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원장, 법학교육 정상화 위한 각고의 노력

이문중 기자
2019-11-11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원장 / 한국공법학회장./사진=이문중 기자


[뉴스리포트=이문중 기자] 지금 법학 교육은 위기에 처해있다. 로스쿨 10년, 사실상 고시화된 변호사시험은 국가 법학 교육 방향 전반을 왜곡하고 있고, 비로스쿨 대학 중 법대 혹은 법학과들은 생존을 위해 통폐합을 강요받고 있다. 법에 대한 철학적 이해와 연구, 대한민국 공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순수한 열정이 사라진 대학 교정에는 사익적 동기에 기인한 실무법학이 들어찼으니, 이른바 ‘법학의 겨울’이다. 이에 본지는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만나 대한민국 로스쿨 제도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발전 대안에 대해 취재했다.  


시대로市大Law 미래 키워드 하나, ‘공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시립대 로스쿨)은 전국 유일의 공립 법전원이다. 또 2008년 로스쿨 승격 당시 법학부 체제였던 시립대는 법과대학 없이 로스쿨을 인증 받은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렇게 ‘유일’이라는 수식어를 여럿 달고 있는 시립대 로스쿨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판사, 검사와 함께 변호사도 교육했던 이유는 변호사가 지닌 공적 기능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법치와 정의, 진실을 수호하는 인재 양성을 사립 교육기관이 주관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우리 시립대 로스쿨은 국내 유일의 공립 로스쿨로서 과거 사법연수원이 그러했듯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법조인 육성을 목표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2008년 정량평가 전국 3위의 성적으로 인가받은 시립대 로스쿨은 ‘공적 가치 실현’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공정한 입시 기준을 지켜나가고 있다. 모교 출신자들이 전체 학생 중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대다수 사립대 로스쿨들과 달리, 시대 로스쿨은 오직 실력으로 평가하기에 다양한 학교 출신 학생들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모교 출신 로스쿨 원생 비중이 너무 낮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성 대신 출신 성분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입시를 제대로 된 입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시립대 로스쿨은 법률가의 꿈, 마땅한 실력과 진지함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에게라도 열려있는 배움의 전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시대로市大Law 미래 키워드 둘, ‘학생중심’


김 원장은 공익을 위해 변호사와 판사, 검사의 길을 걸으리라 마음먹은 사람들, 특히 배움의 여건이 열악한 인재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 시립대 로스쿨의 기본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교육과정심의위원장 역임 당시 주요교과목 이수학점을 115학점에서 87학점으로 대폭 개선 통폐합하여 학생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법 지식을 획득하고 다가오는 변호사 시험에 적절히 대비하도록 개선했다.


“시립대 로스쿨을 학생 중심의 교육 현장으로 개선하기 위해 원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원생 여론 수렴을 통해 최적의 학습 공간에서 원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의 다양한 혁신 지원 정책을 통해 시립대 로스쿨은 원생들의 꿈을 실현하는 배움의 터전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원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장학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기숙사를 확충해 3학년 전원과 2학년 일부 학생들이 시대 교정에서 안정적으로 공부에 집중하도록 다양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과거에는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시립대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숙사도 일반 사립대에 비해 아주 열악했죠. 그러나 시립대의 사회적·학술적·교육적 역할이 점차 확장되면서 전국으로부터 학생들의 입학이 증가하게 됐고 그에 따라 최근에 기숙사를 더욱 확충하고 있습니다. 현재 3학년 원생들은 전부 기숙사를 이용 중이며, 2학년으로 혜택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이 온전하게 공부에 집중하도록 법학도서관, 자습실 등 학습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시대로市大Law의 미래 키워드 셋, ‘우리는 하나’


앞서 설명했듯이 시대 로스쿨은 모교 출신자에 대한 우대 없이 오직 실력만을 평가하는 공정한 입학기준을 견지하고 있기에 원생들의 출신 학교와 학과가 아주 다양하다. 이런 특성이 시대 로스쿨의 실력적 부분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반면, 자칫 동문 간 결속력이 다소 약화되는 요인으로 될 우려도 있다. 이에 김 원장은 지난 10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시립대 로스쿨 졸업 선배와 후배가 하나로 뭉치고 지속가능한 인적 네트워크로 발전해나가도록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모교(母校)라는 공통분모 위에 맺어진 인적 네트워크는 개인에게 든든한 울타리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시대로(市大Law)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시립대 법조 동문회와 시립대 로스쿨동문회는 지금까지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출신 학교에 따른 공동체 의식이 왜곡되면 ‘학연’으로 대표되는 권력집단으로 변질 될 수 있으나,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면 여러 개인들이 하나로 결집해 사회 개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공적 가치 실현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는 시립대 로스쿨 동문회의 결속과 그에 이은 시대Law와의 연대는 단순한 시립대 법전원의 발전을 뛰어넘어 시민사회에 기여하게 될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특히 시립대 로스쿨의 10주년 행사는 김 원장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행사를 통해 그는 시립대 로스쿨이 한뜻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을 직접 챙길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사실 동문회와 원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며 당시 속내를 밝혔다. 


“저는 시대 로스쿨의 예년 행사와 마찬가지로 동문회와 원생들의 참여에 대한 큰 기대 없이 10주년 행사의 내실을 채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는 시립대 로스쿨이 단단하게 뭉칠 수 있음을 확신했습니다. 예년과 달리 시대로 동문들과 로스쿨 원생들이 아주 뜨거운 관심을 보이면서 무려 250명이 넘는 인원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으며 행사의 내용과 당시의 분위기도 아주 뜨거웠습니다.” 


