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숨결 깃든 우아한 몸짓, (사)정재연구회 김영숙 예술감독

정혜미 기자
2019-06-21




[뉴스리포트=정혜미 기자]  대한민국 궁중 악무의 계승과 교육에 혼신을 바쳐온 (사)정재연구회 김영숙 예술감독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무동’ 김천흥 선생으로부터 ‘춘앵전’을 배운 수제자로서, 한국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가는 대표적 인물이다. 인류문화유산의 창조적 계승을 통해 한국전통예술의 숭고한 정신과 가치를 세계 속에 전파하고, 대중화를 위한 모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김영숙 예술감독이 이끄는 (사)정재연구회 예술무대가 화려한 의상의 색채와 춤의 변주로 5월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이에 본지는 아시아 문화의 중심 도시에서,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열어가는 김영숙 예술감독의 활동을 주목하고, 전통의 숨결이 담긴 우아한 몸짓으로 찬란한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예술세계를 조명했다.


유구한 역사 속 찬란했던 궁중 무용 

김영숙 감독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전수교육조교로서, 사단법인 정재연구회를 이끌며 궁중 무용의 보존 및 전승에 공헌하고 있다. 그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찬란했던 궁중문화와 그 속에서 꽃피웠던 정재와 의식무를 전승·보존하고, 이를 새로운 춤으로 재창작해 고귀한 문화유산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정재연구회 창립 배경을 밝혔다. 정재연구회는 국내 전통예술계에서 옛 궁중악무의 교육과 연행의 전통을 계승해 나가는 단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늘날 궁중 무용은 정재(呈才) 또는 정재무(呈才舞)라고도 불린다. 삼국시대 이후나라의 각종 행사나 의식, 궁중의 연례 등에 춤이 쓰이면서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궁중 무용은 조선 후기 순조 때, 부왕(父王)을 즐겁게 하기 위해 진연(進 宴) 때마다 새로운 정재를 만들어 바쳤다는 익종(翼宗)에 의 해 황금기를 이루었다. 궁중 무용은 유형적 형태에 따라 당악정재(唐樂呈才)과 향악정재(鄕樂呈才)로 나뉘며, 오늘날 궁중 무용으로 통칭되는 양 정재의 특징은 춤의 주제가 조종(祖宗)의 공덕을 칭송하거나 군왕(君王)의 장수(長壽) 등을 기원하는 데 있고, 담담하고 유유한 장단과 우아한 춤 가락을 가졌으며, 사고력과 유현미(幽玄美)가 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음악기행(사진=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세종문화회관, ‘작곡가 세종- 세종음악기행’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단장 박호성)이 지난 5월 15일 세종대왕 탄신일을 기념해 ‘세종음악기행’(부제: 작곡가 세종)의 화려한 무대에 올렸다. ‘세종음악기행’은 2014년 국악이야기 콘서트 ‘세종의 하루’를 시작한 이래 매년 새로운 주제로 선보이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브랜드 공연이다. 올해는 ‘작곡가 세종대왕’을 주제로 국악방송 특별기획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곡가 세종을 만나다’와 결합해 최초 선보여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종은 모든 음체계의 바탕이 되는 기본 율관(律管)을 사용해 음높이를 제정하고, 새로운 악기와 음악을 만들었으며, 음악을 기록하는 악보를 최초 창안해 내는 등 중국문화에 경도되지 않은 주체성, 뛰어난 예술 감각과 음악적 재능을 겸비했다. 또 친히 정대업, 보태평, 발상, 봉래의 등 대곡을 작곡했다. 김영숙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세종대왕의 음악을 현시대 작곡가들은 어떻게 재해석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라고 소개하면서 “그간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으로 조명되온 세종은 연주자들의 실력을 질책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조예를 가진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작곡가 세종’은 모두 초연작으로 구성했으며, 박일훈·강은구·황호준·강상구·김백찬 등의 작곡가에 의해 실내악 1곡과 관현악 5곡을 선보였다. 실내악 ‘치화평’(김백찬 곡)을 시작으로 ‘율화-대왕, 세종을 위한 서곡’(황호준 곡), ‘여민락’(김백찬 곡), ‘대왕 민에게 오시다’(박일훈 곡), ‘신 용비어천가’(강상구 곡), ‘여민동락하라’(강은구 곡)을 연주했다, 정재연구회는 박일훈 작사·작곡의 ‘대왕大王 민民에게 오시다’ 곡의 춤 구성과 안무를 맡았으며, 지도 이미주(사단법인 정재연구회 화동정재예술단장)를 비롯해 안시향, 변현조, 윤상미, 이나윤, 박수정, 문경민, 박수련, 이채영, 조현정, 오연희, 조민아 등이 출연해 아름다운 춤사위를 펼쳤다. 박일훈 작곡가는 “이 작품은 세종장헌대왕실록 권 138~146 중에 수록된 정간보 가운데 몇 곡을 선택해 세종대왕 음악에 대한 정신과 위업을 악보 행간에서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담겨있다. 600여 년 전 대왕이 펼친 음악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삼가 나의 어리석은 마음으로 관현악 소리로 옮기면서 다만 대왕을 경모(敬慕)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 대동해원 공연(사진=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 공연 <대동해원>


