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표 길문화연구원장, 국내 도로경관디자인 개척자

이문중 기자
2020-03-16

‘보고 느끼고 머무는’ 도로 개념 정립에 힘쓴 손원표 길문화연구원장./사진=뉴스리포트


손원표 박사는 지난 40여년 간 선진 도로설계 기술과 이념을 국내에 들여오는데 힘쓴 도로 전문가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삶의 질 향상에 따라, 경관설계에 관심을 갖고 공감대 확산에 힘을 기울여 왔으며,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친환경 도로’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그는 동부엔지니어링 기술연구소장 재임 당시 고집스럽게 선진 도로기술을 연구했고, ‘환경친화적인 도로건설 포럼’의 T/F 위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이 평생 연구한 지식들을 아낌없이 사회와 공유하였다. 손 박사는 모두가 이동 수단으로써 도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일찌감치 도로경관과 디자인에 천착하며 사회를 바꿔온 고독한 기술자이다.


대우 좋았던 건설회사 과감히 사표, 설계 길 걷다

손 박사는 성균관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인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도로공학을 전공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대학 졸업 후 공군 시설장교(공병)로 복무하고 건설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창의적인 업무에 목말랐던 손 박사는 모든 면에서 월등했던 조건들을 포기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시공 단계는 창의력보다는 오로지 설계도면을 현실화하는데 집중하기 마련이죠. 그러나 저는 눈 앞의 도면이 어떻게, 왜 이렇게 그려졌는지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손 박사는 1984년 초 설계회사 ‘우대기술단’에 입사, 본격적으로 엔지니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첫 직장보다 많이 부족했던 삶이었지만, 설계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손 박사가 우대기술단에서 일하던 80년대 초중반부터 세계은행(IBRD) 차관 도로건설이 본격화 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도입된 해외 선진기법들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기술축적을 시작했다. 특히 중부고속도로의 미호천교 설계에서는 교량설계에 처음으로 강우유역 Thissen망과 HEC-2 프로그램을 도입, 하상의 경사도와 유속 및 유량 등 복합적인 수문학적 요인을 반영한 교량계획을 주도했다.

“미호천교 설계 이전에는 실제 수문학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교량으로 점유되는 하천의 단면을 빼고 더하는 등 2차원의 설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실제의 수리, 수문 환경적 조건을 제대로 반영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천하려 노력했습니다.”


도로 설계 및 시공 신기술 도입에 앞장

손 박사는 건설의 환경 특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 국내 설계문화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젊은 시절 신기술에 대한 갈증과 근면함으로 괄목할 성취들을 거두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 줄눈콘크리트포장 시 다웰바 고정핀 시공과 실리콘 줄눈소재 도입 제안을 꼽을 수 있다.

“줄눈콘크리트포장 시 콘크리트판 밑에 위치한 윤하중 분산장치인 다웰바가 포설장비의 이동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잦았는데요, 이를 핀으로 고정해 이동을 방지해 포장 콘크리트의 고질적인 줄눈부에서 반복 파손을 예방했습니다. 또한, 콘크리트 판 사이의 줄눈 채움재를 실리콘 소재로 바꿔야 도로포장 수명주기비용(LCC)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발주처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손 박사는 대전엑스포 당시 경부고속도로 대전 회덕~증약 구간 왕복 6차선 확장공사설계에서 처음으로 종단개량에 따른 포장 덧씌우기 공법을 제안하여 콘크리트 포장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당시 제안된 종단개량공법은 현재 도로확장 공사에서 표준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도로설계 분야에 경관개념 도입

이렇게 신기술 도입과 연구에 앞장 선 손 박사는 동부엔지니어링 기술연구소에서 10년간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국책 연구사업 4건 및 많은 특허와 신기술을 개발하여지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가변식 상하이동 자동볼라드‘를 개발하여 덕수궁 길 입구에 적용하였으며, 또한 LH에서 주최한 제4회, 제5회 도시설계기술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은 동부엔지니어링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저는 동부엔지니어링에서 이전까지 제가 연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로경관디자인 분야를 개척하고 발전시켰습니다. 기업의 연구소장으로 안정을 바라기보다 적극적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R&D)에 도전하여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경쟁력을 가진 특화분야를 일궜습니다.”


동부엔지니어링 기술연구소장 당시 손 박사의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경관도로 Scenic Road 조성 기본계획', '경관도로 정비사업 업무편람', '고속도로 경관설계 매뉴얼' 등이 있으며, ‘도로경관계획론’, ‘자연과 역사, 문화가 깃들어 있는 길’ 등 여러 권의 명저를 저술하기도 했다. 이밖에 적극적인 학술 교류 및 도로경관디자인 분야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썼고, 그 결과 2007년 대통령상 수상의 쾌거를 거뒀다.

“기술은 차별화가 핵심입니다. 저는 도로공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먼 미래를 바라봤고, 대세에 따르는 무사안일주의보다 가치 있는 변화와 도전을 추구했습니다.”


이후 손 박사는 2016년 동부엔지니어링 기술연구소를 나와 ‘길 문화연구원’을 개설, 지자체에서 발주되는 타당성조사용역과 친환경, 도로경관디자인, 도로정비사업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손 박사는 민식이법을 계기로 시작된 ‘어린이 보호구역 시범사업’에서 (사)한국블록협회의 TF 팀장을 맡아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사)한국블록협회의 교통정온화 설계, 가로경관디자인, 블록패턴디자인, 블록포장설계 등 다양한 사업들을 수행하며 연구와 실무를 접목시키는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오늘 오전에도 화성시 도시계획도로의 경관성 검토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이제 지자체에서도 도로를 보는 시각을 교통 기능에 한정 짓지 않고 친환경, 경관 관점으로 넓혀가는 추세입니다. 단순히 ‘점과 점을 최단거리로 잇는’ 그간의 설계 개념에서 벗어나, 주변 경관과 소통하는 곡선형 디자인을 통해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즐거움을 주려는 아름다운 도로 만들기에 대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죠.”


아직 미약한 변화이지만,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손 박사는 아름다운 도로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외롭게 연구해왔다. 현재 그는 40여년 간의 연구결과를 집대성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도로 설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는 저술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는 이미 발간한 저서인 ‘도로공학원론, 도로경관계획론’과 함께 도시지역 도로디자인 관련 전문서적인 ‘보행자와 차량이 공존하는 도로의 계획과 설계(가제)’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과 교통정온화의 사상과 도시지역 도로인 가로에 대한 다양한 설계 및 시공 기법들을 담아낼 것입니다.”


손 박사는 도로의 주요 기능인 이동성과 접근성에서, 지금까지의 이동성 일변도에서 벗어나  ‘접근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로는 교류하고 소통하는 채널, 보고 느끼고 머무는 공간,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이와 같은 도로경관디자인과 보차공존도로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향후 아름다운 도로의 구현을 통해 국내 도로설계에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데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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