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칼럼] '죽음학'에 담긴 삶의 이야기

칼럼니스트 방재욱(方在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건강한 삶을 의미하는 웰빙(Well-being),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웰에이징(Well-aging)과 함께 아름답게 죽음에 이르는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웰다잉을 언급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꺼려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죽음을 멀리하며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나이 든 노인들이나 병원에 입원한 중환자들이 ‘얼른 편안하게 죽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것은 진실성이 없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원초적 욕망’이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예외 없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매일 24시간씩 죽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자연과 시간의 섭리이다. ‘죽음[死]’이란 명제는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할 때부터 맞이해오고 있는 과제이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죽음의 세계가 인간의 경험과 지각 영역 너머에 있어 그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근사체험(近死體驗)에 관한 학술적 연구가 시작되며 ‘죽음’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시작되었다. 근사체험이란 임종이 다가오거나 뇌나 심장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한 생물학적 사망 상태에서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1980년대에 들어와 ‘국제근사학회’가 창립되어 근사체험에 대한 학술지도 발간되고 있다.


아름다운 삶을 위해 죽음의 본질과 그에 대처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생사학(生死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죽음학(Thanatology)’이 대두되고 있다. 철학, 종교학, 사회학, 생명과학, 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어 있는 죽음학의 주요 관심사는 임종과 죽음, 연명치료 중단, 임종 환자들을 다루는 호스피스 문제, 죽음 뒤의 삶의 세계, 자살과 같은 사회문화적 갈등 등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6월 ‘한국죽음학회’가 창립되어 죽음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죽음의 본질과 함께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임종을 맞이할 때 누구나 삶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하지만 죽음학에서는 가족과 따뜻한 사별의 대화를 나누는 ‘인격적 죽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환자가 의학기술에 의존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사후 세상으로 불리는 영계(靈界)를 수용해 저승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응하는 인간의 유형은 ‘삶’과 ‘죽음’에 대한 관심과 태도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죽음을 부정하거나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현실에 몰두해 자신을 잘 꾸미며 늙지 않아 보이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두 번째 유형은 죽음을 의식하고 현재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죽음을 자연과 시간의 순리로 인정하며, 어차피 죽음으로 다가는 인생에서 죽음 뒤의 세상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현실에 잘 적응해 맘껏 즐기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세 번째 유형은 죽음 이후의 세상을 마음에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죽은 다음의 세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현실에 만족하며 삶을 살아간다. 이 세 가지 유형 중 자신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생각해보자.


미국 작가 데이비드 실즈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책에서 죽음은 삶이라는 ‘임시직’ 이후에 찾아오는 ‘상근직’이라고 표현하며 삶의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로망 롤랑은 ‘인생은 왕복표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출발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구분이 되는 2박3일 여행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우리 삶에서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고, 내일이 되면 오늘이 어제가 된다. 이 말은 삶이 오늘이라면 죽음은 내일이 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삶에서 ‘오늘’이 바로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시작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날인 것이다.


‘죽음도 사랑’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에는 삶을 살아가며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에 대해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한 번 태어나 한 번 맞이하는 죽음에 이르는 삶의 여정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죽음은 자신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이며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죽음학의 주제인 ‘죽음’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삶의 마감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의 완성으로 보는 지혜를 떠올려보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여생(餘生)의 시간에 어떤 ‘변화’를 부여하며 살아갈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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