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항 프레스코화가, 프레스코 화법으로 재현한 ‘아테네학당 경의’

선우항 프레스코화가./사진=뉴스리포트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프레스코화가 선우 항은 독창적인 예술 언어를 통해 관객들을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BC 1500년경의 Minoan Fresco, B.C100년 Pompeii Fresco에 이어서 13~16C에 많이 사용된 프레스코화법(벽에 바른 회반죽이 마르기전에 물에 갠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기법)으로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미학을 심층적으로 풀어낸다. 거칠고 투박한 질감으로 탄생된 그의 화폭은 겨울 계곡, 눈 덮인 바위 틈새로 흐르는 물결처럼 세속에 매이지 않은 예술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철학적 사유와 풍부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프레스코화의 발전을 선도하는 선우 항 작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사조화 중득심원(外事造化 中得心原), 밖으로는 자연에서 배우고, 안으로 마음의 근원을 깨닫는다’는 예술철학을 근간으로 프레스코화의 매력과 우수성을 대중들에게 전파해 더욱 사랑받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 Homage to the SCHOOL OF ATHENS / 5.4m x 3.4m /Buon Fresco / 2018.(사진=선우 항)


시선 압도한 프레스코화, ‘아테네학당 경의’


지난 5월 17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제38회 서울아카데미전이 개최됐다. 한국 화단의 원로, 중진 작가들로 구성된 서울아카데미전 회원들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인 가운데, 프레스코화가 선우 항의 작품에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해 5월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서울대 동문전 ‘빌라다르전’에 이어 한가람미술관 1층 로비에 두 번째로 전시된 선우 항의 “아테네학당 경의(Homage to the School of Athens)”는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바티칸 서명의 방(La Stanza della Segnatura)의 4면에 있는 Disputa, School of Athens, Parnassus, Cardinal and Theological Virtues 중 하나인 “아테네학당“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와 수학자 등 58명의 인물을 표현한 7.7m x 5m 크기의 프레스코화이다. 라파엘로의 작품을 재현한 “아테네학당 경의” 는 원작의 70%인 5.4m x 3.5m의 크기로 7개의 Giornate로 제작됐다. 선우항 작가는 “작업에 앞서 ‘La Stanza della Segnatura’의 기억과 십 수권의 ‘School of Athens’ 책을 참고했고, 색상은 수백 년의 먼지와 양초 그을음 등을 세척한 1990년대 이후의 도판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 Seascape II / 85cm x 158cm / Buon Fresco / 2005.(사진=선우 항)


건축재료의 발전으로 평면, 입체작품 아우르다


“프레스코화는 석회 반죽을 바르고 표면에 탄산칼슘 피막이 형성되기 전에 내알카리성 안료로 그리는 화법으로서 수정이 어렵고, 짧은 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특성으로 작가들에게 외면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돌로 쌓은 벽면에 회벽을 바른 후에야 그림 작업을 할 수 있던 수백 년 전과 비교하면, 현대에는 건축 재료의 발전으로 Portable Fresco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선우 항 작가는 13~18C 어두컴컴한 교회나 궁전, 대저택 등의 천장과 벽이 아닌, 환한 조명이 있는 작업실에서 자신이 원하는 때에 프레스코 작업을 할 수 있으며, 평면 회화와 더불어 ALC, Aluminum honeycomb panel등을 사용해 Table, Console, Shade 등의 입체작품도 프레스코 작업으로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위적이지 않은 색과 형의 조화 추구

선우 항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무엇일까. 그는 먼저 인위적이지 않은 색(色)과 형(形)의 조화(造化)를 이루는 자연(自然)의 모습에서, 안목(眼目)에 흡족한 생명의 움직임을 찾아 발견하고, 화폭에 담아,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감상(感想)을 전하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훌륭한 회벽화 작품을 현대의 재료기법과 융합해 원작의 크기에 가깝게 재현하는 예술을 추구하고 있다.

“요즘에는 15~16C 이탈리아 프레스코화 Copy와 고구려 고분벽화 재현(再現)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996년에 은사이신 진영선 교수(고려대 명예교수)가 재현한 고구려 고분벽화 장천1호분은 고궁박물관에 보관돼 현재는 일반인의 관람이 불가합니다. 이렇듯 회벽화 기법으로된 고구려 벽화가 거의 없는 현시대에 서울대 미술대학 벽화실에서 동양화과 학생들과 함께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회화인 고구려 고분벽화를 회벽화 기법으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Landscape / 145cm x 90cm / Buon Fresco / 2005.(사진= 선우 항)


프레스코 매력에 심취, 다양한 응용작품 발표

선우 항 작가는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3회의 유화 개인전과 8회의 프레스코(buon fresco) 개인 작품전을 가졌다. 그는 유화 작업을 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화면에 여백(餘白)을 남기는 기법을 시도했으며, 바탕재로 캔버스보다는 장지가, 여러 겹으로 배접한 장지보다는 석회벽이 자신의 화풍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젖은 석회벽에 그림을 그리는 프레스코의 매력에 심취하면서 대작(大作)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덧붙여졌고, 현대의 재료를 사용하는 입체응용 작품들을 발표하게 됐다. 

미술평론가 심상용은 “선우 항의 프레스코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하며, 오랫동안 잊고 지낸 세계를 들고 다가온다. 외벽에 깊이 흡수돼 물화(物化)된 발색의 절제미와 함께 그 자체로 정화하는 힘을 지닌 맑은 물결과 살랑거리는 음률에 보조를 맞추면서 온다”며 그의 독창성을 호평한 바 있다. 선우 항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일현대미술작가회, 서울아카데미회, 상형회, 한국선면회 등 각종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100여 회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다.


▲ Brown coat 위에 초지(Arriccio) 바르는 교육.(사진=뉴스리포트 )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벽화기법 수업

“고구려 고분벽화는 고려 불화와 함께 세계인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일 수 있는 우리의 그림입니다. 회벽화 기법의 내구성과 재료의 맛은 다른 기법에선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함과 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기법을 현재의 젊은 미술학도들이 배우고 익혀서 자신의 작품 활동에 활용하길 바랍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에서 3, 4학년 대상 벽화기법을 강의하고 있는 선우 항 작가는 “학생들이 다양한 벽화기법을 익혀 작품에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수업이 무거운 재료를 다루느라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잘 따라와 주고 열정적으로 배움에 임해서 고맙다”며 진심을 전했다. 


▲ 4학년 학생들의 고구려 고분벽화 재현과정 모습.(사진=뉴스리포트)


수강생 이재환 씨는 “벽화라는 장르가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수업이 개설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다. 또 미술사 수업을 들으면 고구려벽화를 배우는데,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또한 조은본 씨는 “벽화의 기본 기법과 저부조를 이용해 입체감 있는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 생소한 벽화기법에 대해 잘 알려주시고,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고 수업을 소개했다. 또한 졸업을 앞둔 박유리 씨는 “이번이 4번째 수업이다. 졸업 후 ‘밤’을 주제로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데, 수업에서 배운 프레스코화법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남다른 애정과 기대감을 표했다.


▲ 오랜 기간 땅속에 묻혀있던 석회를 체치는 과정.(사진=뉴스리포트)


자연만큼 큰 울림을 주는 대상은 없으며, 물은 사유의 흐름을 제공한다. 그간 변치 않는 주제는 물 혹은 물결이었다고 밝힌 선우항 작가는 앞으로 프레스코화법을 통해 자연과 호흡하면서, 철학적 사유의 예술세계를 펼치겠다는 창작 의지를 나타냈다. 선우 항 작가의 뜨거운 열정과 작품들을 주축으로 국내 프레스코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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