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칼럼]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삶


칼럼니스트 방재욱(方在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사람을 일컫는 생물학적 학명(學名)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속명(屬名) ‘호모(Homo)’는 ‘사람’을 지칭하며, 종명(種名) ‘사피엔스(sapiens)’는 ‘지혜로움’을 의미하는 말이다. '지혜가 있는 사람'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가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사에 대비해 다양한 말들로 대체되어 불리고 있다. 그 중 ‘사피엔스’를 ‘100세’를 상징하는 ‘헌드레드(hundred)’로 바꾸어 장수하는 신인류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이다.  


‘호모 헌드레드’는 2009년 유엔의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 인류의 수명 연장으로 100세 삶이 보편화되는 시대를 살아갈 신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한 말이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2000년 6개국에 불과했던 평균 수명 80세 이상 국가가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를 100세 삶이 보편화되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로 정의했다. 호모 헌드레드에는 오래 사는(living longer) 의미와 함께 건강하게 잘 사는(living well) 의미도 담겨 있다.  통계청의 인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년 총인구는 51,779,203명으로 80대가 1백 58만여 명, 90대가 21만여 명 그리고 100세 이상이 4,874명이다. 그리고 100세 이상 인구에서 여자가 4,066명으로 808명인 남자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全數調査)에서 장수 비결로 절제된 식생활(39.4%), 규칙적인 생활(18.8%), 낙천적인 성격(14.4%)이 꼽히고 있다. 장수 노인들 중 과거부터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 76.7%,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이 79.0%나 되며, 식단은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데, 100세에 이른 사람들 주변에는 대부분 90세 이상을 산 조부모나 부모, 형제가 있었다. 100세를 넘긴 사람들의 형제자매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100번째 생일을 맞을 확률은 남성의 경우 17배, 여성의 경우 9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모 헌드레드의 장수(長壽) 시대에 불청객(?)으로 다가올 수 있는 네 가지 어려움(四苦)이 제안되고 있는데, 그것은 경제력 없이 오래 사는 무전장수(無錢長壽) 빈고(貧苦), 특정하게 하는 일이 없이 오래 사는 무업장수(無業長壽) 무위고(無爲苦), 몸이 아프면서 오래 사는 유병장수(有病長壽) 병고(病苦),  그리고 홀로 남아 오래 사는 독거장수(獨居長壽) 고독고(孤獨苦)이다.  100세 시대를 사는 신인류 호모 헌드레드에 대비해 경제성 마인드를 지닌 인류를 의미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는 말도 대두되고 있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윤리적, 종교적 동기와 같은 외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노력하며 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100세 시대에 에코노미쿠스로서 소비를 제대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유 자산의 자손 배분도 중요하지만 100세 일상에서 자신이 쓸 수 있는 자산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100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경제적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런 신인류는 호모 헌드레드 에코노미쿠스(Homo hundred economicus)로 지칭되고 있다.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며 110년 이상 생존한 사람을 일컫는 '슈퍼센티내리언(Supercentenarian)'이라는 말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300명 ~ 450명 정도의 슈퍼센티내리언이 생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생존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 기록으로 증명 가능한 슈퍼센티네리언은 100명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만 시간 넘게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수명 백만장자(longevity millionaire)‘라는 말도 있는데, 100만 시간을 날짜로 계산해보면 114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114년 이상을 살았던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명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100세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과 함께하는 즐거운 삶이다. 고령자의 신체적 건강이 좋아지며 노인들의 사회활동에 대한 열망도 많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노령세대는 ‘뉴실버세대’라고 부른다. 새로운 실버세대인 뉴실버세대는 실버세대와 달리 일상을 소일거리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개척하고, 그동안 사회에서 쌓은 경험과 삶의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며, 운동이나 여행 등으로 건강 유지와 여가를 즐기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장수(長壽)’는 누구 마음속에나 간직되어 있는 한결같은 소망이지만, 누구나 저 세상으로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빈손이고, 동행해줄 사람이 없는 외로운 길을 걷기 마련이다. 친지나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웃고 떠들면서 회색 빛깔의 은빛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남은 삶의 황혼기를 아름답게 가다듬으며, 신인류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서로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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