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칼럼] 봄 절기리듬과 삶 이야기

칼럼니스트 방재욱(方在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봄(春)․여름(夏)․가을(秋)․겨울(冬)이 각각 6개의 절기(節氣)로 구분되어 불리는 24절기의 명칭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로 표기하는 절기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져 있지만, 계절에 따른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나타내는 절기리듬은 여전히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세월은 한 치도 어김없이 흐르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2월 3일)과 우수(雨水; 2월 18일)가 지나고 꽃피는 춘삼월이 열리고 있다. 입춘으로 시작해 대한으로 마감되는 24절기는 연중 태양의 위치나 기후의 변화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음력(陰曆)이 아니라 양력(陽曆)과 일치하는 계절리듬이다. 신축년에 새롭게 맞이해 지내고 있는 4계절리듬 중 봄 절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는 지난 2월 3일 맞이해 지나보낸 봄이 열리기 시작하는 절기 입춘이다. 입춘 무렵 강추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과 함께 ‘입춘에 김칫독(장독) 깨진다’라는 속담도 전해져오고 있는데, 이는 입춘 무렵에 늦추위가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은 드물게 보이지만 예전에는 입춘을 맞이해 대문이나 벽에 걸어 놓고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맑은 날과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라고 기원하는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입춘축(立春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봄의 두 번째 절기는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우수(雨水; 2월 18일)이다. 이 무렵에는 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에서처럼 우수가 지나며 춥던 날씨가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평안도 수심가(愁心歌)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리더니 / 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라는 구절도 있다. 올해는 이상 기후 탓으로 우수 전전날인 16일 비가 아니라 눈이 내려 쌓이고, 우수 날 아침 기온은 영하 10도에 머물기도 했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산수유나무에 이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봄꽃들이 힘차게 피어오르는 3월에 맞이하는 절기는 우수에 이어지는 경칩(3월 5일)과 춘분(3월 20일)이다. 식물 종(種)들이 절기를 달리해 꽃을 피우고, 철새들이 철 따라 이동하며 동면하던 동물들이 봄이 되면 깨어나 산란하는 생명 활동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낮과 밤의 길이, 온도나 습도에 따른 계절리듬에 적응해온 진화의 산물이다. 경칩(驚蟄)은 놀랄 ‘경(驚)’과 숨을 ‘칩(蟄)’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겨울잠을 깬다’는 속담에서처럼, 경칩은 날씨가 따듯해져 풀과 나무의 싹이 돋아 오르고, 개구리가 겨울잠 동면(冬眠)에서 깨어나는 절기이다. 봄 계절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춘분(春分)은 겨울에 짧았던 낮이 길어져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날이다. 3월인데도 바람이 많이 불어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는데, ‘꽃샘’이라는 말은 풍신(風神)이 샘을 내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찬바람을 불게 한다는 데서 연유한 말이다.

봄의 다섯 번째 절기는 청명(淸明)으로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올해 청명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寒食)과 식목일 하루 전날인 4월 4일이다. 청명은 말 그대로 날씨가 좋아 봄에 막 시작하는 농사일이나 고기잡이 같은 생업 활동을 하기 좋은 날로 농촌에서 농사 준비 작업으로 논밭 둑의 가래질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청명과 관련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한식과 청명은 보통 하루 사이이므로 하루 빨리 죽으나 늦게 죽으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일컫는 말로 전해지고 있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 4월 20일)는 농사비가 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봄비가 내려 농사가 윤택해지는 철이다. 이 절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의미를 담은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는 속담들이 전해지고 있다. 곡우 무렵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 올라와 서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혔기 때문에 ‘곡우를 넘겨야 조기가 운다’라는 속담도 전해지고 있다.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이 순간에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열려가고 있는 봄 절기에 아름다운 삶의 ‘꿈’과 ‘희망’을 듬뿍 담아보자.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 계속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되는 코로나19에 잘 대응하며,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활짝 피어오르는 봄꽃을 즐기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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