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가향 이미연 민화작가, 다채로운 색(色) 추구, 개성적 조형세계

정혜미 기자
2021-04-30

가향 이미연 민화작가./사진=뉴스리포트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가향 이미연 작가는 민화의 정통성을 지키는 예술가다. 민화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화폭을 구축해 나간다. 민화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해학성, 도상성에 담긴 의미에 심취했다는 그는 정교한 디테일과 강렬한 채색기법으로 개성을 더한다. 또 단순 모사와 해석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창작기법을 시도하는 등 관객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가는 “전통 민화작가로서 옛 선조들의 삶과 예술, 사상과 정신세계를 알아가는 행복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대중적인 예술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가향, 사찰 문양과 오방색에 매료돼 민화에 입문 

조선 후기 꽃 피운 민화는 ‘민(民)의 사상이 담긴 그림’이다. 당대 민중의 애환과 삶의 모습이 응축된 대중 장르였던 민화는 그 자체로 따뜻한 정과 끈질긴 생명력을 내포한다.

“17년 전 민화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특별한 취미생활이 없던 차에 지역 주민센터에서 민화강좌가 운영되고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었죠. 평소 사찰의 문양과 오방색에 매료돼 있었기에 바로 수업에 등록하고 붓을 들었습니다. 민화를 통해 예술의 길을 걷게 되면서,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갖게 됐습니다. 그저 좋아서 시작했던 그림이 이젠 삶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일찍이 서예를 통해 기본기를 다진 이 작가는 민화로 전향하면서 세밀한 선의 작업을 경험했다. 이후 채색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송천 이정동 선생에게 사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민화의 길을 걸었다. 그는 민화가 선조들의 익살과 지혜, 해학과 풍자의 맛을 지니고 있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다채로운 채색과 장식성으로 한국적인 미를 이어갔다. 10여 년간 전통 민화의 묘사와 재현작업을 해온 이 작가의 작품 스펙트럼은 민화 단청에서부터 풍속화, 기록화, 장식화와 10폭 병풍 대작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특히 그의 십장생도 10폭 병풍, 일월오봉도 10폭 병풍, 모란도 10폭 병풍, 평생도 10폭 병풍, 서수낙원도 10폭 병풍, 책거리 8폭 병풍, 금분 십장생도 10폭 병풍, 어해도 8폭 병풍, 기명절지도 8폭 병풍 등은 독특한 색감과 조형적 아름다움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분당제생병원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강산과 복의 기원을 담은 희망찬 그림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일월오봉도./사진제공=이미연 


창작과 모사의 경계에서, 법고창신의 조형세계 선보일 것 

민화는 궁정을 비롯한 상류층 수요의 그림을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 주제의 범주는 일반적 전통회화와 구별이 없다. 기복, 길상, 벽사를 상징하는 모란도, 해학반도도, 십장생도, 호작도, 서수도 등의 그림과 장식, 감상용의 책가도, 금강산도, 관동팔경도 등 산수화, 화조도, 호렵도, 고사인물도 등 다양하다. 민화는 창작 민화도 있지만, 시작은 대개 임화(보고 그리는 그림)로 한다. 이러한 민화 그리는 방식에 대해 작가들은 대개 혼란을 느낀다. 이 작가 또한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다. 열정적으로 작품에 매달리지만, 민화의 틀 안에서 그가 추구할 방향에 대해, 혹은 어떤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그는 작업의 축을 전통 민화 속에서 대안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이는 과거의 민화를 현대에 맞게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창작을 위한 창의적인 생각은 화가의 중요한 덕목이듯, 이 작가 또한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창조적 조형세계를 선보이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송학도./사진제공=이미연


민화인의 긍지와 사명 지키며 후학양성에 뜻 

“민화에는 선조들이 남긴 지혜에 작가의 영혼이 더해집니다. 붓의 손놀림도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죠. 마음을 집중해 선을 그리고 채색하는 과정에서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낍니다. 선조들의 얼이 담긴 다양한 민화를 그릴 때면, 복잡한 생활 속에서 나만의 행복한 삶의 여유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한 장, 두장 혹은 10폭 병풍들을 재현하다 보면, 민화인으로서의 긍지와 사명을 갖게 돼 더욱 정진하게 됩니다.” 

현재 이 작가는 작품활동 외에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후학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MG성남수정새마을금고 문화원에서 민화 강의를 하고 있다. 주로 취미생활을 위해 찾아오는 주부나 직장인들이 다수다. 우리 것을 보존하자는 정신이 대중화되는 시기라 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가 민화를 시작할 때엔 민화에 대한 수요가 없었으나, 현대에 이르러 일상예술로서의 가치를 지닌 장르로 인정받고 개성적인 민화그림들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작가는 그의 제자들이 취미생활로서 즐기거나, 혹은 그의 경우처럼 민화작가로서의 성장을 이끌어 작품세계를 열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예술의 길, 가족들의 격려가 큰 힘이 돼 

“앞으로 재현해야 할 작품들이 수없이 많은데, 세월 앞에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민화를 통해 우리 일상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행복을 주고 싶습니다. 민화를 알고 싶고 배우려는 분들에게, 제가 스승님에게 배운대로 기법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터뷰 말미, 이미연 화가는 고독한 예술의 길에서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가족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했다. 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예술에 힘을 쏟고 있다는 그는 민화작가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림으로 다가설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휴머니즘적 예술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재적 의미와 가치가 더해질 것이다. 민화의 정통성을 지키며, 그녀만의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펼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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