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현 칼럼] 나답게 살기

수필가 김국현(金國鉉)


나에게 나 자신은 언제나 큰 산이었다. 넘어서려 해도 내가 나를 넘지 못해 늘 안타깝고 초조해했다. 간혹 나도 놀랄 만한 성취감으로 험한 인생길에 한 줄기 빛이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이나 가정에서 생기는 난제 앞에서 마을 어귀의 정승처럼 꼼짝달싹 못하였고, 사소한 문제가 더 크게 번져 천근 같은 벽에 부닥치기도 했다. 모든 게 내 탓이었다. 그걸 깨닫는데도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나 자신은 넘어야 할 산이라기보다, 좋으나 싫으나 그냥 보듬어 안고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직 나답게 살면 되는 것이다.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어떤 일을 시작할 때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관심이 많았다. 내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 생각대로 살려고 했다. 자신감이 없고 담대함이 부족한 탓이었다.


미국의 아동 작가 린 홀(Lynn Hall)은 ‘나이 든다는 건 자기다워지는 것’이라 했다. 나이 들면서 나는 내 식으로 나답게 살고 싶어진다. 비록 모든 게 미숙하고 생각이 여물지 못해도 지금의 내 모습이 보기 좋고 내가 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나답게 산다는 건 내 나이답게 사는 것이다. 나이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내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사는 것이다. 젊게 보이고 생각을 젊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굳이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더욱이 나 자신의 원래 모습 그대로 살고 싶다. 무엇을 숨길 것도 감출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잘난 체하지 않고 그렇다고 못났다고 자책하지도 않으며 사는 것이다. 특별히 자신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교만하지 않으면서 내가 애써 이룬 것이나 나의 작은 생각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고 싶다. 나의 겉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진면목을 발견하며 설익은 가치라도 살려 나가고 싶다.


어느 회사의 직원 역량평가에 평가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과제 평가가 끝나고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한 분의 부족한 점을 일러주고 나서, 장점을 세밀히 드러내며 관리자의 역량은 충분히 갖추었으니 자신감을 가지면 유능한 사람이 될 거라 했다. 그 말을 들은 직원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왜 우냐고 했더니 “제가 못난 줄 알았는데 칭찬을 해 주시니까 감사해서요”라고 말했다. 내가 참 좋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친지 한 분이 가정 사정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동료들에게서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을 못나고 부족한 사람으로 여겼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고 멋진 동료였다며 같이 있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베풀어준 도움에도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는 그 말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건 좋은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본 나’는 이처럼 온도 차가 큰 것이니 섣불리 나 자신을 폄하하거나 못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보듬고 살아가는 귀한 존재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다.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내가 좋아해야 가지고 싶고 배우고 싶은 법이다. 어느 시인이 몽골에서 말을 탔는데 그 말이 고삐를 잡아도 자꾸만 강 쪽으로 가기에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그 말이 강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물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 모습을 보고 나서야 말의 주인이 말을 탄 사람이 아니라 말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는가. 나는 내 허물을 감추기만 하면서 고치려고 노력도 하지 않고, 내 분수를 몰라 나 자신을 과시하거나 비하할 때가 종종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의 의미를 새겨 볼 만하다. 빛이 들어오면 어둠이 물러가고 주변이 속속들이 드러나지만, 마음에 빛이 없으면 나를 바로 볼 수 없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 갇혀 있을 뿐이다. 


나다운 삶은 가식이 없는 삶이다. 사람은 가면을 벗을 때 진심이 드러난다. 그래야 비로소 가식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자기를 속이면서 당연한 듯 여긴다면 그 얼마나 비참한 노릇인가. 못나고 부족한 것을 솔직히 보이면서도 떳떳하면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법과 질서를 지킨다고 충족되는 건 아니다. 진정한 자유는 아무에게도 거리낌이 없는, 내면에서 우러나는 사유의 해방감에서 온다. 탐욕과 성냄, 질투와 시샘, 불안과 공포로부터 자유를 얻을 때 진정한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이처럼 나답게 살다 보면 나라는 큰 산을 넘어서는 기적을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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