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백송 정완현 화백, 인간미 숨 쉬는 온정의 화폭

정혜미 기자
2021-11-24

백송 정완현 화백, 한국미술협회 고문./사진=뉴스리포트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원로 한국화가 백송 정완현은 40년간 동양화에 천착해온 집념의 예술가다. 그는 국내 동양화단에서 ‘수묵의 현대화’를 이끌며, 동서양과 구상·추상을 넘나드는 독창적 화풍을 정립했다. 한국적 정서가 깃든 화면에 감각적인 색채와 향토적 서정미로 관객을 사로잡는 정 화백은 전국 명산과 해안 절경을 찾아다니면서 얻은 감흥을 화폭에 스케치한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 화백은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감성으로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기법과 양식을 초월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융합적 예술을 펼치겠다”라며 창작의지를 밝혔다.


정완현 作_갯벌


한국화로의 전향, 선에 대한 집념

 한국 화단에서 격조 높은 작품세계를 펼치는 정 화백을 만나기 위해 은평구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았다. 공간에 들어서자,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갯벌’을 주제로 한 미완성의 캔버스가 원로화가의 땀과 열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정 화백은 약 40년 전 사회적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가 순수예술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인물이다. 30년간 연구해온 서양화를 내려놓고 한국화로 과감히 전향한 후, ‘현대적인 동양화’ 화풍을 이뤄냈다. 묵직하면서도 정밀한 그의 화폭은 신비로운 기운이 넘친다.

 서울 중구 태생으로 유년기에 미술적 재능을 싹틔운 그는 일찌감치 예술인을 꿈꿨다. 청년 시절에는 영화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국도극장’의 영업 및 선전부장으로 활약하면서 명예와 지위를 가졌다. 당시 정 화백의 창작은 유화가 주를 이뤘고, 서양화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경제적 여유를 얻었다. 그의 유화 작품을 기억하는 이들은 개성 있는 그의 화폭이 극장의 흥행에도 한몫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1970년대 중반 정 화백은 오일 페인팅에 염증을 느끼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한국화에 매료된 그의 화실에는 물감 대신 수묵과 화선지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예술의 향방에 대한 고뇌가 깊어져 갈 때, 정 화백은 국내 대표작가 이왈종과 인연을 맺는다. “그간 돈벌이를 목적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다. 이제는 상업미술을 떠나 자유롭게 순수예술을 하고 싶다”는 정 화백의 진중한 사유와 확고한 목표의식을 보고, 이 화백도 격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화백은 한국화로의 전향 이후 시류에 편승한 기교와 기술을 지양하고, 오로지 전통성 있는 동양화로 일관해 오늘의 경지에 이르렀다.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있는 작품

정 화백의 작품은 감각적이다. 몽환적 풍경 속 인간과 자연의 형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의 고도화된 추상성에 회화적 요소를 접목했다. 선이 가진 찰나의 미학과 운필의 묘미가 그대로 살아난다. 먹과 색채의 대비로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 감상자에게 신선함을 부여한다. 화폭에 담긴 자연의 풍경, 힘찬 필치의 산과 운해가 마음의 고향과 같은 평안함과 여유로움을 전달해준다. 그의 작품은 실경산수가 주를 이루지만, 일상에서 발견되는 인물의 모습이나 생활 풍경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이 모든 작품들은 탄탄한 뎃생력을 바탕으로 완숙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깊고 그윽한 산수화의 멋을 보여준다.

 또한 탄탄한 현장 스케치를 통한 작품의 생동감이 백송 화폭의 특징이다. 특히 고기잡이배, 갯벌, 어부들의 생활상 등 어촌에서만 엿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들을 개성있게 담아낸다. 이외에도 정 화백은 고요한 자연의 심상을 화폭에 담은 작품들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묵직한 프레임 속에 약동하는 대자연의 진경산수,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형상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정 화백의 화면엔 운치와 온정이 담겨있다. “자연은 영원한 미적 탐구 대상”이라고 소신을 전하는 정 화백은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정완현 作_갯벌


예술문화계와 학계에서 존경받는 원로화가

정 화백이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면, 끊임없이 변화에 순응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을 벗 삼아 도를 구하는 구도자처럼,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정완현 화백은 “자연은 미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창작욕을 뜨겁게 자극한다. 부족하나마 작품활동을 하면서, 표현기법들을 완성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미완으로 남은 마지막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어느덧 국내 미술계 기둥으로서 중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구도자의 길을 걷는다고 겸손함을 표하는 정 화백은 미완의 그릇에 자연의 섭리를 담아오며, 걸어온 시간을 정리하고 비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창작에 전념하며 국내 화단의 성장에 기여

 정 화백은 창작에 전념하면서도, 미술인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 화단의 성장에 공헌했다. 우직함과 다정함으로 후배들을 격려하고, 예술 문화계와 학계 등 폭넓은 인간관계는 물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한 번 맺은 인연은 각별하게 챙긴다. 그의 높은 인품은 화단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상업성을 배제한 순수미술의 길을 걷고 있어 존경받고 있다. 정 화백은 조선일보미술관 개인전을 비롯해 10회 개인전, 주일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초대전 외 단체전에 출품했다. 아울러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심사위원장 및 조직위원을 역임했으며 문화관광부 장관상(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후학들에게 좋은 교훈을 제시하며 여전히 청춘의 열정으로 자연의 색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정 화백은 “예술혼을 지니면서 작품활동을 해온 지 반세기가 넘었다. 창조주의 은총을 입어 세상에 태어난 이래, 인간은 지혜와 재능을 전수받았다. 인간으로서 가장 값지고 뜻있는 일이 유형의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어오면서, 앞으로도 예술에 여생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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