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하 칼럼] 한국의 꽃담에 베푼 문양

칼럼니스트 이서하(李抒河) 

한국예총 1호 한지명인, 서하갤러리 관장, 한지작가


경복궁이나 창덕궁에 가보면 담에 무늬가 새긴 것을 보았는데, 그것을 보고 저는 선조들이 담에도 정성을 많이 들였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문양의 종류를 찾아보며 이번호에는 꽃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꽃담’의 뜻은 담에 길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글자나 꽃, 동물 등의 무늬를 새긴 화려하고 아름다운 담들입니다. 화초장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벽과 담에 쓰여진 무늬는 시대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러한 꽃담 울타리 쌓기를 좋아하였고 그 아름다움을 즐겼습니다. [삼국사기]권33 '옥사'에 ‘진골 계급 주택의 담장은 석회를 발라 꾸미지 못한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성골 곧 왕족은 석회를 발라 집을 지었음을 알 수 있으며, 꽃담이 멀리 삼국시대에 싹텄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려 충렬왕 때에 장순룡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장순룡(張舜龍)(1255∼1297)은 고려 말기 위구르계 귀화인이고, 초명은 삼가(三哥)입니다. 덕수 장씨의 시초이며, 충렬왕의 비 제국공주를 따라 고려에 와서 낭장이 되고, 여러 벼슬을 거쳐 장군으로 승진하자 이름을 순룡으로 고쳤습니다. 충렬왕에게 사랑받게 되자 화려한 저택을 꾸미고 사치했습니다. 이때 와력으로 담을 쌓아 화초 무늬를 놓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이를 ‘장가장’이라고 불렀습니다. 후에 충렬왕이 충선왕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고 이곳으로 옮겨와 살았기 때문에, 그의 집을 덕자궁이라 불렀습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검소한 것을 숭상하는 풍조가 생기면서 화려한 꽃담은 저절로 그 기세가 꺾이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꽃담 대신에 수수하며 은은한 꽃담이 집 주변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시골집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흙과 돌, 기와나 그 파편들이 꽃담을 꾸미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천연이 주는 재료를 써서 멋지게 구조해 내는 재주를 부렸고 깊은 생각과 적절한 지혜가 그 일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꽃담 축조 기법으로는 오늘날 볼 수 있는 도예 조소까지도 이미 삼국시대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꽃담의 종류로는 궁궐의 꽃담, 사찰의 꽃담, 민가의 꽃담 등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정궁인 경복궁, 자경전을 비롯하여 창덕궁, 덕수궁 담장에는 안팎으로 여러 가지 장식무늬들을 벽돌로 짜 맞추어 화려하고 우아한 무늬를 베풀고 있습니다. 궁궐은 임금이 거처하는 곳으로 여기에 둘러진 화초담은 나라의 평안과 만세, 무궁을 기원하는 뜻에서 보다 정교하고 운치있게 꾸며져서 장엄하면서도 화려합니다. 경복궁의 자경전은 곤전 즉 대비의 처소로 뒤뜰에는 굴뚝을 겸한 담장이 있습니다. 보물 810호로 지정될 만큼 우리나라 꽃담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불로초를 입에 물고 나는 두 마리의 학, 해·산·물·구름·등의 십장생과 더불어 자손만대에 길이 번영하기를 기원하여 포도, 연꽃, 그리고 물새 등을 무늬로 새겨 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둘레에는 불가살이, 박쥐무늬, 인동당초무늬와 길상문자등을 새겼습니다. 자경전 서쪽 외벽에도 꽃담이 꾸며져 있습니다. 자경전 일곽은 궁궐의 연인들이 거처했던 곳인 만큼 더욱 다채롭고 화사하게 꾸며졌습니다. 화조와 길상을 나타내는 각종 도안 문자들이 수놓은 듯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장(長),춘(春),만(萬),수(壽),다(多),손(孫),부(富),귀(貴)등의 문자는 오래도록 부귀영화와 장수를 누리고자하는 뜻을 지녔습니다. 봄의 생명력을 뜻하는 흰 회벽 바탕에 붉은 빛 벽돌이 극명하게 조화를 이루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들 십장생과 박지 기법이나 나전칠기, 화각, 은입사등 공예기법과 더불어 민화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러한 의장기법은 우리 선조들의 취향이 물씬 풍기는 민중미술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입니다.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의 후원 굴뚝은 보물811호로 지정되었는데, 이 역시 궁궐 꽃담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창덕궁 낙선재 화초담에는 일각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꽃담을 베풀었는데, 밑 부분은 사괴석으로 쌓고 그 위에 황적색 벽돌로 꽃담을 이루었습니다. 사찰의 꽃담은 불가의 정취가 흐르는 꽃담을 볼 수 있습니다. 해인사 토석 담에는 신석기시대 빗살무늬처럼 무늬를 이루어서 토담을 쌓았습니다.해남 대흥사 안담도 밑 부분을 큰 돌로 쌓은 뒤 암키와의 직선과 수키와의 곡선을 이용하여, 마치 구름 속에 연화가 피어나는 모양으로 극락세계를 표현한 것 같습니다.


낙산사 화초담은 황토벽에 기와조각으로 켜를 이루어 쌓아올려 마치 구름을 이룬 듯하고, 그 사이사이에 둥글게 깎은 화강암을 박아 일월성신별무늬를 나타내었습니다. 민가의 꽃담은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담장에 꾸며진 추상적인 무늬들은 소박하면서도 해학적인 맛을 물씬 풍겨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청도 운강 고택의 화방담, 경주 교동 이운장 마름모꼴 연속무늬 꽃담이 있습니다. 고성 학동마을 옛 담장(등록 문화재 제 258호) 한 고택의 양쪽 담장에는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습니다. 담장 밖에 사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내주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곡식을 갖다 놓았던 구휼구입니다. 바깥사람들이 집안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배고픔을 달래라는 뜻입니다. 한국의 담장에서 창은 유효한 소통 수단입니다.


전남 보성 득랑면 강골마을에 가면 소리 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실 물이 귀하던 시절, 마을 사람들을 위해 개방하고 담장 밖으로 냈습니다. 네모 구멍을 통해 마을 대소사를 엿듣고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소리 샘은 소통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네모난 담장 구멍을 통해 생일날의 떡이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담이 여러 가지 기능과 생활 속에 베풀어 주는 역할도 했었다는 사실이 아름답다고 생각됩니다. 꽃담의 뜻에서 깊은 삶의 철학적인 성찰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글/이서하 한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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