시립대 로스쿨의 10주년 행사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도 큰 관심을 가진 바 있는데, 교수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조성해 성황리에 행사를 치렀기 때문이다.


“예산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원생 학부형들께서도 후원금을 제안하셨지만, 뜻은 고마우나 이는 원생들에게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시립대 로스쿨의 10살을 기리는 행사이니만큼 부족하게나마 교수들의 힘으로 마무리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10주년 행사에는 허례허식이나 공허한 축하 공연은 없었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실현하는 중진급 인사들인 모교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 대한변협회장, 서울북부지법원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이 참석해 선배 법률가의 지혜와 인생철학에 대해 강연했고, 김 원장도 진솔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시립대 로스쿨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는 스승을 대하는 제자로서 원생들이 교수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등 완전한 ‘시대인’으로 거듭나고 있을 뿐 아니라, 행사 이후 동문회의 반응도 크게 변화했다. 최근에 있었던 로스쿨 교수 정년 퇴임식에 동문회도 참석해 감사패를 전달하고 싶다고 연락해온 것. 이는 로스쿨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사례로서 시대 로스쿨 구성원들과 동문, 원생들의 공동체 의식이 한층 강화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울러 김 원장은 시립대 로스쿨이 진정한 공공의 수호자 양성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시립대 로스쿨은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을 초빙교수로 임명, 후학양성과 법학연구 및 각종 특강 활동을 펼치도록 했다. 특히 ‘한국 정치와 헌법 재판’을 주제로 지난달 10일 개최한 열린 특강에서는 로스쿨 학생들과 주민 등 17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앞으로 저는 커리큘럼 개선과 각종 특강 개설 외에도 시립대 로스쿨이 추구하는 ‘공적 가치 실현’ 철학을 예비 로스쿨 원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 처음 실시한 자체입학설명회를 더욱 활성화해 학부생들에게 올바른 법조인으로서 목적의식과 방향성을 갖도록 우리시립대만의 의지와 목표를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로스쿨 10년, 누가 공익의 수호자인가?


헌법의 수호자에 관한 문제는 위기 상황의 한 징표이다. 독일의 경우 바이마르공화국 말기에 이 문제를 둘러싸고 헌법학자들과 법조실무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칼 슈미트와 한스 켈젠의 논쟁을 꼽을 수 있다. 일찍이 칼 슈미트는 프랑스의 자유주의 정치사상가인 뱅자맹 콩스탕의 중립적 권력의 이론을 토대로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의 수호자는 공화국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스 켈젠은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법원도 헌법의 수호자라고 하면서 헌법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원장은 두 거성들이 펼친 ‘헌법의 수호자’ 논쟁을 인용하면서 “과연 누가 공익의 수호자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당이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일삼는 낙후된 입법부와 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에 따른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 지나친 개인주의적 경향에 따른 이기주의의 팽배, 배금사상 등 현대 한국 사회에 ‘공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철학이 설 자리가 매우 약화되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공익과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제대로 된 제도는 물론이고 이를 최전선에서 실행하는 사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제도가 정의롭게 구축됐다 하더라도 공익실현자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잘못됐다면 결국 사익추구 도구로 왜곡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에 공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의감을 불어넣으면서 지식을 교육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또 그는 평생 헌법을 연구한 법학자이자 현재 한국공법학회장으로서 학계의 분위기와 법전원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끼고 있기에, 학회의 방향과 현실 교육의 방향의 첨예한 대립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대륙법계로서 연역적 사고체계에 근거하여 구성돼 있기에 판결보다 법률 자체의 완성도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법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법률 용어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 우리 법체계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행 로스쿨 체제와 변호사시험은 거의 전부 판례의 경향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즉 대한민국 법체계와 맞지 않는 교육 및 시험 출제로 인해 체계적인 법조인 양성이 어려운 상황인 것이죠.”


이제 한국 법학에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다. 로스쿨과 법학대학들이 ‘법학’교육이라는 당연한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루빨리 변호사시험을 개혁해야 하며, 학생들이 체계적이고 기초가 튼튼한 리걸 마인드를 갖춰나가도록 법 교육의 기초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변호사 자격증을 ‘법률가 자격증’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에만 매달리는 변호사 자격증 대신, 공공부문역무, 기업계약 등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약할 수 있는 ‘법률가 자격증’으로 바뀐다면, 입법 교육, 기초법 교육 등 제대로 된 법학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김대환 원장은 한국공법학회장 임기 막바지를 맞아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간 김대환 원장은 더 발전된 학회를 후임 학회장에게 물려주겠다는 각오로 여러 기관과의 교류를 주도하고 굵직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김대환 원장은 학회장 취임 당시 선배들이 이뤄놓은 한국공법학회의 그늘 아래에서 법학자로 성장했음을 밝힌 바 있다. 선계인지지善繼人之志 선술인지사善述人之事(효는 부모의 뜻을 잘 계승하고 대대로 이어오는 일을 잘 이루는 것)의 각오로 선배들의 유산을 계승하고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한 그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후배들의 모범이자 귀감이 되는 헌법 학자로서 한국공법학회의 발전과 대한민국 법학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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