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 이운룡 시인, 중산문학상 제정해 향토문학 활성화 기여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한국 문학계에 족적을 남기며, 수많은 문인을 배출해온 중산 이운룡 선생은 초현실주의적 통찰로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의 사유세계를 펼치고 있는 전북의 대표 원로시인이다. 전통적 서정시에 뿌리를 두되, 그만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시풍을 구축해온 선생의 작품은 체험을 주조로 하면서도 민족과 사회의 현실을 담백하고 달관적인 자세로 표출해 존재론적 성찰의 모범적 시로 평가되고 있다. 


#중산 이운룡 시인의 삶과 문학의 발자취

중산 이운룡 시인은 전북 진안 출생이다. 그는 마이산의 정기를 받고 자란 초등학교 시절, 담임교사였던 진석상 선생으로부터 문학적 씨를 받았고, 농촌의 자연과 신비한 체험을 통해 시심을 키우며 성장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6.25전쟁의 비극적 역사현실을 관통하는 청소년기에는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중학교 진학조차 수월치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난 속에서도 문학적 감성만큼은 충만했다. 고교시절 신석정, 이철균 선생과 인연을 맺어 ‘영토’ 동인을 결성했다. 매월 자작시를 발표한 선생은 졸업 기념 습작시집인 『황무지』를 발간했지만, 그의 첫 시집은 백미 4가마니 값의 빚을 안겨준 사건이기도 했다. 쌓인 빚과 수업료 미납, 졸업앨범조차 구입하지 못했던 그 때,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고서도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고, 날마다 호숫가에 가서 통곡을 해야 했던 가슴 아픈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그 후 운좋게 고향 이홍의 어른의 지원을 받아 전북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한 이운룡 시인은 당대 최고의 시인 김현승과 문학평론가 조연현, 그리고 언어학의 이숭녕 교수 등 3인의 대가로부터 2년 동안 사사한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었다. 선생은 재학 중에 경북대학교 주최 전국 대학생 문예작품 현상 공모에서 김춘수 심사위원으로부터 시 「기도」가 당선돼 유명세를 떨쳤다. 이어 1969년 《현대문학》지를 통해 시 추천 3회 완료, 1983년《월간문학》에 문학평론 「시와 자기 부정의 변증법」이 당선돼 시와 문학평론을 겸해 활동 하고 있다. 시집으로 『이운룡 시전집』외 다수와 그 밖의 저 서로는 『언어와 시정신』,『시론』,『한국시의 의식구조』, 『현 대시 비평의 이해』, 『한국 시문학의 주류』,『한국 현대 시인론』,『존재인식과 역사의식의 시』,『한국 현대시 사상론』등이 있다. 월간문학 동리상, 조연현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세계한민족작가연합 부회장, 열린시문학회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운룡 시인은 1958년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으며, 전주기전여고(1965), 전주성심여중·고, 전주해성중·고교사를 거치는 동안 한남대 대학원(문학석사) 과 조선대 대학원(문학박사)을 수료했다. 1998~2003년까지 중부대 국문학과 초빙 부교수를 역임하고, 정년퇴임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집 총 18권, 문학이론서 및 시비평서 『시창작 이론과 실제』,『직관통찰의 시와 미』 등 12권을 펴 냈다. 향토문학평론가협회상, 월간문학동리상, 조연현문학상, 한성기문학상, 서울신문향토문화대상, 2003년 대한민 국 향토문학상, 전라북도문화상(문학부문), 전북문학상, 표현문학상, 모악문학상, 백양촌문학상, 작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전북문학관 초대~2대 관장을 역임한 시인, 문학평론가로서 전북문학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해 전시하는 한편, 시창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열린시문학회 시창작교실 개설해 후학 양성 

이운룡 시인은 1960대 후반 문학평론가인 원광대 고 이상비 교수와 전북문인 33인이 참여한 표현문학회를 조직, 1979 년에는 문예지《표현》 창간호를 발행했다. 또한 시를 쓰고자 해도 길을 찾지 못하는 문학도들을 위해 1989년 전북 지역 최초로 열린시문학회 시창작교실을 개설하고 22년간 지도했다. 그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1979년에는 전주가톨릭센터의 협조를 받아 2년 동안 저명한 문인을 초청하는 월례문학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지금은 열린시창작교실 출신들이 전북문학 중심에서 왕성히 활동한다. 현재까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제자들은 조선일보를 비롯해 한국일보, 문화일보, 불교신문, 전남일보, 광주일보, 영남일보, 전북일보, 전북 도민일보, 전주일보 등에서 19회 당선,《월간문학》등 각종 문예지 신인상 당선 98명 등 총 117명이 문단에 데뷔했다. 지난 1989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열린시문학회 시창작 교실 수료자는 연인원 총 2,340명에 달한다.   


