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옥 작가, 나혜석의 ‘제3세계 미술’ 펼치다

이양은 기자
2020-06-11


사진=뉴스리포트 


[뉴스리포트=이양은 기자] 지난 4월 시인 이순옥 작가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며 문학가인 나혜석(1896~1948년)의 예술혼이 투영된 연작시 100편을 엮어 ‘불꽃혼 나혜석’을 출간(고요아침출판사)했다. 어두운 시대에 태어나 불꽃처럼 살았던 나혜석의 내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100편의 시가 천의무봉(天衣無縫)을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시집에는 나혜석에 대한 이 작가의 뜨거운 사랑과 절절한 마음이 시혼(詩魂)으로 뜨겁게 각인돼 있었다.


이순옥 작가, 운명처럼 나혜석을 만나다

나혜석은 국내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근대적 여권론을 펼친 운동가였다. 암울했던 시대의 대표적인 신여성으로서, 여성적 글쓰기를 펼친 작가이기도 했다. 시인이며 화가인 이순옥 작가는 운명처럼 나혜석을 만났다고 회고했다.

“나혜석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점점 나혜석을 닮아갔죠. 나혜석이 그랬듯 저도 진취적이고 성실하게 삶에 임했으며, 쉬지 않고 예술 활동을 했습니다. 몸을 돌보지 않고 일과 집필에만 몰두하다 건강을 잃었지만, 나혜석이 그랬듯 저는 다시 일어났습니다. 성경에서는 신의 뜻으로, 불로 사람을 더 단단하게 연단(鍊鍛) 한다고 합니다. 나혜석이 시련 속에 성장했듯 저도 마음을 내려놓고 더 성장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혜석의 삶과 이 작가의 삶은 문학인이며, 화가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나혜석이 일본 유학파 엘리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듯이 이 작가도 일본 유학파 출신 엘리트 외숙부들의 영향으로 세상에 빨리 눈을 떴다. 나혜석이 유학을 통해 세상으로 나갔듯, 이 작가도 외숙부들의 책과 다양한 공부를 통해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고 한다. 나혜석의 인생과 굴곡 그리고 예술적 성취와 삶의 절절함을 알게 될수록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이 작가는 수원 문인협회장을 역임하고 한국예술문화봉사단 회장직을 수행하며 ‘소설 나혜석’을 집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만 3년간 병원 입원 및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일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과로와 소설 집필에 대한 피로가 겹치면서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사진=고요아침출판사 


병원에서 불굴의 의지로 연작시집 출간

이 작가는 긴 시간을 병원에서 지내면서도 나혜석에 대한 열망이 식을 줄 몰랐다. 오른쪽 마비로 인한 고통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불꽃혼 나혜석’ 100편의 연작시집 출간을 완성했다. 그는 재활 치료가 필요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스마트폰 버튼을 눌러 한 글자 한 글자 시를 썼다. 어렵게 쓰인 시는 SNS 메신저를 통해 출판사로 한 편씩 전해져 마침내 시집 ‘불꽃혼 나혜석’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를 쓸 때는 내가 나혜석의 마음이 되거나, 혹은 나혜석이 내 마음이 되기도 하지요. 나와 나혜석이 분간되지 않을 때, 그의 뜨거운 마음으로 깊은 시를 쓸 수 있었습니다.”

소금이 바다에 녹아들 듯 이 작가는 나혜석이라는 바다 속에 몸을 던졌다. 나혜석이 프랑스 파리에서 야수파와 교류하고, 폴 세잔(Paul Cézanne)과 함께 숨 쉬는 시간을 시어로 옮겼다. 가정사와 육아 문제로 힘들어하는 나혜석과 같이 아파했고, 시대의 암울함에 부딪쳤을 때 서로를 쓰다듬었다. 시집 속 100편의 시가 나혜석에 대한 깊은 함의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다.


힘들어질수록 나혜석 정신이 다시 일으켜

“힘들어질수록 나혜석은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뇌출혈로 재활 치료가 필요하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대이지만 제 마음은 오히려 더 담담합니다. 나혜석 정신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죠.”

이 작가는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수원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수원문인협회에서, 외지 출신의 이 작가가 당당히 선거를 통해 회장이 된 것이다. 그는 임기 내 ‘수인문인협회 50년사’를 편찬하고 ‘수원 문학인의 집’을 건립하는 등 많은 업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작가는 앞으로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완성시키지 못한 ‘소설 나혜석’을 집필할 예정이다. 소설이 완성되면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영화로까지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나혜석에 대한 영상자료가 많지 않은 지금, 그의 삶이 흥미진진한 영화가 된다면 나혜석을 더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나혜석 그림을 공부하면서 숨겨진 비밀기호를 발견했고, 이를 모티브로 소설의 내용을 전개할 예정이다. 나혜석과 독립운동 전개, 그리고 미스터리로 남겨진 나혜석의 죽음도 반전이 가득한 스토리로 구현하겠다고 전했다.


은유적공간(불꽃혼 나혜석), 65.1*53.0cm, 혼합재료/사진=이순옥 작가 


나혜석의 미술세계를 다시 구현

오래전부터 추상표현주의 작업을 해왔던 이 작가는 운명처럼 나혜석의 ‘제3세계 미술’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특히 나혜석이 후기인상파의 영향을 받다 추상화로 넘어가는 가상의 과정을 붓으로 재해석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나혜석의 그림을 이슈화하고, 그가 추구했던 어둡고 거친 표현의 역사적 의미를 대중에게 풀어놓겠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진정으로 나혜석을 사랑했다. 나혜석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 개척정신, 예술혼 그리고 위대한 정신을 흠모했다. 그에게 나혜석은 감히 목숨과도 바꿀만한 의미가 있었다. 시집 ‘불꽃혼 나혜석’에서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불꽃처럼 살았던 나혜석의 내면을 주옥같은 시편들로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제2의 나혜석의 삶을 살아가는 이순옥 작가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에 깊은 존경을 보낸다.


이순옥 작가 프로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 전문과정 수료 / 한양대학교 예술철학박사 과정 수료 / 시인 / 화가(서양화 개인전 25회 개최) / 시집 ‘불의 영가’, ‘나를 찾아서’, ‘공’ 출간 / 수원문학대상, 수원예술인상, 대한민국예술인상 수상 / 대한민국 국전 심사위원 / 한국미술협회 여성분과 위원장 / 수원문인협회장 / 경기대, 한국영상대 외래교수 역임 / (현)한국문인협회 저작권윤리위원, 화성문화제 기획위원, 한국예술문화봉사단 회장, 세계인권보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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