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이삼영 화백, 동서양의 경계 넘나드는 독창적인 예술세계

정혜미 기자
2020-11-20


소한 이삼영 화백/한국미술협회 고문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소한 이삼영 화백은 인천의 대표 중진 화가이자, 한국화단의 아이콘이다. ‘수묵의 현대화’를 화두로 선(線)과 색(色)에 천착해온 이 화백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 동양적 정서가 깃든 화면에 감각적인 채색과 신선한 구도를 구현하는 이 화백은 전통 고유의 문화와 이국적 정취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 화백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법과 양식을 초월한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걸맞게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모색을 시도해 융합적 예술을 선보이겠다”는 창작 의지를 밝혔다. 


한국화로의 전향, 선에 대한 집념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알리며 격조 높은 작품세계를 펼치는 이삼영 화백을 만나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았다. 은은한 묵향 속 따뜻한 미소로 반기는 그는 올해로 구순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모습이었다. 이 화백에게 건강의 비결을 묻자 “한평생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즐겁게 살아온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하며 “욕심내지 않고 마음을 비운 채 예술과 벗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이 화백의 건강한 삶과 예술성은 EBS 프로그램 <장수의 비밀>에서 다뤄진 바 있다. 


“하얀 종이 위에 한 줄기 먹선이 그어질 때, 힘은 방향이 생기고 꿈틀거리는 아름다움의 반복은 질서와 변화의 통일을 이뤄 어떤 정감을 떠오르게 한다. 선의 움직임은 형의 의미를 낳고 오색 물결이 스며들어 번져 나가면 조화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새로운 미의 세계가 열린다.”

-이삼영 화백 작가노트 中 


시가풍경 53x41cm 한지에 먹물채색 2020


작가 이삼영의 예술은 화폭을 종횡하는 기운생동(氣韻生動)한 선(線)에서 출발한다. 능란한 선의 변주를 통해 완성되는 화면은 활기차고 웅혼하다. 영롱한 먹빛 농담의 담백한 기운과 화려한 색채의 조화는 자유분방하면서 풍윤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그의 화면에서 선은 단순히 공간과 대상을 구분하는 구획선이 아니라, 대상의 물성을 결정하고 작가의 감정을 이입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화백이 대학 시절 국전 서양화 부문에서 입상해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한국화로 전향한 이유도 이러한 선에 대한 집념과 열정으로 풀이된다. 

이 화백은 서울시립대의 전신인 서울공립 농업고등학교 수의과 출신답게 수많은 동물 해부를 그리면서 소묘실력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평소 석고 데생과 같은 경직된 소묘보다, 인체나 동물 등 생명체 데생에 더 소질이 있었다. 홍익대학교 재학시절에는 남다른 소묘 실력이 바탕이 된 유화작품이 늘 교수들에게 주목을 끌었다. 대학 4학년이던 1959년 제8회 국전에 입선한 작품도 탄탄한 소묘력을 바탕으로 한 여인 누드(좌상)이었다. 서양화가로서 경력을 쌓던 이 화백은 화단 입문 후에 돌연 동양화로 방향을 튼다. 서양식 기초교육이라고 할 데생의 전 과정을 마치고, 유화 기법의 수련단계를 거쳐 수묵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는 지필묵의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현대적인 화면을 구축해나갔다. 먹을 재료로 하지만, 음영과 볼륨효과를 가미한다. 서양화 특유의 원근 표현을 추구하면서도 수묵화의 생명인 기운생동, 골법용필의 원칙은 지켜나갔다. 평론가 석남 이경성은 “이삼영의 작품은 전통적인 동양화에 바탕을 두되 감각적으로나 기법상에서 많은 개혁이 엿보인다. 그 묘법은 서양화가 가진 직선적 표현법이 도입돼 있다. 전통 한국화를 기조로 하면서도 서양화 기법의 수련 과정을 통한 수채화 기법과 데셍력을 바탕으로 한층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준다”고 평한 바 있다. 


운필 51x38cm 한지에 먹물채색 2020


은유적 필법, 회화적 생명력 

이 화백의 수묵화는 까다로운 고전적 규범에서 탈피, 자유로운 분위기를 창출한다. 이는 그의 화폭에 서양화의 장르적 특색이 가미된 덕분이며, 이를 통해 동적이고 역동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기법적으로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면서 발상 전환의 폭이 확장됐다고 볼 수 있다. 인체 군상의 작품을 제외하고, 풍경이 주를 이루는 이 화백의 작품세계는 강렬한 운필, 농묵과 담채가 적절하게 배합돼 향수적 정감을 발산한다. 아울러 이국적 화면 구성과 파격적인 화면 구성은 청년작가에게서 보여지는 특유의 감성과 신선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그의 작품 표면에는 초월한 세상에 대해 음미하는 듯 온통 시적 단어들이 부유한다. 신비롭고 동적인 이미지 속에서도 휴식의 여운이 자리한다. 구체적 묘사에 앞서,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인 서사적 무게가 실린 작품들은 그 미감의 독특함에 남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전통의 실재적 가치, 번안된 서양화에 대한 이해를 어떤 방식으로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확고히 할 것인가를 깊이 분석하면서도, 감상자들을 향한 전달방식에도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인다. 전형적인 것들에서 일탈한 그의 화폭은 대상에 골몰하기보다 작가의 깊숙한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작가 이삼영의 작품은 감각적이다. 은유적 필법과 색채의 향연 속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아득한 시간대를 연상시키는 몽환적 풍경 속 인간과 자연의 형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의 고도화된 추상성에 회화적 요소를 접목했다. 선이 가진 찰나의 미학과 운필의 묘미가 그대로 살아난다. 먹의 진중함과 색채로 대비를 주는 효과가 독특하다. 이렇듯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 감상자에게 생동감과 신선함을 부여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장르를 융합시켜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현시대 예술가의 사명이듯, 이 화백은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현대미술 영역에서 분출하고 있다. 


항구 51x38cm 한지에 먹물채색 2020


변화를 추구하는 쉼 없는 열정 

이 화백은 서울 회기동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회화과를 졸업했다. 결혼 후 제2의 고향인 인천에서 45년간 교직에 전념해오면서도 항상 붓을 놓지 않았다. 자연을 소재로 한 사생을 통해 선의 움직임에서 이루어지는 형태 화면 구성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1997년 정년 퇴임 후에는 본격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으며, 구순이 된 지금까지 창작의 열정을 분출하고 있다. 개인전 11회와 매년 단체전, 초대전 등에 빠짐없이 참가해 출품하고, 변화를 모색하면서 작품 연구에 열정을 쏟는 이삼영 화백. 작가적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위해 스스로 엄격히 단련시키고, 작품에 몰입하는 집념은 지금의 예술적 경지를 오르게 한 동력일 것이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향후 제2의 고향인 인천을 상징하는 삶의 풍경과 생활 풍속을 담아낼 생각입니다. 기법은 점차 색을 배제하고, 선을 단순화시켜 먹을 중심으로 하는 추상적 화법을 시도해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언텍트 시대에 걸맞게 사진, 영상제작을 기반으로 활발히 예술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며,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형식에의 작품세계를 선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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