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하 칼럼] 기원을 수놓은 화폭 - 베갯모

칼럼니스트 이서하(李抒河) 

한국예총 1호 한지명인, 서하갤러리 관장, 한지작가


우리나라 옛 베개들은 푹신함도 덜하고 모양도 네모지거나 원통형입니다. 그 모양은 남자의 것은 원형, 여자의 것은 사각형으로 만들어 음과 양의 조화를 표현했으며 나무, 옥, 화각, 나전, 자수 등으로 장식했습니다. 베갯모의 무늬는 건강과 행복에 대한 기원을 담아 마음을 표현하고 복을 불러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나 부귀장수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램입니다. 따라서 베갯모에 놓인 수 무늬는 부부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자손 번창과 부귀장수를 상징하며 구원을 의미합니다. 침대를 사용하여 보기 어려워졌어도 어렸을 적 온돌 방에는 수 놓은 베갯모를 많이 볼 수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추억의 장면으로 생각납니다.


베개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1920년 남아프리카에서는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두개골이 출토되었는데, 그 두개골 밑에 쇄석이 깔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 돌이 정말 베개의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제사의 용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400만 년~100만 년 전부터 베개가 존재해 왔다는 것은 알 수가 있습니다. 또 베개는 영혼을 안에 놓기 위해서 물건을 말아서 만든 것에 유래한다고 하며, 띠 등 긴 것을 베개로 하지 말라는 금기도 이에 관련된다고 합니다. 과거에 한 개의 긴 목침을 모두가 사용하고, 끝을 두들겨서 깨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베개는 개인의 영혼이 머무는 중요한 것이라는 것 때문에 베개를 밟거나 차는 것을 금기했습니다.


우리나라 베개의 유래와 발달과정은 베개가 백제 무령왕릉비의 널 속에서 목침이 나옴으로 인하여 오래전부터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고려시대 유물에는 청자상감운학모란문침이 있는데 속은 비어 있고 양쪽 마구리에는 둥근 구멍이 뚫렸습니다.[고려도경]을 보면, 이미 고려시대에 수베게를 사용한 기록이 보입니다. 흰모시로 베갯잇을 만든 베개 속에 향긋한 냄새가 나는 마른 향초를 채웠습니다. 베개 속을 향초로 채울 정도로 고려 귀족의 생활은 호사스러웠으며, 베갯모에 수 놓은 꽃무늬가 정교하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당시 자수 솜씨가 뛰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베개는 오늘날의 우리의 베개와 비슷합니다. 재질에 따라 수침, 퇴침, 목침, 도침, 곡침, 면침, 나전침, 화각침, 상아침 등이 있습니다. 수를 놓는 수침, 서랍이 있는 퇴침, 나무토막으로 만든 목침, 자기로 만든 도침, 쌀겨로 넣어 만든 곡침, 부드러운 면침 등이 있습니다. 나전침이나 화각침은 재료의 희소성이나 비용으로 인해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도침은 도자기로 만들어 표면이 차갑기 때문에 여름에 많이 사용합니다. 베갯모는 베개 양쪽 마구리에 대는 꾸밈새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베개는 속에 왕겨, 메밀껍질 등을 넣고 속싸개로 봉한 다음, 흰색의 무명으로 홑청을 만들어 겉을 싼 것입니다. 이때 양쪽의 끝은 둥글게 하던가 각지게 하여 각종 길상무늬 수를 놓았습니다. 다양한 길상의 모티브 아름답게 수놓아진 자수 베갯모들이 있습니다. 베갯모에 나타난 무늬는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고, 그 주제는 주로 그것을 쓰는 사람에 대한 축복이나 소원을 표현하며 좋은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베갯모에 수를 놓은 자수베개는 왕실에서부터 일반 백성들까지 두루 쓰였으며 조선시대 여성이 준비하는 대표적인 혼수품이었습니다. 무늬의 종류는 구봉침(아홉 마리의 봉황을 수놓은 베개. 두 마리의 어미 봉황과 일곱 마리의 새끼 봉황을 수놓은 것으로, 주로 신혼부부가 함께 씁니다.), 학침, 호침, 목단침, 연화침, 수복침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베개 중에 나무로 베개의 몸통을 만들고 그 안에 살구씨나 작은 돌멩이를 넣어서 소리가 나게 만든 베개가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살구꽃은 장원 급제를 상징한다고 해서, 나무 퇴침 안에 살구씨를 넣고 자수로 예쁘게 장식한 베갯모를 댄 퇴침은 남편의 성공을 바라는 부인들의 기원이 담겨있습니다.


베갯모에는 부귀영화와 건강, 장수, 자손번창 등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壽), 복(福), 강녕(康寧), 부귀(富貴), 다남(多男)등의 글자와 대나무, 매화, 모란 등의 식물 무늬를 넣어 개인의 소원을 한가득 담아 표현했습니다. 특히 고운 색실로 장식한 자수 베갯모는 부부의 사랑과 화합을 상징하는 봉황과 원앙,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수(壽), 복(福), 희(喜) 등의 다채로운 무늬를 수놨습니다. 우리나라의 옛사람들은 일상생활 베갯모에 꿈과 소원을 담은 한국적인 아름다운 마음이 짙게 배어났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문화유산을 통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적인 문화생활과 활동에 대하여 긍지를 갖고 후예들에게 전해주는 교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NEWS REPORT(www.news-repor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상호명 : 뉴스리포트 NEWS REPORT 사업자번호 : 728-34-00398  발행인 : 정혜미 편집인 : 정연우 청소년보호책임자: 정연우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16(국회대로 66길 23) 산정빌딩 7층 ㅣ 이메일 : korea_newsreport@naver.com

대표전화 : 02-761-5501 ㅣ 팩스 : 02-6004-5930 ㅣ 등록번호 : 서울, 아 05234 등록일 : 2018.06.04

뉴스리포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8 뉴스리포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