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하 칼럼] 전통꽃살문 문양들


칼럼니스트 이서하(李抒河) 

한국예총 1호 한지명인, 서하갤러리 관장, 한지작가


궁궐이나 사찰을 방문했을 때 나의 눈에 띄인 것은 꽃살문이었습니다. 경복궁이나 창덕궁, 덕수궁 등 왕이 거주했던 궁궐과 불교 건축인 사찰의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한 단청과 정교하고 아름다운 꽃살문일 것입니다. 꽃살문은 사찰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였으며, 궁궐에서는 정전건물에 국한되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조선시대 중기 이후부터 나타나는 형식입니다. 나무를 조각하여 만든 꽃문양 위에 아름다운 색들을 칠하였습니다. 


나무를 하나하나 깎아서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거의 원색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색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것도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구성과 표현은 공예 적 이며 문양은 정교하면서도 단아해 보입니다. 우리나라 선조들은 건축의 작은 부분까지도 아름다운 색과 조형미로 표현하여 우리나라 고유한 아름다움을 간직해 왔습니다. 꽃살문은 살대를 45°로 교차시켜 짠 격자문에 각종 꽃 모양을 조각하여 장식성을 높인 것입니다.


꽃살문의 재료는 대부분 춘양목입니다. 춘양목은 소나무로 재질이 단단하고 결이 부드러우며 붉은 빛을 내고 오래가도 썩지 않고 뒤틀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예로부터 궁궐, 사찰을 비롯하여 큰 양반가옥은 모두 이를 재료로 지었고, 가구재에도 많이 있습니다. 꽃살문의 춘양목은 북쪽에서 자란 나이테가 촘촘한 100~200년가량의 것을 골라 북남풍이 부는 쪽으로 삼년간 말린 다음 사년 째 되는 해에 창고에 들여 보관했다가 꽃살문을 제작합니다. 만들 때에 견고성을 높이기 위해 살과 꽃 장식을 하나로 붙여 조각하고 조립해 나가며 형태를 갖춥니다. 문살이 문틀 구멍에서 빠지지 않도록 나무로 쐐기를 박고 대패로 밀어 완성시킵니다.


꽃살문의 단청은 나무결이 아름답기는 해도 오랫동안 보관하기엔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단청입니다. 비바람으로부터 부식을 방지하여 내구성을 높이고, 신성한 사찰건축물의 장엄을 표현하는 방법이 됩니다. 창호지와 꽃살문으로 문은 틀과 살, 종이로 구성되는데 닥나무로 만든 전통한지는 면이 고르기 때문에 광택이 나고, 조직이 치밀하여 인장강도가 뛰어납니다. 그리고 한지는 산도도 중성이어서 오랜 세월 동안 보존이 가능하며, 외기로부터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며 공기를 유통시키고 또한 빛을 투과시켜 주는 점에서 문살의 아름다움을 안팎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꽃의 종류는 모란, 국화, 연꽃이 주종이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관념적인 꽃도 적지 않습니다. 꽃잎은 6장인 것이 대부분이며, 4장 또는 해바라기, 백일홍같이 많은 꽃잎을 가진 것도 있습니다. 이 밖에 화병에 꽃을 꽂아 놓은 모습을 묘사한 것, 민화처럼 연밭 정경을 주제로 삼은 것, 한옥에 쓰이는 띠살문, 격자문, 완자살문 등을 짤 때는 문살의 짜임새와 공간 비례, 그리고 문으로서의 기능성을 중요시합니다.


이와 달리 사찰 꽃살문은 출입, 개폐라는 문의 일반 기능을 뛰어넘은 새 차원의 문이자 건축 장식 미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화, 난초, 대나무, 국화, 연꽃, 승려, 새, 개구리, 물고기 등이 부착되어있는 것도 있습니다. 용, 사슴, 공작새, 금계 같은 상서롭고 장식성 강한 동물과 장수, 신장, 신선 등의 인물이 꽃과 함께 등장합니다.


한국 공예 미술 특유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살아있고, 한반도라는 자연환경 속에서 길러진 밝은 한국적 심성과 자연주의적 미의식이 베어 있기 때문입니다. 꽃살문의 무늬는 세련되고 화려한 모습으로 표현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때로는 화사한 그리고 따스한 정감이 묻어 나오는 꽃살문은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 만큼 독특한 한국의 문화유산입니다.


한국의 꽃살문은 세계 그 어느 건축물에도 찾아볼 수 없는 예술성이 깃든 조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궁궐이나 사찰에 가실 기회가 생기시면 예전에는 무심히 봤던 단청과 꽃살문을 감상하시기를 바랍니다. 단청과 꽃살문을 다양한 전통문양과 예술품을 모티브로 만든 생활용품과 기념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 문화를 사랑하고 지키는 애국심이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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