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의·과학 연구 성취 마중물 ‘동물실험’

이문중 기자
2019-11-11

‘과학과 윤리 균형’ 학계 실험 역량 상승위해 노력하는 강병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실험동물실장./사진=이문중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분야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문 정권은 오는 2025년까지 연간 4조 원 투자와 함께, 대한민국 바이오·제약·헬스 분야를 세계 선도적 위치로 올려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속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이오헬스 분야는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서 또 다른 도약의 출발선상에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생명과학 및 의학 연구에서 연결 고리의 위치를 차지하는 동물실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 탐구의 영역은 물론 그 결과를 이용해 인간과 동물에게 발생하는 질병들을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생명과학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 활성화 및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실험동물실을 찾아 취재했다.


대한민국 의학발전의 산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실험동물실


강병철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실험동물실과 함께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디자인동물센터와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전임상실험부까지 총 4개 센터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실험동물 분야의 권위자다. 강 교수는 1998년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상실험부에 부임한 이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병원을 국내 생명과학의 핵심 연구 인프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그는 국내 동물실험 분야에 과학성, 신뢰성, 윤리성 개념을 선구적으로 도입, 국내 학계의 전임상 연구 역량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4개 센터를 관할하는 동시에, 연구와 후학양성 등 교수 역할에 충실하려면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시간이 빠듯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의학과 생명공학 등 과학 분야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현재까지 전임상실험부 등 4개 센터의 기초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강 교수가 걸어온 길은 서울대 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의 현대적 연구 인프라 구축 및 발전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에 이종장기이식용 무균미니돼지 사육 시설을 구축, 인체에 적용 가능한 장기이식용 돼지를 생산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지휘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2003년부터 준비한 장기이식용 무균미니돼지가 내년 정도면 첫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십수 년간 수많은 연구자와 함께 쏟아온 노력이 드디어 성과를 거두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또한 강 교수는 무균미니돼지와 함께 영장류연구센터도 키워냈다. 일본과 미국 등 영장류 연구 선진국을 다니며 노하우를 습득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에서 운영 경험을 토대로 서울대학교병원에 영장류연구센터를 세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영장류연구센터에서는 붉은털원숭이, 게잡이원숭이, 마모셋원숭이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장기이식, 신약개발, 뇌질환 연구와 함께 최근에는 체구가 작은 마모셋을 이용해 파킨슨병 질환모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마모셋을 이용한 질병 연구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7년 ‘제2회 아시아·오세아니아 마모셋 원숭이 심포지엄’을 유치하고 세계적 권위의 학자들과 연구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서울대 영장류연구센터를 국제무대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파킨슨병 마모셋 모델에서 세포치료제의 효능연구를 발표해 석학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강 교수의 파킨슨병 마모셋 모델 연구 결과를 통해 한국실험동물학회 2018 국제심포지엄에서 실험동물학술상을 거머쥐는 쾌거도 거뒀다. 한국실험동물학회 실험동물학술상은 우수한 연구를 통해 실험동물 분야에 이바지한 공로가 큰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권위의 상이다.


AAALAC와 GLP 인증, 인도적·체계적 동물실험 전기 마련


강 교수는 국내 학계의 동물실험 윤리관 정립을 이끌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만과 무절제에 대한 고민 끝에 서울대학교병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를 주도하면서 인도적·체계적 동물실험의 기초를 마련했다. 


“동물실험의 3대 원칙인 대체(Replacement), 감소(Reduction), 개선(Refinement)을 기본 철학으로 삼고 국제적인 기준을 목표로 실험동물 관리 기준을 엄격하게 재정비했습니다.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방법 외에 다른 대체 방법을 모색하고, 실험 중 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과 실험동물의 숫자 자체를 줄이고, 실험동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3R 원칙과 이를 실현할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결과, 2008~9년 신설된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법률 도입 이전부터 본 센터는 이미 IACUC를 갖추고 동물실험윤리를 엄격하게 지키던 상황이었죠.”


이렇게 강 교수가 추진한 일련의 사전작업으로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도입에 발맞출 수 있었다. 특히 법 제정에 앞서 비정부 국제민간단체인 AAALAC International (국제실험동물시설인증협회)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것은 강 교수의 식견과 철학을 증명한다.


“AAALAC International는 과학분야에서 실험동물의 인도적인 관리 및 처치를 장려할 수 있도록 일련의 자발적인 평가 및 인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체입니다. 본 센터는 2007년에 AAALAC의 인증을 받음으로써 실험동물의 관리와 사용에 책임과 헌신을 다하고 있음을 인정받았습니다. 아울러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동물연구를 규제하는 지방자치단체법, 국가 법 및 초국가적 법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준도 준수하고 있습니다.” 


또 본 센터는 GLP 인증기관으로서 국내 진행되는 각종 시험과정 및 결과의 신뢰성 확보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GLP는 시험의 계획, 실행, 점검, 기록, 보고되는 체계적인 과정 및 이와 관련된 전반적 내용을 규정하는 것으로 인증기관에 따라 비임상시험 관리기준 혹은 우수실험실 운영규정으로 불린다.


“5년의 준비 끝에 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GLP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GLP를 쉽게 설명하자면,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 전에 반드시 거치게 되는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에서 수행되는 안전성 평가와 독성시험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GLP 인증이 있어야 독성시험을 진행할 수 있으며, 독성시험을 통과해야만 임상시험 허가를 받을 수 있으니 GLP야말로 신약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인증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지요.”


면역세포치료제에서 새로운 가능성 모색


최근 강 교수는 전공 분야인 독성시험과 함께 CAR-T 세포치료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CAR-T는 ‘암세포 연쇄살인마’라고 불리는 면역세포 치료제로서 최근 소아백혈병을 치료한 케이스가 발표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노바티스 사의 ‘킴리아’가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은 바 있습니다. 우리 센터도 부작용을 최대한 통제한 CAR-T 치료제를 연구하기 위해 프로토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새로운 세포치료제의 안전성 평가에 초점을 두고, 본 센터의 강점인 영장류 연구를 통해 착실하게 실험 단계를 밟아갈 계획입니다.”


강병철 교수는 “궁극적으로 동물실험은 없어져야 한다”며 남다른 소신을 밝혔다. 그는 항상 3R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긴장한 상태로 동물들을 케어하고 있으며, 장비와 인프라 및 전문인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 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을 경계하면서 오늘도 서울대병원 전임상연구시설을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연구 인프라로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강 교수. 그간 강병철 교수가 보여준 성취들로부터 대한민국 실험동물 관리체계의 선진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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