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효계 박성호 서산장학재단 이사장, 20년 재능기부로 서예 지도자 양성

정혜미 기자
2021-07-01

효계 박성호 서예가, 서산장학재단 이사장./사진=뉴스리포트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효계 박성호 선생은 30여 년간 서예에 매진하며 후학양성에 힘써온 한국서단의 원로작가다. 현재 중국국제서화예술협회 명예주석, 한국갑자서회 고문, 한국서예비림협회 명예총재직을 맡아 예술인들의 화합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서산장학재단 이사장 및 서산향토문화연구소장직을 수행하며 복지문화 향상과 지역의 향토문화 보존 및 계승에 공헌하고 있다.


서산 문예부흥의 산실, 안다위한묵연실

서산시 음암면 안다위골에 위치한 안다위한묵연실을 찾았다. 선비정신 함양과 향리 발전 도모에 앞장서는 효계 선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아름다운 산새 속에 호젓하게 자리한 서실은 효계 선생의 예술성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인 곳이었다. 은은한 묵향 아래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예술품들과 서적들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선생의 열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올해로 30여 년간 서예에 매진해온 선생은 붓글씨를 통해 정신적 가치를 추구면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참뜻을 실천해왔다. “재능기부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각오로 지난 2003년 안다위한묵연실을 개원해 20년간 무료로 정통서예를 널리 보급해왔다. 선생은 매년 문화행사로 서예전을 개최해 서산·태안 지역의 서예 지도자 약 300명을 배출했으며, 전국 공모전 대상을 놓치지 않은 성과를 기록했다. 아울러 서화국제교류전, 한중일서예교류전 등에 참여해 작품성을 높였으며, 국내 유일 비림박물관에 다수의 수비작가를 배출한 서예문인단체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의를 잠정 중단하고, 개인 소장품을 모아 전시관으로 꾸몄으며 영상 강의 촬영 장소로 활용하는 등 지역 문예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효계 선생은 충남 서산 출생이다. 5남매 중 독자로 태어나 가정은 물론 마을 어른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국가적 전란기에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는 한학자였던 선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묵향에 심취했으며, 정외과에 진학해 외교관이 되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고3때 서산군 총연대장을 맡아 스트라이크를 주도, 무기정학을 맞으면서 방황의 시절도 보냈다. 이후 수의과에 진학,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90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서예계의 거목 여초 김응현 선생 문하에서 전통서예를 사사했다. 지필묵과 벗하며 서도에 정진한 결과 수제자로 인정받아 발달사별로 비교적 빠르게 서법을 익혔다. 그는 “서예는 잡념을 없애고 정신집중에 탁월하다. 현인들의 글씨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접하면서 군자의 도와 선비정신이 자연스레 몸에 배었고, 선한 자세를 익히게 됐다”고 밝혔다. 선생은 지난 2016년 태안향교에서 팔순전을 개최하면서 그간의 예술성을 집대성한 작품들을 전시해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서산장학재단 운영, 열악한 가정의 청소년 장학금 지원

한편, 효계 선생은 30년 전 서산시 해미읍성 축제를 처음 개최한 장본인이다. 제3문화재추진위원회가 조직돼 활동했을 당시, 서산문화재추진위원장을 맡아 역사적인 명소인 해미읍성에서 지역 축제를 열도록 주도해 지역문화 활성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선생의 공로는 역사 속에 묻혔고, 서산문화원 50년史에서도 기록이 남지 않았다. 해미읍성 축제는 여전히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서 인정받고 있다. 


선생은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74년 고 육영수 여사 시해 당시, 서산시청 앞에 5만여 명의 군민을 모아놓고 문세광규탄궐기대회장를 열어 확고한 안보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남다른 애국심으로 새마을학교, 향토민방위대 정신교육 강사로 서산, 태안 지역을 순회하면서 활동한 바 있다. 또 선생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권유로 정치계에 입문, 제13·14대 총선에 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탁류(濁流)를 보며 환멸을 느끼고, 병원 운영에 집중하며 봉사에 매진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완종 전 이사장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학업을 제대로 잇지 못했던 성 전 이사장이 이 땅의 어린 새싹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장학기금 300억을 마련, 장학재단을 설립해 2만 오천여 명을 지원했다. 무엇보다 신의를 중시했던 선생은 성 전 이사장이 북한산 중턱에서 생을 마감했을 때, 종편방송국을 주야로 찾아가 성 이사장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사회적 약자 배려


효계 선생은 봉사에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있다. 약 50년 전부터 사회봉사에 참여한 그는 지역의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해왔다. 소아마비 때문에 걷지 못해 바깥세상을 보지 못하는 18세 소녀의 사정을 듣고 서울 종로까지 가서 거금을 들여 휠체어를 사주고 소녀에게 ‘태양을 머리에 이고 살라’고 전하며 온정을 베풀었다. 이밖에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면, 집에 데려와 밥을 먹이고 학자금 지원에 취직까지 시켜주면서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어줬다. 그의 자녀들은 “부친은 동물병원을 하면서 왕진을 나가 사정이 어려우면 빈손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고, 어느 날은 입고 가신 옷도 벗어주고 오셨다. 겨울에 이불 없이 사는 이들에게 소달구지에 솜이불 10채를 보내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고 회고한 바 있다. 선생은 이러한 이력에 대해 “일찍이 JC활동을 하면서 봉사가 이념화된 것 같다”며 겸손함을 표했다.


평생의 반려자 잃은 아픔, 고독하지만 묵묵히 예술에 정진

“지난해 부인을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갑작스레 시한부 3개월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중증이라 가족들도 요양병원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62년간 제 곁을 지켜준 부인을 떠나보내는 날까지 정성껏 간병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깨끗히 닦아주고 스킨, 로션에 에센스까지 챙겨줬죠. 또 항상 쓰다듬어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8개월 동안 병간호를 했는데, 정말 여한이 없이 보냈습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 묘지가 있는데, 매일 두 번씩 찾아가서 애틋한 마음을 전합니다.”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리운 마음을 담아 한시를 짓고, 글을 쓴다는 효계 선생은 올해 안에 간호 일지도 출간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묘지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비석도 세웠다.


‘박성호의 초고속 서예교실’ , 원로 서예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서예강의를 촬영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채널명은 ‘초고속 한문서예’ 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유튜브 방송을 보고 서법을 바르게 배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요점만 초고속으로 배울 수 있고, 한문서예가 어렵지 않도록 강의하고 있습니다.”

선생은 예술가로서의 목표에 대해 “다른 이들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양보하는 사람이 되고 나눔을 통해 사회에 온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서예 입문자들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선생은 “논어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능치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란 말이 있듯 자기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예술의 경지는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여유와 탈속의 세계다. 예술에서 노닐며, 도(道)를 구하고 인생의 멋과 맛을 즐긴다. 인터뷰 말미, 효계 선생은 “지금까지 서예를 탐구하고, 글쓰기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은 방대한 자료를 연구·분석하며 철학과 학문의 결합으로 작품활동을 해왔기에 가능했다”고 밝히며 학문과 예술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다. 그간 고된 수행으로 탄생된 선생의 작품에는 사상과 철학, 인격과 이상이 담겨있다.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구도자의 길을 걷는 중이라며 겸손함을 보이는 그는 늘 전통서법 연구와 계승을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모쪼록 효계 선생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찬연한 작품세계를 이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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