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칼럼] 여름 절기에 담긴 삶의 이야기

칼럼니스트 방재욱(方在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세월은 한 치도 어김없이 흘러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 4월 19일)가 지나가고, 풀과 나무들이 무성해지는 여름 절기(節氣)가 시작되고 있다. 5월 5일 입하(立夏)로 시작해 7월 22일 대서(大暑)로 마감되는 여름의 여섯 절기에는 어떤 의미와 특징이 담겨 있는 것일까. 


한자로 표기하는 한 해 24절기의 명칭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붙여진 이름이다. 절기는 천문학적으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황도면에 따른 경도인 황경(黃經) 360도를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정해진 것이다. 황경이 0도인 날이 겨울과 여름을 가르는 춘분(春分), 90도인 날이 여름의 가운데에 이르는 하지(夏至), 180도인 날이 여름과 겨울을 가르는 추분(秋分), 그리고 270도인 날이 겨울의 가운데에 이르는 동지(冬至)이다. 절기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지고 있지만, 계절에 따라 변하는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나타내는 24절기는 늘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여름의 첫 절기 입하(立夏)는 5월 5일로 어린이날과 함께하고 있다. 신록(新綠)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입하는 농작물이 잘 자라는 시절이지만 해충과 잡초 번성이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을 없애는 일로 농가의 일손이 많이 바빠지는 철이다.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라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입하 때 바람이 불면 못자리에 뿌려놓은 볍씨가 한쪽으로 몰리게 되어 농사에 좋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입하에 이어지는 소만(小滿; 5월 20일)은 만물이 빠르게 생장해 주변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절기에는 여름 기운이 깊어지며 농작물이 번성하기 시작해 예전에는 농가에서 모내기 준비, 보리 베기, 밭농사 김매기 등으로 연중 가장 바쁜 철이었다. 소만 무렵에 부는 바람이 차고 쌀쌀하기도 해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다. 


소만의 다음 절기인 망종(芒種; 6월 5일)은 까끄라기(털)를 의미하는 ‘망(芒)’과 씨앗(종자)을 의미하는 종(種)의 명칭에서 보는 것처럼 농가에서 까끄라기가 있는 보리나 밀의 수확과 모내기로 바쁜 절기였다. 망종 속담으로는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말들이 전해져 왔다. 


여름 계절의 가운데에 있는 하지(夏至; 6월 21일)는 황경이 90도로 연중 낮이 가장 긴 날이다. 예전에는 모내기를 마치고 나서 이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고 전해지고 있다. 속담으로 전해지고 있는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는 하지가 지나면서 농부들이 논에 물을 대느라 매우 바쁘게 지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 다음으로 이어지는 절기는 더위가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소서(小暑; 7월 7일)이다. 소서는 밀과 보리를 수확하는 절기로 이때가 밀가루 음식이 가장 맛이 좋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과일과 채소가 풍성해지는 철이기도 하다.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소서가 갓 시집을 온 새색시도 모를 심어야 할 정도로 바쁜 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서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추(立秋; 8월 7일) 사이에는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으로 이어지는 삼복(三伏)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가 지난 뒤 셋째 경일(庚日)에 맞이하는 초복(7월 16일)에서 10일 후 맞이하는 날이 중복(7월 26일)이다. 입추가 중복이 지난 후 10일 이내에 있으면 중복과 말복 사이는 10일이 되지만, 입추가 중복 후 10일 이후에 있으면 중복과 말복 사이 기간은 20일이 되는데, 올해의 말복은 중복 20일 후인 8월 1일인 광복절 날이다. 예전에는 복날이 되면 사람들이 더위로 허해진 몸을 보신하기 위해 개들을 마구 때려잡아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에 빗대어 만들어진 말이 ‘복날 개 패듯 한다’이다.


여름의 마지막 절기로 큰 더위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대서(大暑; 7월 22일)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 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는 무더운 절기이다. 대서는 날씨가 매우 덥고 큰 장마가 지는 경우가 많은 철로 논밭의 잡초를 뽑고 풀과 짚을 섞어 퇴비를 만들어두는 시기이기도 했다. 


여름의 6절기에 담긴 의미와 특징을 살펴보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맞이하는 경자년 여름 절기의 날씨가 봄처럼 변덕스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무더위와 우리에게 다시 우려를 안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해 건강하게 지내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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