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시인 나태주 "나는 연애편지 쓰듯 시를 쓴다"

정혜미 기자
2019-01-23


뉴스리포트 1월호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충남 공주시 봉황로 85-12에는 풀꽃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풀꽃 시인 나태주의 삶과 문학의 향기가 고스란히 배인 이곳은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으로 지난 2014년에 개관해 지역의 문학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문학관 내부에는 시인의 연보, 시집, 사진들이 전시돼 있으며 작가의 혼이 담긴 집필실이 공개돼 연일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꽃을 보듯 시를 쓰다  

몇 해 전 가을, 나태주 시인이 공주문화원장으로 재직했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당시 ‘풀꽃’이라는 시에 매료돼 ‘시인 나태주’를 알게 됐고, 그의 시 ‘멀리서 빈다’와 ‘행복’이 마음에 새겨질때쯤 공주에 갔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문학적 갈증을 채워 주었던 충만한 감성, 인생에 대한 솔직담백함, 무엇보다 꽃을 보듯 시를 쓰는 순수한 마음에 반해 그의 시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문학관에 들어섰다.  

풍금연주가 잔잔하게 울리는 문학관 내부, 숨죽이며 음악을 감상하는 방문객들 너머로 시인 나태주가 보였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건반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시인을 둘러싼 풍경에 시선을 두고 잠시 연주를 감상했다. 풀꽃 향기에 취할 때쯤, 시인과 눈이 마주쳤다. 아이 같은 미소, 따뜻한 눈빛,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던 시인 나태주, 변함없는 그의 모습을 보자 반갑고 애틋했다.



허브향기 그윽한 이야기 

나태주 시인은 그의 작품에서 11월이 좋다고 말했었다.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라고 했으니 딱 이맘때다. 낙옆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한다고. 나는 그가 차를 우리는 사이 차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가 애정하는 계절을 느껴보았다. 

물 끓는 소리가 집필실을 훈훈하게 했다. 은은한 허브향. 차를 우려내어 찻잔을 부드럽게 채워주는 주름진 손이 포근했다. 이렇듯 ‘풀꽃 시인’ 나태주는 추운 겨울 꽁꽁 언 몸을 따뜻한 차로 녹이듯, ‘위로와 축복, 응원’이 담긴 작품들로 세상과 소통한다.


미디어셀러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드라마나 예능에 등장한 책들은 때때로 큰 주목을 받는다. 특히 작품의 의미와 책 고유의 해석이 만나 시너지를 창출할 때 더욱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나태주의 시도 그렇다. 국민시로 발돋움한 ‘풀꽃’은 ‘학교 2013’에 소개돼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고, 최근 방영중인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 나태주의 시 ‘그리움’이 등장해 미디어셀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극중 수현(송혜교)과 진혁(박보검)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시 ‘그리움’은 풀꽃만큼이나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사랑받고 있다. 전혀 다른 세계 사람인 진혁과 수현이 만나 앞으로 겪게될 험난한 여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이 시는 간결한 문장과 직관적인 표현으로 몰입감을 준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끝없는 러브레터   

나태주는 연애편지를 쓰듯 시를 쓴다고 고백했다. 사랑스럽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고운말로 정성스럽게 쓰는 러브레터처럼 말이다. 그의 편지는 5년 전부터 독자들이 받아주기 시작했다. 출판문화가 아닌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한꺼번에 터져나가는 영향력 있는 시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이러한 행운을 얻게 된 것은 상처받고 좌절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안식처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내 시가 사랑받는 것은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며 “내 시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치유와 힐링이 필요하지 않을 때, 그때 나도 저물 것이다. 내 시를 오래도록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불행하길 바라는 것이라 원치 않는다”라며 속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너에 대한 배려 

나태주 시인은 시상의 원천으로 ‘너에 대한 배려’ 를 강조했다. 짧은 시로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개인적 의식구조가 많이 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인류가 집단에 소속돼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류한 반면, 지금은 나 자신이 중요한 것이죠. 그래서 집단 속에서 고독하고 또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면서 불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이전 세대는 인간관계 속에 치이면서 나를 챙기기보다 사회에 소속됐던 반면 이제는 집단의 휩쓸림 없이 홀로 고독을 즐기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고독에 몸부림치면서 무언가를 절박하게 갈망하다 보면 결국 본질적 자아를 마주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기폭제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영화가, 그리고 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이 현대사회에서 각광받고, 또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시에서 나를 발견 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할 시간을 부여 하기 때문이다.  



시를 그리움 너머로

 
“시 작품은 세상에 한 번도 없었던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없는 것인데 있다고 믿고서 꿈꾸는 그 무엇인지 모른다. 

그것은 마치 미인도와 같고 인류가 한 번도 도달해보지 못한 보물섬과도 같다.”

                      - 나태주 산문집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 中


나태주 시인은 후배 작가들에게 “인생을 끝까지 정성스럽게 살아라”라고 조언했다. “평소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겁게 즐겨라. 가장 아팠고, 힘들었고, 좋았던 일들을 글로 옮기고, 표현하는 것을 계속하라”는 것. 그 표현이 언어가 되고 형식이 시가 된다면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나태주 시인은 앞으로도 글쓰기와 책을 내는 일,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을 것이라 했다. 책과 글에서 해방되고 싶은게 마지막 소망이기도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글을 열심히 쓰고 더이상 써낼 것이 없을 때까지 글을 쓰겠다고 하니, 팬의 입장으로서 참 다행이다. 나태주 시인은 “세상 한 귀퉁이에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시를 쓴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시를 쓰면서 삶을 이어왔고, 위로가 됐기에 앞으로도 시에 마음을 담아 그리움 너머로 날려 보내겠다”고 말했다.


공주의 겨울, 그리고 기다림  

그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황홀했던 여행의 한 장면을 기억하듯 ‘안부’의 시 한 구절을 되뇌인다. 그는 내게 ‘기다림’이란 시를 선물해주었다. 시에 담긴 의미처럼 우리의 인연은 행운이었을까, 우연이었을까. 나는 여전히 실제와 환상의 중간 지점에 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공주의 겨울을 눈에 새기며, 새롭게 피어날 봄의 나태주를 그려본다.    

저작권자 © NEWS REPORT(www.news-repor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상호명 : 뉴스리포트 NEWS REPORT 사업자번호 : 728-34-00398  발행인 : 정혜미 편집인 : 정연우 청소년보호책임자: 정연우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16(국회대로 66길 23) 산정빌딩 7층 ㅣ 이메일 : korea_newsreport@naver.com

대표전화 : 02-761-5501 ㅣ 팩스 : 02-6004-5930 ㅣ 등록번호 : 서울, 아 05234 등록일 : 2018.06.04

뉴스리포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8 뉴스리포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