#형이상학적 통찰에 의한 따뜻한 생명미학  

그의 시세계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1960대 초, 그의 시는 자연서정에서 출발했으나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왜곡되고 억압된 현실과 사회 불의에 대한 비판 및 민중의식으로 전환, 리얼리즘의 성향을 보여주었다. 군사정권이 종식된 1990년대 이후부터는 보다 심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본질 탐구에 관심을 집중했다. 2010년부터는 시 형태를 간결한 산문체로 전환해 새로운 시의 광맥을 탐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논리적이고 명쾌한 은유로 엮어져 있는 그의 시는 형이상학적 인식의 깊이와 통찰에 의해 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생명미학, 곧 휴머니티의 추구와 맞닿아있다. 특히 2012년 이후의 작품들에 대해 선생은 인간의 존재 의미와 사물의 본질 해명, 삶과 생에 대한 성찰 등 철학적 사유와 깨달음으로 존재의 내면세계를 투시하려고 노력한 작품이라고 진술했다. 

“내가 필생의 업으로 삼는 언어 작업이란 서정적 본질을 객관적으로 형상화한 존재의 실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다종다양한 초상화요, 내 자신의 내면세계를 재구성한 존재의 미적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근작에서 보이는 이운룡의 시는 실재하는 삶의 영토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먼 곳’으로까지 시선이 모아진다. 그것은 물리적, 심리적 개념만이 아닌 보다 근원적, 존재론적인 개념이다. 철학적 사유와 명상의 각자로 거듭나, 삶의 궁극과 존재의 본질 탐구, 열린 의식으로 보다 심오하게 우주 자연과 더불어 생성 혼융되고, 자연 과 물화(物化)를 이뤄가는 그의 서정미학은 한국시사에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이라 평가된다.   


#새벽의 명상에서 탄생되는 영혼의 언어   

이운룡 시인은 본인의 시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시 쓰기 습관은 축적돼 있던 체험과 이미지들이 한꺼번에 수십 편씩 쏟아지는데 있으며, 작품은 주로 새벽의 명 상에서 탄생한다. 둘째, 시는 존재의 본질 인식이며, 깨달음이고, 그에 대한 미적 언어 형태로 정의한다. 셋째, 시를 맞춤식 형태로 쓰지 않는다. 시를 짓는 것은 서정적 인식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형상화한 존재의 실체이며, 그 해명이다. 넷째, 시는 언어로 재생된 존재의 실재인 이상, 자유로운 정신과 명징한 자의식의 발현이고 미적 본질의 해석이다. 마 지막으로 그는 사물과 삶과의 은밀한 소통을 존재 의미의 본질 차원에서 통찰한 후 마침내 집중된 영혼의 언어인 시로 표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확고한 시관으로 탄생된 이운룡의 작품세계에 대해 시인 허소라는 “이운룡의 시세계 는 다양하고 건강하다. 그의 언어는 끊임없는 자기 갱신의 징표로서 시대의 관을 뚫는가 하면, 어느새 인간 생명의 본원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으며, 시인 정병렬은 “삶과 죽음 그 저쪽까지 넘나들고 있는 초월의 세계, 그러한 궁극의 놀음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이운룡이다. 천의무봉 자유자재, 한치도 비끼지 않은 생명의 원초적 파장을 놓치지 않을 뿐 더러 존재의 극점을 넘나드는 숨결과 시공이 뜨개실 옷차림처럼 얽혀있다”고 평한 바 있다.  


#중산문학상 제정, 문인들의 저변확대에 기여 

선생은 향토문학 활성화 및 문인들의 저변확대를 위해 지난 2012년 10월 ‘중산문학상’을 제정했다. 중산문학상은 자연과 사람의 존엄성을 문학작품으로 구현하고, 문학사회적 위상, 작품성,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문인을 찾아 격려하는 상이다. 제정 이래 시인 최정아, 이소애, 김남곤, 양병호, 이향아, 정병렬, 김동수 등이 영광을 안았다. (유)현대

건설안전연구소와 (주)엘에이치그린푸드 후원을 받아 시상 하는 중산문학상 제정에 대해 이운룡 시인은 시대적, 사회 적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한평생 일궈낸 문학의 결정체이 자, 문학사에 길이 남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순수한 물빛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중산 이운룡 시인은 맑고 푸른 소년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 었다. 팔순의 고령에도, 두 차례의 대수술과 항암치료를 이 겨온 고난의 세월 앞에서도 그 흔한 나이듦의 습성이 느껴 지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물빛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연을 축복하며, 주어진 삶을 감사히 여길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비록 야속하게 흐르는 세월 앞에서 무기력하게 순응하며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지만, 생명에 대한 찬미로 감각적인 시세계를 펼치며 영원한 삶의 초월적 경지를 탐구하는 예인 이운룡 시인, 그는 앞으로도 꿈 많던 소년 시절과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위했던 가족과의 끈끈한 추억을 재생할 것이다.  또한 정의와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던 청년시절의 열정과 문학인으로서 걸어온 60여 년의 세월을 반추하면서 현재의 고독과 미래의 허무를 조율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자유로운 시세계를 펼쳐나갈 것이라 생각된다. 전북문학의 등대이자, 열정의 시인 이운룡, 그가 모쪼록 건강을 유지하면서 찬란한 작품세계를 이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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