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칼럼]천변 길의 '가을 추억'

칼럼니스트 방재욱(方在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 사태 지속과 무관하게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10월 23일)을 보내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 11월 7일)으로 겨울 절기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집콕’하는 시간에 생겨나는 답답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친구 2명에게 연락을 해서 ‘만보 걷기’로 자주 걷고 있는 양재천변 길을 함께 걸으며 ‘가을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만남 장소는 영동1교 바로 아래쪽에 있는 ‘칸트의 산책길’ 벤치에서 책을 보며 사색하는 모습의 임마누엘 칸트 동상 앞으로 정했다. 친구들과 만나 지식을 통한 인간 해방을 가르쳐준 칸트가 앉아있는 벤치 양옆에 세워진 표지판에 있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시작했다.


행복의 원칙은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1724-1804)> 


한 가지 뜻을 세우고, 그 길로 가라. 

잘못도 있으리라. 실패도 있으리라. 

그러나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라. 

반드시 빛이 그대를 맞이할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1724-1804)>


칸트의 산책길에서 영동2교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야외 공연무대인 ‘수변무대’가 있는데, 마침 수변무대 일대에서 서초문화원 주관 ‘2021 양재천 예술제(10.15~ 11.14)’의 일환으로 야외조각전이 열리고 있었다. ‘출근길’, ‘어린 왕자가 있는 풍경’, ‘내면을 바라보다’, ‘맞짱’, ‘만남-별들의 향연(합창)’, ‘메롱’ 등 다양한 주제와 함께 일상의 삶 이야기를 담은 17점의 조각과 해설을 감상하며 요즘 우리 생활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소 한 마리가 뒷다리로 서서 왼쪽에 가방을 껴들고 있는 모습의 ‘출근길(Way to work)’이란 작품에는 황소의 의미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명기하고 있다.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 가족 생계를 위해 기꺼이 생활 전선으로 향하는 가장들의 삶과 애환을 황소의 모습을 통해 풍자와 해학을 담아 표현한 작품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이 별에 올라 있는 ‘만남-별들의 향연(합창)’ 주제의 조각을 보며 지난 10월 21일에 발사한 ‘누리호’가 떠올랐다. 조각의 주제에는 “미지(우주)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잔잔한 고요함을 반짝이며 산란하는 점(별)로 표현하였다. 생동하는 無言의 무한한 울림에서 또 다른 희망을 상상해본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상적인 작품의 사진을 찍으며 조각을 감상하고 수변무대를 벗어나니 바로 옆에 양재천의 ‘생태하천 식생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판에는 천변을 걸으며 마주할 수 있는 꽃잔디, 구절초, 삼색조팝, 억새 등 20종의 식물 사진들이 게시되어 있다. 친구들과 식물 이름을 살펴보고 그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책을 하니 산책길이 더욱 정다운 공간으로 바뀌는 느낌이 든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는 식물들을 보며, 나이 들어가며 ‘우리도 나무나 식물처럼 아름답게 지내보자는 것은 너무 과한 욕심일까?’라는 이야기도 나누어보았다.  


영동1교 쪽으로 가서 개울을 건너 친구들과 함께 영동2교까지 500m 넘게 이어지는 천변 산책로의 꽃길을 따라 걸으며 무르익은 가을의 추억에도 잠겨보았다. 노랑 코스모스 꽃밭을 시작으로 해바라기 꽃밭, 황화 코스모스 꽃밭, 억새 길에 이어 다시 코스모스 꽃길이 열리고, 수크렁과 억새가 함께 어우러진 길과 코스모스 꽃길에 이어 억새 길로 연결되어 열려 있는 산책길을 걸으며 함께하는 추억이 가슴에 깊게 담기며 기분이 많이많이 상쾌해졌다.  영동2교에 이르니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잆어요(No where Now here)'란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잆어요’는 ‘있어요’와 ‘없어요’를 합쳐 ‘있지만 없는, 없지만 있는’의 의미를 담아 만든 합성어라는 재미있는 풀이가 담겨 있고, ‘함께지만 혼자이고, 혼자지만 모두가 연결된 낯설지만 익숙한 격변의 세상’이란 말도 마음에 와 닿는다. 표지판은 “<잆어요 No where now here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낯설고도 익숙한 공간을 경험하며 한 템포 쉬어가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으로 마감하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오늘이란 충실한 하루에 담겨 있다는 말이 있다. 귀가 후 책상 앞에 앉아 스마트폰을 열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한 천변 산책길에서 내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준 야외조각전 전시 작품들과 꽃길 사진에 담긴 천변 길의 ‘가을 추억’을 살펴보며 행복감에 젖어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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