광주광역시는 지난 5월 18일, 민주화로 향한 첫걸음을 내딛던 의미있는 날을 기념해 <대동해원>의 테마로 뜻깊은 공연을 펼쳤다. 이 공연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된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 전통예술공연으로서 오월 광주의 ‘해원, 평화 그리고 미래’를 노래했다. 이번 ‘대동해원’은 지난해 초대형 무대와 다양한 레퍼토리로 호평을 받았던 <대동천년>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로, 자랑스러운 역사인 오월 광주의 뿌리인 ‘대동(大同)’을 이어나가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김영숙 예술감독은 <대동해원> 공연에서 정재 중 학무, 연화대무, 가인전목단을 붙여 구성한 ‘학연화대가인전목단합설’을 기품있게 선보였다. 무병과 장수를 기원하는 학춤을 추다가 학이 연꽃을 쪼으면 화려한 연꽃이 열리는 가운데, 두 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연화대무는 군왕의 덕에 감격해 즐거움을 돌려주기 위해 추는 춤이다. 효명세자가 창작한 ‘가인전목단’은 ‘아름다운 여인이 모란꽃을 꺾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화병을 가운데 두고, 무용수들이 모란꽃을 꺾으며 즐기는 춤으로서 ‘학연화대가인전목단합설’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대동세상에 대한 염원을 상징했다.

이렇듯 <대동해원>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특별무대에서 화려한 한국무용과 웅장한 전통음악의 새로운 조화를 선보였으며, 김상연 총감독을 비롯한 200여 명의 국내 정상급 연주자와 제작진이 역대급 스케일의 무대를 선사해 호평을 얻었다. 김영숙 예술감독은 “5·18민주화운동의 ‘해원, 평화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전통예술공연 <대동해원>은 정의로운 역사의 뿌리를 근간으로 문화예술의 풍요를 창출하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국립한글박물관 해설이 있는 궁중무용과 음악(사진=정재연구회)


국립한글박물관, ‘해설이 있는 궁중 무용과 음악’


또한 김영숙 예술감독은 5월 25일,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특별공연을 선보였다. ‘해설이 있는 궁중 무용과 음악’의 테마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기획전시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 연계 공연으로 펼쳐졌다. 해설이 있는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덕온공주시대 왕실 문화의 품격을 느끼면서, 조선 순조 때 창제된 무용과 화려한 정재 의상, 궁중 음악을 쉬운 해설과 함께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전시 유물과 관련된 시조도 감상할 수 있어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한국문화의집, ‘춤으로 피어나는 아이들’

5월 26일 저녁에는 서울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춤으로 피어나는 아이들’이라는 부제에 걸맞은 춤 공연이 펼쳐졌다. ‘화동(花童)’이라는 제목의 이 공연은 (사)정재연구회 화동정재예술단, 아프리카 짐바브웨 재너글 공연단, 연희 컴퍼니 유희가 서로의 춤사위를 유감없이 보여준 화려한 무대였다. 이번 공연에서 (사)정재연구회 화동정재예술단은 향발무(작은 제금을 매듭으로 묶어 술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양손의 엄지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을 마주쳐 소리를 내며 추는 춤)와 부채입춤, 무고(큰 북을 가운데 두고 북을 치면서 추는 춤)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화동’ 공연은 서로 다른 문화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이 춤이라는 하나의 동질성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맛보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온 공연단 ‘재너글 아트센터’ 소속 어린이들의 춤사위는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날 짐바브웨 어린이들이 선보인 춤은 사냥을 나갈 때 사냥감이 많이 잡히도록 비는 뜻의 ‘치남베라’, 혼례나 축제 때 기쁨을 돋우는 춤으로 말(馬)의 움직임을 묘사한 ‘호소’, 그리고 싸움터로 나가는 전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싸움 솜씨를 자랑하는 ‘므천고요’ 등이었다.

