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칼럼]생명의 본질을 간직하고 있는 유전자 이야기


뉴스리포트 4월호

칼럼니스트 방재욱(方在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들 중에서 영원히 죽지 않고 생존하는 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물에게 자신과 같은 특성을 지닌 후손을 남기며 종족을 유지하는 능력이 없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계가 지금처럼 다양하게 이어져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한 개체로서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후대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생명의 연속성을 이어가며 지구 생태계 유지에 주요 역할을 하는 생명의 본질은 바로 ‘유전자(遺傳子)’에 간직되어 있다. 그리고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달이 되는 머리카락이나 피부의 색깔, 키, 성격, IQ 등과 같은 다양한 형질(形質, trait)을 발현하는 유전정보의 기본 단위가 되는 유전자는 세포의 핵 안에 들어있는 염색체의 DNA 가닥에 간직되어 있다.

 

어린 시절 유전자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면서 부르던 유전자의 주제가(?)로 여겨지는 동요가 떠오른다. 그 노래는 바로 박목월 시인이 남긴 유명한 동요 ‘송아지’이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는 노래 가사에서 보는 것처럼 얼룩송아지는 엄마소가 얼룩소이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물려받아 얼룩무늬를 지니고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속담도 생물 종들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본질인 유전자가 그대로 후대로 전달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전자에 의해 후손으로 전달되는 형질의 실례를 백인과 흑인의 결혼에서 태어나는 혼혈아(混血兒)를 대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백인과 흑인의 피(血)가 섞여 태어난 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혼혈아는 부모의 피부 색깔 유전자가 섞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피부의 색깔이 백인처럼 희지 않은 진한 색깔로 나타난다. 이는 검은 피부색 유전자가 우성(優性)이고, 흰 피부색 유전자가 열성(劣性)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우성과 열성 유전자가 함께 작용할 때 우성 쪽의 형질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유전성의 ‘우열의 법칙’ 따른 결과이다. 

 

생명의 본질에 대한 개념은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Darwin)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되었는데, 다윈은 1859년에 펴낸 ‘종(種)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설(Theory of Natural Selection)’을 주장하며 환경에 따라 변화해 가는 생명의 본질에 대해 ‘제뮬(gemul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수도사 멘델(Gregor Mendel)은 유전요소를 의미하는 말로 ‘젠(gen)’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멘델은 1865년에 완두콩의 교배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기반으로 형질을 발현하는 유전요소가 영속적으로 자손에 전해진다는 유전법칙을 발표했다. 그러나 멘델의 제안은 당시 유전자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진 학자들에게 완전히 무시당했고, 그가 발표한 유전 원리는 35년이 지난 1900년에 와서야 ‘멘델 유전법칙의 재발견’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다윈과 멘델의 뒤를 이어 많은 학자들이 생명의 본질로 여겨지는 유전자의 정체를 밝히려 노력해 왔다. 초기에는 유전자가 생물체에 다량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에 간직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우세했지만,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유전물질이 단백질이 아니라 유전의 기본 단위인 DNA에 간직되어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생명의 본질인 유전인자가 생물체를 이루는 기본 단위가 되는 세포의 핵 안에 들어 있는 염색체에 간직되어 있다는 사실은 1903년에 서튼(Sutton)이 곤충의 생식과정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서튼은 세포에 들어 있는 염색체 수가 반으로 나뉘어져 정자와 난자에 들어가 수정될 때 다시 합쳐지는 현상의 관찰을 통해 멘델이 유전인자로 제안한 유전요소가 염색체에 간직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유전인자를 나타내는 말인 ‘유전자(gene)’는 1909년에 요한센(Johannsen)에 의해 처음으로 명명되었으며, 유전자의 실체는 1928년 그리피스(Griffith)가 수행한 폐렴을 유발하는 폐렴쌍구균을 이용한 형질전환(形質轉換)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그리고 ‘유전자의 단백질설’이 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시절이었던 1952년 허시(Hershey)와 그의 제자 체이스(Chase)가 바이러스의 일종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유전자의 본체가 DNA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밝혔다.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DNA의 실체는 1953년에 왓슨(Watson)과 클릭(Crick)이 영국의 저명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에 DNA가 사다리 모양을 이루는 두 가닥이 서로 꼬여 만들어진 이중나선(double helix) 구조라는 사실을 발표하며 확실하게 밝혀졌다. 그들은 DNA가 모든 생물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 유전물질이라는 내용의 ‘DNA 중심이론’을 제안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DNA가 자신과 똑같은 DNA를 복제해 증식하며, RNA 전사를 통해 몸 구성의 기본 물질인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당시 왓슨은 약관 26세, 클릭은 37세였고, 그들은 그 업적을 인정받아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지 9년이 되는 해인 196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염색체는 유전자의 본체인 DNA 가닥과 단백질이 뭉쳐 이루어진 구조로 사람 세포의 핵 안에는 46개의 염색체가 들어있으며, 하나의 핵 내에 들어있는 DNA 분자를 펴면 약 1.8m 정도 된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60조개나 되는 세포에 간직되어 있는 DNA 길이를 모두 합치면 달까지 수만 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길이가 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중심에 자리하며 생명의 본질을 간직하고 있는 DNA 이야기들이 우리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사업에 성공하는 사람에게 ‘창업가 DNA’가 있고, 사회적 기부에 적극적인 사람들에게는 ‘기부 DNA’가 있으며, 서비스 정신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서비스 DNA’가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분위기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을 수 있는 뮤직 내비게이션의 개발에는 ‘음악 DNA’라는 말이 인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차별성을 보이는 자신만의 장점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기 마련인데, 이런 장점 유전자의 발현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장점 유전자의 발현을 위해서는 제일 우선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가족이나 친지들과 꿈과 사랑이 담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장점 유전자의 발현을 위해서는 좋은 습관 길들이기도 필요하다. 진화론에서 작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이란 말을 ‘잘 적는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일상의 행동과 습관을 적으며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책 읽기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도 장점 유전자의 활성화에 크게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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