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현 칼럼] 3분 드라마(2)

수필가 김국현(金國鉉)


방송 프로그램은 1편이 끝나고 이제 2편으로 이어진다. 그건 분명 이야기로 구성된 서사시적 프로로서, 흐뭇한 미소 없이는 볼 수 없고 뜨거운 눈물 없이는 들을 수도 없는 한 편의 드라마다. 1편이 신선한 감동의 시작이었다면 2편은 성숙된 감동의 전개이다. 드디어 일곱 명의 ‘트롯맨’이 탄생했다. 예선과 결선의 치열했던 경쟁에서 살아남아 영예의 자리에 올랐다. 그들은 경연을 통해 나날이 성장했고, 프로정신과 순수성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다 여느 정치인이나 성공한 자들처럼 교만하지 않고 한결같이 겸손한 자세를 가졌기에 더욱 돋보인다. 그들에게는 대중적 인기와 명성보다 오직 청중들의 사랑과 노래에 대한 열정이 있을 뿐이다.


요즘은 매주 목요일 밤만 되면 여지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사랑의 콜센터>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다. 시청자들의 전화가 방송국에 접수되면 그 중에 출연자들이 번호를 선택하고 전화를 연결해서 지명된 가수가 신청곡을 직접 불러준다. 이번 주는 가정의 달을 맞아 효도를 주제로 가요 경연을 펼쳤다. 트롯맨들은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서 모자간에 애틋한 사랑을 보여준다. 대다수가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거나 와병 중에 있다. 노래하는 가수나 들어주는 어머니나 바라보는 시청자나 눈물에 젖은 회한이 가슴과 가슴으로 전해진다. 가족이란 기쁜 일이 있을 때 빈자리가 더 쓸쓸하고 허전한 법이다. 그러기에 슬플 때 흘리는 눈물보다 기쁠 때 흘리는 눈물이 더 깊고 짜다.


<마법의 성>을 신청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죽은 아들을 빼어 닮았다는 가수를 지명하여 아들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노래를 듣고 싶어 했다. 가수는 눈시울을 붉히며 노래를 불렀고, 어머니는 노래를 듣는 내내 울먹이고 흐느꼈다. 그녀는 노래 덕분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가수에게 감사했고, 가수도 서슴없이 아들이 되어주겠다고 화답했다. 올해 81세 할머니는 어린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무척 큰 위로를 받는다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불효자는 웁니다>를 신청했다. 그 가수는 구성진 목소리로 또 한 차례 할머니의 가슴을 울렸다. 어느 누가 그런 할머니를 탓할 수 있겠는가.


이 프로의 시청자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들의 앞길에 꽃자리를 깔고 기다리며, 가수를 맞이하고 대화하고 느끼고 또 감동하고 있었다. 방송국과 연결하기 위한 신청자의 전화는 일이천 통은 기본이고 심지어 사천여 회를 눌린 자도 있다.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받는 사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찌 그리 기쁘고 즐거운지. 좋아하는 가수와 대화 한 마디로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듯싶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며 감동의 씨앗을 뿌리고 듣는 사람은 각자의 마음 밭을 갈아 그 씨앗을 움트게 한다. 그래서 이들이 만드는 드라마는 지극히 개별적이면서 한데 모이면 집단화 되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


노래는 기쁨과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슬픔을 함께 하고 고통을 나누어 감정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가수는 가창력과 노래 소화력, 감정 이입,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대 매너가 어우러질 때 좋은 노래가 나온다. 그러기에 가수는 노래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요 감동을 자아내는 기술자다. 가사의 의미에 가수의 음성과 감정이 채색되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더욱이 가사의 주인공이 되어 노래를 자기 것으로 만들면 감정에 쌓인 가수도 울고 감동 받은 청중도 눈시울을 적신다. 청중과 가수가 노래를 매개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모든 것은 주관자의 마음에 달렸다. 진정성을 가지고 소중히 대하면 노래가 가진 그 이상의 능력을 향유할 수 있다.


중후한 목소리의 가수가 부른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중에 ‘우린 다 이별하며 살고 있잖아요’라는 가사가 내 마음에 와닿는다. 그는 이 노래로 시청자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고 했다. 노래는 삶이요, 인생 그 자체이다. 사랑 고백, 이별의 슬픔, 자연의 아름다움과 추억에 대한 회상처럼 삶의 의미를 한 가지씩 품는다. 이런 가요를 불과 3분 동안 가수는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대중 앞에 선다. 좋은 노래는 청중들의 가슴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북받치는 기쁨이나 슬픔도 드러내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자존심을 너머 용서를 구하거나 사랑을 고백하는 용기도 생긴다. 이 또한 노래가 가진 힘이다. 가수들과 나누는 시청자들의 짧은 대화 속에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고 섭섭하거나 위로 받고 싶은 심정이 어떤지 솔직히 드러난다. 세상에는 잘 난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보잘 것 없고 슬픈 일도 참 많다.


언젠가 드라마 2편이 끝나면 제3편과 4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애청자들의 사랑과 감동이 있는 한 이 프로는 종편(終篇)의 예고가 없다. 단지 모처럼 조성된 트롯의 열풍이 사그라지거나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분위기를 소중히 보듬어 오래오래 사랑하고 또 사랑 받기를 소망해 본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어떤 이야기가 내 가슴을 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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