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박 남 한국미협 고문,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표상

정혜미 기자
2021-04-09


박 남 화백, 한국미술협회 고문./사진제공=박남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박남 화백은 역사의식을 근간으로 ‘행상여인’의 테마 연작을 이어온 국내화단의 중진급 예술가다. 그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거리로 뛰어나간 행상여인들의 원초적 에너지를 담아 삶의 강한 집념을 표출한다. ‘행상여인’으로 형상화된 이미지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의 자화상이다. 낡은 치맛자락에도 빛나는 건강한 육체,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자배기를 떠받치는 모습이 강한 모성애를 드러낸다. 박 화백은 현대인들이 혹여 망각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그 옛날 처절하게 살아온 여성들의 강인한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폭에 담긴 ‘행상여인’은 가족의 삶을 머리에 이고 꿋꿋이 버텨내며 살아온 한국의 여인상이자, 시각화된 삶의 본질 그 자체인 것이다. 


창작에 대한 끝없는 고뇌 

박 화백의 ‘행상여인’은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념적 통찰과 이를 통해 얻어낸 깨달음의 이미지다. 그의 화폭은 사회 변화에 대한 갈망 속 창작에 대한 끝없는 고뇌가 담겨있다. 특히 행상여인에서 보여지는 고된 삶의 무게와 공존하는 관능적 여체의 곡선미, 색채의 독창성은 국내 유일무이하다. 기획되지 않은 형상과 장식성이 배제된 꾸밈없는 화폭은 순간적으로 분출되는 예술적 감각으로,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신들린 듯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작가의 순수성과 열정의 산물이다. 

박 화백의 묵묵한 작품 여로는 뜨거운 예술정신, 독보적 존재감과 어우러지며 관람객에게 경이감을 선사한다. 냉혹한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쓸쓸한 시선, 작가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사회의 비판 정신이 표출돼 여과 없이 화면에 담긴다. 현대인들이 가지는 허무의 정서를 정확히 관통하는 그의 ‘행상여인’은 위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인간 내면세계에 천착하고 있다. 또 그 이면에는 궁색한 삶의 모습이 아닌,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이뤄내는 희망의 씨앗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박완서 엄마의 말뚝 50F  2019.(시조문학관 소장)./사진=박 남 


박완서 대표작 ‘엄마의 말뚝’ 삽화구성으로 주목받아  

박 화백은 지난해 의미있는 작품을 했다. 문학작품 『엄마의 말뚝』을 삽화 구성으로 화폭에 담았다. 『엄마의 말뚝』은 박완서가 쓴 80여 편의 단편소설 중 유일한 연작소설이자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박 화백은 박완서의 자전 소설 『엄마의 말뚝』을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행상여인과 연결되는 어머니의 표상, 자식들을 위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내며 희생해온 삶의 모습, 그녀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존경심 등을 짧은 삽화 구성으로 스토리텔링을 했다. 50호 규격에 담긴 그의 작품은 소설의 주제를 잘 살려낸 그림으로 인정받았고, 현재 한국시조문학관에 소장돼 있다.


국내 근대미술관 설립 필요성 강조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 대중 공연예술은 사회적 이목을 끌고 정부의 정책 지원을 받기에 용이한 편이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미술인들은 이러한 관심과 지원으로부터 소외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재능있는 젊은 작가들은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원로작가들 또한 배를 곯으면서 작품에 매달려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작가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제도를 만들고, 재능있는 작가를 선정해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한국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조명을 받는다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죠.” 

박 화백은 K-POP이 세계적인 한류 코드를 형성할 때, 미술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유능한 국내 작가들이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현실로 K-ART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에 나가면 근대미술관이 세워져 있지만, 대한민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대표작가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을 한자리에서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근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대한민국 예술계는 아직 그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근대미술관도 없는 국내 열악한 현실에서 화가로 살아간다는 게 개탄스럽다는 그는 “근대미술관 설립은 관광산업 측면에서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될 것이다. 미협 회장을 비롯한 운영진들은 문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근대미술관 설립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행상여인 72.7x60.6cm oil on canvas  2018./사진=박 남  


창작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발전적 관계가 중요 

인터뷰 말미, 박 화백은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작가들을 향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 이런 때일수록 좌절하지 말고, 순수한 열정으로 작품에 임하길 바란다”며 호소했다. 또 그는 “화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작가와 교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친목이나 학연, 지연 등 이해관계에 얽힌 우호적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추구하는 이념과 예술세계가 같아 작품에 대해 공유하고 깊이있게 공감하면서, 창작활동에 서로 주고 받는 영향력을 전제한 발전적 관계”라고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한때는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화려한 명성을 얻으면서 자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물어가는 노년, 화려했던 과거의 조명은 빛을 잃어가고, 제 청춘과 열정을 바친 작품들만이 제 곁에 남았네요. 이제 저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삶을 살고 있지만, 순수예술을 지향하며 독자적 작품세계를 이어갈 것입니다.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자, 제가 지켜온 예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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