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칼럼] 노벨상의 달 10월


칼럼니스트 방재욱(方在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매년 10월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고 있는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돼 발표되는 달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B. Nobel)의 유산이 기금으로 제정되어 1901년부터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등 다섯 분야에서 인류 복지에 크게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를 선정해 수여해 왔으며, 1969년에 경제학상이 추가되어 여섯 부문으로 구분되어 수여되고 있다. 119회째를 맞이하는 올해의 수상자는 생리‧의학상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1일 그리고 경제학상은 14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수상자의 선정에서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한림원), 생리·의학상은 스톡홀름에 있는 카롤린의학연구소, 문학상은 스웨덴·프랑스·에스파냐의 세 아카데미, 그리고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 위원회가 분담해 선정한다. 상식은 노벨의 사망일을 기념해 매년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며, 평화상의 수상식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개최된다. 수여식에서 수상자 소개는 수상자의 모국어로 추천사는 스웨덴어로 진행하며, 스웨덴 국왕이 시상한다. 수상자는 수상 후 6개월 이내에 수상 업적에 관한 강연을 할 의무가 있으며, 강연 내용의 저작권은 노벨재단에 귀속된다.


노벨은 그가 발명한 다이너마이트의 특허를 비롯해 350개 이상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고, 90여 개가 넘는 사업체를 거느린 굴지의 기업인이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나름 사회에 공헌도 많이 해왔다고 자부하며 살아온 노벨에게 1888년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의 상인'이란 충격적인 호칭이 다가왔다. 노벨의 친형인 루드비히 노벨이 프랑스 칸에서 사망했는데, 한 신문에서 이 사실을 노벨이 사망한 것으로 잘못 알고 ‘죽음의 상인, 사망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대서특필한 것이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해온 노벨에게 자신의 삶이 사람들에게 '죽음의 상인'으로밖에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노벨은 7년이 넘게 ‘나는 (죽어서)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오다가 사망 1년 전인 1895년 11월 27일 공개한 유서를 통해 거의 전 재산(94%)을 스웨덴의 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하였다. 이렇게 노벨이 기부한 유산을 기금으로 노벨상이 제정되어 1901년부터 과학(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등 다섯 분야에서 인류에게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되기 시작한 노벨상은 현재 세계 최고의 상으로 우뚝 자리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이 되면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과학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냄비 근성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으면 높아졌던 자성의 목소리의 강도가 약해지며 바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웃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1949년에 유카와 히데기가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래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5명으로 모두 23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여했을 뿐 아직까지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우선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정책의 미비와 연구 결과의 양적 평가에 집중하고 있는 연구 환경이 지적되어오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연구 지원 제도개선과 함께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제고와 지속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정권 교체와 같은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인 질(質)보다 결과 발표의 양(量)에 집중하고 있는 단기적 성과 위주 평가 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학입국’을 실현하려면 이공계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우대와 함께 젊은이들의 이공계 분야 일자리가 확충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과 교사임용고시 등에 몰리며 기초과학을 경시하는 풍토에서 과연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교육 환경의 개선도 중요한 과제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정답'을 찾는 습관에 길들여져 오고 있다. 이렇게 답을 찾는 데만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이 기초과학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성을 발휘해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정계, 관계, 언론계, 학계는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남다른 생각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교육풍토 조성으로 노벨 과학상 수상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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