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칼럼] 겨울 절기(節氣)와 함께하는 삶의 이야기

칼럼니스트 방재욱(方在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자로 표기하는 절기(節氣)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져 있지만, 절기는 세월의 흐름을 타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늘 우리 일상으로 다가와 지나간다. 24절기의 첫번째 절기인 입춘(立春; 2월 4일)을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의 마지막 절기로 서리가 내린다는 의미를 담은 상강(霜降; 10월 23일)을 지나보내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 11월 7일)을 맞이하고 있다. 한 여름을 상징하는 ‘삼복(三伏)더위’와 녹음방초(綠陰芳草)‘라는 말에 대비해 겨울철을 상징하는 말로는 ‘삼한사온(三寒四溫)’과 ‘북풍한설(北風寒雪)’이 있다. ‘삼복더위’는 초복, 중복, 말복을 의미하는 ‘삼복'에 더위가 붙여진 말로 삼복 기간에 나타나는 몹시 심한 더위를 뜻하며, 녹음방초는 푸르게 우거진 나무와 향기로운 풀들로 이루어지는 여름철의 자연 경관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에 비해 삼한사온은 겨울철에 일주일 주기로 삼일은 춥고 사일은 따뜻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북풍한설은 겨울철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차가운 눈이 몰아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겨울은 기온의 변화에 따라 초겨울, 엄동(嚴冬) 그리고 늦겨울로 구분이 된다. 눈이 많이 내리는 깊은 겨울의 심한 추위를 의미하는 사자성어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이란 말이 있으며, 겨울철에 북서 계절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많이 낮아지면서 여러 번 내습하는 혹한의 날씨는 한파(寒波)라고 부른다. 입동(立冬)은 겨울로 접어들며 맞이하는 첫 절기로 ‘입동에 날씨가 따듯하지 않으면 그 해 겨울바람이 독하다.’는 속담이 전해져오고 있으며, 보리 파종을 입동 전까지는 끝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라는 속담도 있다. 입동이 지나면 밭에 심은 배추가 얼어붙을 수 있고, 입동을 전후해 김치를 담가야 제 맛이 나기 때문에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도 전해져오고 있다.


입동에 이어지는 작은 눈의 의미를 담은 소설(小雪; 11월 22일)에는 살얼음과 함께 땅이 얼기 시작하며,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가 추워져 겨울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절기이다. 예전부터 농촌에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소설 추위를 겪어야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설에 이어지는 대설(大雪; 12월 7일)은 눈이 많이 내리는 절기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눈이 많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설에 눈이 많이 내려 보리를 덮어주면 보온이 되어 추위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전해져오고 있다. 겨울눈에 관련된 속담으로 ‘눈발이 잘면 춥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겨울철에 날씨가 포근할 때는 작은 눈 결정이 공중에서 뭉쳐져 ‘함박눈’으로 내리고, 날씨가 추워지면 눈이 뭉쳐지지 않고 ‘가루눈’으로 내리기 때문에 눈발이 잘면 날씨가 추워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설 다음으로 이어지는 동지(冬至; 12월 21일)는 연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동지 다음 날부터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고대 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나는 날로 여겨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작은 설’로 불리는 동짓날에 대비해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다. 겨울의 막바지 절기는 ‘작은 추위’를 의미하는 소한(小寒; 1월 5일)에 이어 ‘큰 추위’를 의미하는 대한(大寒; 1월 20일)으로 마감이 된다. 중국에서는 겨울 추위가 입동에서 시작해 소한으로 갈수록 추워져 대한에 최고에 이른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보다 소한 때가 더 추운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말과 함께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들도 전해져오고 있다.


사계절 중 마지막 계절인 ‘겨울’은 삶의 마지막인 ‘죽음’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겨울 다음에는 늘 ‘봄’이라는 계절이 다시 다가오기 때문에 겨울은 영원히 이승을 떠나는 죽음과 달리 봄을 기다리는 시련의 기간으로 여기며 지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서 묵은해를 보내며 묵은 것은 버리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도 있다.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24절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지나가고 있다. 경자년(更子年)을 보내며 새로이 열릴 신축년(辛丑年) 새해의 입춘(立春; 2021년 2월 3일)을 떠올리며, 입동으로 열려 대한으로 마감하는 겨울 절기들에 꿈과 희망을 가득 담아보자.


저작권자 © NEWS REPORT(www.news-repor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상호명 : 뉴스리포트 NEWS REPORT 사업자번호 : 728-34-00398  발행인 : 정서우  편집인 : 정연우 청소년보호책임자: 정서우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16(국회대로 66길 23) 산정빌딩 7층 ㅣ 이메일 : korea_newsreport@naver.com

대표전화 : 02-761-5501 ㅣ 팩스 : 02-6004-5930 ㅣ 등록번호 : 서울, 아 05234 등록일 : 2018.06.04

뉴스리포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8 뉴스리포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