김영숙 예술감독은 이날 공연에 대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흥겨운 민속춤이 인상적이었다. 짐바브웨 어린이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흥을 잃지 않고 사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진심을 전했다. 특히 공연이 끝난 뒤 출연자들 모두가 무대 위에 나와서 강강술래에 맞춰 손에 손을 잡고 신나게 노는 모습에서 ‘춤으로 피어나는 아이들’, ‘춤으로 피어난 세상’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무대였다고 밝혔다. 한편, 김영숙 예술감독은 궁중춤을 추는 이들이 8~10살부터 배우기 시작했던 왕실 전통대로 국악영재발굴 차원에서 2007년 화동정재예술단을 만들어 꿈나무들을 위한 교육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문화의집 춤으로 피어나는 아이들(사진=한국문화재재단)


종묘제례일무의 원형 지키며 후진 양성에 공헌

김영숙 감독은 이화여대에서 무용을 전공했으며, 대학교 4학년 때 국립국악원 무용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졸업 후 76년대 초까지 국립국악원에서 근무하다가 이후 국립국악고에 부임해 교육활동을 시작했다. 국악고 재직 당시, 종묘대제의 팔일무와 봄‧가을 성균관에서 열리는 석전 문묘제례일무 지도를 맡았던 것을 계기로 1982년 이화여대에서 ‘현행일무고(現行佾舞考)’라는 일무와 관련된 논문을 집필한 바 있다. 그 후 1988년 종묘제례일무 전장을 발표하면서 종묘제례악 일무 이수자가 됐고, 1990년도에 전수교육 조교로 인정받았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예악학을 전공, ‘한국일무예술의 미학사상 연구’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편 1970년부터 심소 김천흥 선생에게 춘앵전을 사사한 김영숙 감독은, 2009년 황옥선(黃玉仙) 선생에게 춘앵전을 지도받아 공연 활동을 해왔다. 그는 종묘제례악의 바른 전승과 보급 활동에 힘써온 결과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40년간 종묘, 문묘, 사직의 일무 봉행을 통해 문화유산 전승에 이바지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은 것이었다. 당시를 회고하며 김영숙 감독은 종묘제례일무의 원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후진양성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궁중무용의 활성화 위해 무보작업 실천

김영숙 감독은 앞으로 전통의 재창조 작업을 통해 국악의 세계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보다 정재의 저변확대를 위해 무보작업에 열의를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일찍이 헌선도 포구락과 오양선은 편집을 마쳤으며, 오는 9월에는 수연장, 연화 대 두 작품을 작업할 예정이다. 그간 전통문화예술의 멋과 흥을 알려 문화적 가치를 높여온 김영숙 감독은 “지금까지 궁중무 전승이나, 보급을 하는 중심역할을 국립국악원에서 해야 하는데, 정재를 하지 않은 감독이 무용단이 이끌면서 정재의 비중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신 임 무용 감독이 국립국악원 출신이며, 정재를 이해한 분이 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이럴 때 문체부와 서 울시의 역할도 중요하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간 정재의 바른 전승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온 그는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멋과 아름다움을 알려 문화적 가치를 높여왔다. 이렇듯 대한민국 궁중 정재의 대표자로서 전통예술 발전에 헌신하는 김영숙 감독의 열정을 바탕으로 정재연구회 발전과 더불어 한국 궁중 무용의 장중미가 세계인들을 매료시킬 것이라 기대할 수 있었다.



저작권자 © NEWS REPORT(www.news-repor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상호명 : 뉴스리포트 NEWS REPORT 사업자번호 : 728-34-00398  발행인 : 정혜미 편집인 : 정연우 청소년보호책임자: 정연우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16(국회대로 66길 23) 산정빌딩 7층 ㅣ 이메일 : korea_newsreport@naver.com

대표전화 : 02-761-5501 ㅣ 팩스 : 02-6004-5930 ㅣ 등록번호 : 서울, 아 05234 등록일 : 2018.06.04

뉴스리포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8 뉴스리포트. ALL RIGHTS RESERVED.