학계(法政學界)’가 전시돼 있습니다. 이 저널의 서문에는 1907년 조선이 겪는 어려움을 냉철한 눈으로 직시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법과 경제학의 발전이 가장 절실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학문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보성전문이 학생들에게 경제와 법률을 가르치는 한편, 대중들에게도 법정학계를 발간해 계몽한다는 취지를 담은 서문을 읽으면 감동과 자긍심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고대 법학은 앞으로도 우수한 인재 양성에 매진할 것입니다.”


이밖에도 고대 법전원에서는 학교역사 정리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보성전문 시대의 교과서 번역사업이다. 미래는 역사에서 시작한다는 신념을 가진 명 원장은 “현존하는 법전원 중 이와 같은 교과서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고려대가 유일하며, 이 사업은 우리나라 법학의 초기 모습을 정확히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학문사의 시계바늘을 지금보다 훨씬 뒤로 돌려 학문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감성의 무게


명순구 원장은 정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정서는 이성의 방향타”라고 언급하면서 보다 높은 경지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단한 이성의 반석 위에 반드시 올바른 정서가 갖춰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명순구 원장은 삭막해 보일 수 있는 법전원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건물 주변에 꽃밭을 조성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시를 게시하였다. 꽃밭에는 조릿대와 꽃잔디를 심었는데 그 이유에 대하여 명 원장은 “대나무 중 가장 작은 것, 무릎을 굽혀야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꽃”이라면서 겸허의 미덕을 이야기 한다. 2월말 3월 초 졸업·입학 시즌에는 축복의 뜻이 담긴 대형 플래카드(“드는 이 나가는이 高大法學에서 추억과 미래 모두 꽃같이 아름다워라!”)와 함께 건물 앞에 꽃길을 만들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식이 끝나면 신입생 전원에게 꽃을 나눠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젊은이들의 손에 쥐어진 이 작은 꽃 한 송이는 부디 신입생들이 이성의 오만에 빠지지 않고, 대한민국 법학의 미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명순구 원장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고대 법전원은 선후배 간의 다양한 모임이 있다. 매년 가을에는 “高法人과 함께하는 밤” 행사를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어울려 음악회를 즐기면서 깊숙한 소통을 하고 있다. 법과대학이 폐지된 2018년 2월 28일에는 “Goodbye 법과대학, Welcome 로스쿨” 행사를, 법학전문대학원 출범 10주년인 2019년 5월에는 로스쿨 졸업생 홈커밍의 의미로 “브릿지 랑데부”(Bridge Rendezvous)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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