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유 조각가, 생과 소멸의 순환적 오브제

정혜미 기자
2020-08-20


박조유 조각가./사진=뉴스리포트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박조유 조각가는 나무에 천착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예술가다. 인위적 변형을 배제하고 자연이 빚어낸 목리나 형태 언어에 대한 경외감을 근간으로 작업한다. 이렇게 탄생한 조형물은 박조각가의 철학적 사유로 함축된 실체화된 인간성이다. 낭인처럼 떠돌던 그가 제주에 뿌리내리고 목조각에 몰두한 지 어느덧 40년 세월이 흘렀다. 자신이 걸어온 거친 삶, 생과 소멸의 순환적 진리를 예술로 승화해 독자적 조형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그를 본지가 취재했다.  



조각가의 운명, 깊은 사유와 직관력이 기폭제 

박 조각가의  조각은 그의 삶 자체다. 나무를 쪼고 깎고 다듬는 작업은 그의 인생과 닮아있다. 오랜 세월 겪은 풍파를 통해 현재 ‘인간 박조유’의 모습이 완성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난 삶에서 얻은 깊은 사유와 직관력, 치열한 작가 정신이 더해지며 박 조각가의 작품은 해가 지날수록 그의 내면을 더 생생히 시각화하는 듯하다. 


1970년대 초기 작업은 인체의 신비, 건강한 생명체에서 표출되는 이미지를 단순화하는 반추상 형태의 작업을 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탈(脫) 이미지 추상 형상을 추구하던 중 모더니즘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장르의 이념을 토론하고 작업하는 모임, 관점미술동인과 한국 미술 청년 작가회에 참여했다. 아울러 동아미술제, 자유미술제, 제주디자인창립전, 제주조각가회창립전, 한국미술청년작가 명예회원전, 한국미술협회전 등 다수의 조각전에 참가했다. 특히, 그는 파푸아 뉴기니를 8차례 방문하면서 파푸아 아스맛족 목각예술을 연구·수집하고 “오지의 사람들” 다큐사진 전시회를 2회 개최해 주목받았다. 


명지대 디자인학부 이대일 교수는 “조각가 박조유는 나무가 지닌 성질과 형태적 특성을 존중해 나무를 그 자체로 부활시키고자 하는 자세를 지녔다. 나무가 가진 따뜻한 본질을 살려내며, 어떤 나무든 박조유의 손길을 거치면 가장 세련된 상태로 변화하게 된다. 나무와 신비한 대화를 나누는 박조유 조각가. 그가 살려낸 나무들은 모두 미소를 짓는다”고 평가했다. 또 인도네시아 헤리티지 소사이어티 이수진 회장은 “박조유는 나무를 가장 나무답게 하는 조각가이다. 인도네시아 고목에 혼을 불어넣어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아름다운 나무의 모습을 담는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미협 회원으로서, 특히 나무와의 만남을 중시하는 작품의 세계를 보인다”고 평한 바 있다. 



밀림 오지에서 만난 아스맛족 예술의 매력  

박 조각가는 1990년 개인전을 기점으로 작업에 한계를 느끼고, 한동안 방랑의 길에 올랐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예술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박 조각가는 뉴기니 남부 해안에 자리한 열대의 여러 섬과 밀림 오지를 돌아다니면서 아스맛족의 예술을 만나게 됐다. 아스맛족은 통나무로 북을 치며 노래하고, 춤과 함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나무에 조각하면서 살아간다. 

“밀림의 나무와 원주민의 예술을 알고자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술라웨시 중부, 서파푸아 자야위자야라 불리는 고산들과 남부 밀림을 돌아다녔습니다. 특히 나무가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믿는 아스맛 지역 종족들의 목각예술에 매료돼, 20여 년간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8번이나 탐험했습니다. 아스맛족 고유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세계 인류 문명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습니다.”


자연의 소멸, 인간의 삶과 동질성 

“나무가 있는 곳이 극락이고 천국입니다. 나무는 언제 보아도 수수한 여인처럼 소박하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제 수명대로 살지 못한 나무는 성질이 까다롭습니다. 수명대로 살아온 나무와 달리 뒤틀리고 쪼개지고 소리내어 웁니다.” 

박 조각가는 나무는 구하기 쉽지만, 작품 소재로 사용할 만한 물건은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압록강 쪽 아름드리 홍송은 향기 좋고 비단 광택이 나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거목수”라고 소개하면서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에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느티나무가 있지만, 홍송과 느티나무는 일제 강점기의 수탈과 무지·무관심으로 남벌해 사라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조각가는 “자연이 소멸돼 가는 과정을 바라보면, 인간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 조각도 생과 소멸의 순환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무도 썩으면서 점차 사라진다. 가끔 바닷가에 앉아 구멍 뚫린 조가비들을 보게 되면, 수백 년의 파도를 견디면서 만들어진 형상, 즉 소멸하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또 나무를 깎을 때마다 새로운 나이테가 나오는데, 그들의 역사를 보면 인간 삶과 동질성을 느끼게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인터뷰 말미, 박 조각가는 목공예의 근간이 나무에 대한 사랑이라고 강조하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 향기 그윽한 작업실에서 애정하는 나무를 깎고 다듬으며, 창작에 매진하고 있을 박 조각가. 그의 강렬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펼쳐나갈 창조적 세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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